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께서 제게 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몸이 허하고 기가 약해 귀신 같은 걸 자주 보곤 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그런 일도 적어졌지만,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헛것도 자주 보고 가위도 자주 눌리곤 했었죠.
그 중에서도 이 일은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제가 3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솔직히 지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아버지가 말씀해주신 덕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마친 뒤 삼오제를 치루게 되었습니다.
묘지 인근에서 장례 당시 입은 옷과 할아버지의 유품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제가 아버지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아빠, 이거 뭐야?]
[응, 이거 할아버지 옷이야.]
[그런데 이걸 왜 태워?]
[할아버지는 이제 멀리 가셔서 이 옷을 안 입으실거야.]
[할아버지가 저 쪽에서 보고 계신데?]
제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모닥불 바로 옆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순간 오싹했지만,
할아버지께서 마지막 가는 길에 가족들을 보러 와 주셨던 거라며 한참을 우셨다고 합니다.
이것은 1년 전에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신은 믿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영적인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나 싶습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