[2ch] 아파트 자취방

금산스님 작성일 14.12.21 1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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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A와 B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A는 대학에 간 후, 아파트를 빌려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자취를 한 지 2년 정도가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슬슬 눈이 올 즈음의 초겨울 깊은 밤.

A는 방에 불을 켜 놓고 잠깐 편의점에 갔습니다.

새로 나온 잡지를 서서 슬쩍 넘겨본 후, 음료수를 사서 집에 들어온 때였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시간은 새벽 2시 반.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나 싶어 화면을 보니, 친구인 B였습니다.

A와 B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라, 종종 서로 책을 빌려주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 대학에 진학한 A와는 달리,

B는 다른 도시의 전문학교로 가서 그 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터였습니다.

 


그랬기에 왜 하필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한 건가 싶어 A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으니, A는 전화를 받기로 했습니다.

 


[여보세요? B냐?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A지? 너 지금 어디야! 아직 편의점이야?]

갑자기 절박한 목소리로 B가 물어왔습니다.

 


[어, 갑자기 왜 그래.. 편의점이라고? 혹시 너 이 주변에 있냐?]

[아직 밖이지? 방에 안 들어갔지? 그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A는 난데없는 B의 말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벌써 집에 들어왔기에 뭐 어쩔 도리도 없었습니다.

 


[어, 나 벌써 집에 들어왔는데.. 왜 그러는거야, 근데?]

[벌써 들어간거냐.. 부탁이야. 내 말 믿고 빨리 거기서 도망쳐!]

A가 당황해하고 있자, B는 더욱 기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방 안에 책장이 있지? 거기 뭐 달라진 거 없냐? 책이 2권 떨어져 있지 않아?]

B의 말에 책장 쪽으로 눈을 돌리니, 확실히 2권의 책이 책장 근처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A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대학에 오고 2년 넘게 얼굴도 못 본 B가, 어떻게 내 방 모습을 알고 있는거지?

 


[혹시 거기 떨어져 있는 거, K 잡지 11월호랑 회색 양장본 책이야?]

B의 말대로였습니다.

책장 근처까지 가지 않아도 바로 보였으니까요.

 


[역시 그런가.. 어쨌든 빨리 거기서 나와야 해!]

기분이 나빠진 A는, 처음 편의점에 갔을 때처럼 그대로 방에 불을 켜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변에는 편의점말고 문을 연 가게도 없었기에 A는 한동안 걸으면서 B와 통화를 계속했습니다.

 


[야, B. 너 내 방에 온 적 있어?]

[네가 어디 사는지도 몰라. 하지만 네 방에 들어갔었어. 무슨 소린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긴 할텐데..]

그리고 B는 금방 전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B는 평소처럼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심야의 주택가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리에, B는 놀라면서도 이게 꿈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 앞 건물에서 A가 나왔습니다.

 


B는 오랜만에 A를 본 게 반가워 말을 걸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가는 A를 보며, B는 다시금 꿈이라는 걸 납득했다고 합니다.

A가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B는 갑자기 A의 방이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금방 나온 아파트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곳인데, 어째서인지 B는 A의 방이 어딘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3층, 복도 안 쪽에서 3번째 방.

B는 응당 잠겨 있어야 할 문을, 가볍게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세탁기가 보이고, 그 앞에는 왼쪽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안 쪽에 있는 방에는 불이 켜진 채입니다.

방 가운데에는 코타츠가 있고, 왼쪽 벽에 침대가, 오른쪽 벽에는 책장이 보였습니다.

A다운 방이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A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습니다.

방의 위치나 집안 가구의 배열까지 정확했던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B는 책장을 둘러보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 책을 빌려주던 추억이 떠올라 책에 손을 가져갔습니다.

 


아, 이 잡지 11월호 벌써 나왔구나.

이 회색 책은 소설인가?

 


아무 생각 없이 두권의 책을 손에 든 순간,

B는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서 책을 떨어트렸다고 합니다.

 


책장 옆 흰 벽에서, 여자의 얼굴이 솟아나 B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긴 머리카락을 반으로 갈라 이마를 훤히 드러낸 얼굴이었습니다.

표정 하나 없이 벽 색깔과 똑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채로요.

 


B는 순간 가면인가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그 여자는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B는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질문을 받은 순간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걸 느끼는 동시에,

자신이 여기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여자의 말투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것이었지만,

B는 그걸 그저 들었을 뿐임에도 죽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합니다.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나는 당신의..]

그 여자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순간, B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입을 양 손으로 막았습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괴상한 감정이었지만, 더 이상 이 여자가 말을 하게 두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기묘하게도 온 힘을 다해 세게 누르고 있는데도,

양 손에 전해지는 감촉은 그것이 사람의 피부인지, 벽인지 전혀 분간이 되질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저 B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B는 필사적으로 여자의 입을 누르며, 뭐가 어떻게 된건지를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의 입에서 손을 떼면 나는 꿈에서 깨는걸까..

아니, 애시당초 지금 이건 꿈 속이 맞긴 한건가..

만약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자신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B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방금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온갖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혹시 A 역시 이 녀석한테 벌써 살해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입을 막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려, B를 가볍게 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왜 표정이 바뀐 것인지 B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에서는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외라는 표정이랄까, 조금 곤란해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뭔가 싶어 B가 당황해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끈 것처럼 뒤로 몸이 넘어가더랍니다.

 


그리고 입을 막고 있던 두 손이 풀려납니다.

여자의 입이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B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뒷통수를 부딪힌다고 생각한 순간,

정신을 차린 B는 자기 방 이불 위에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자기가 뭘 겪은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B였지만,

혹시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가 걱정되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장 앞에 자신이 떨어트렸던 책이 있다는 걸 A에게 듣고,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해 방에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는 것이었습니다.

B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A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왔을 때 B가 곁에있었다고?

그리고 내 방에서 이상한 체험을 한 뒤 돌아갔다는건가?

2년 넘게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온 방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걸까?

 


A는 일단 B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아침까지는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 시간 뒤 날이 밝고 길거리에 차와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A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은 커텐이 쳐져 깜깜했습니다.

 


현관에 불을 켜고, 책장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레 방의 불을 켠 다음, A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아까 방을 나올 때, B의 급박한 목소리에 놀라 방에 불을 켜 놓고 나갔을텐데..

 


결국 2달 뒤, A는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고 합니다.

이사하기까지 2달 동안 A는 책장 위에 늘 소금을 올려뒀었고,

그 사이 이상한 일은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B에게는 잘 지내고 있다고 몇 번 연락하려 했지만,

B쪽에서도 이상한 일을 겪은 탓에 연락을 피해서 결국 이전처럼 다시 소원한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이사를 한 후에는 B에게서 연락이 온 적도 없고, A 역시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이 내가 A와 B에게 들은 기묘한 사건의 전말입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A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고,

그 후 B에게 전화로 확인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 정리한 것입니다.

 


둘 모두 현재는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다만 B는 당시에 워낙 충격이 커서 A의 연락을 모두 무시했었던 것이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는 뒷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A의 방에 정말로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요.

B는 정말 꿈 속에서 A의 방으로 찾아갔던 걸까요.

 


뭔가가 있었다면 어째서 B는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애시당초 A와 별 연락도 없이 지내던 B가 왜 끌려들었던 걸까요.

이제 와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아파트는 학생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분명 아무 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 방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A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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