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의 무더위가 계속 되고 있을 무렵에
우리 집은 자그마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큰 집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우리 가족 이름으로 된 집이었기에 너무나 기뻤죠.
당시만 해도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기에,
가구점에서 중고로 소파를 하나 사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집에 소파가 들어와 대단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소파에 앉거나 누울때면,
어째서인지 저도 모르게 잠에 빠지고 가위에 눌리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잠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인가 또 가위에 눌려 발버둥치곤 하는 제 모습에 정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소파에 무슨 자석 같은 것이 달려 있어 제가 앉기만 하면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았죠.
저는 슬슬 지쳐가면서 오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파가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왜 이러는 건지 궁금해진 거죠.
그래서 어느 날 저는 평소와는 달리 아예 제가 소파에 누워서 먼저 잠을 청했습니다.
역시나 저는 또 가위에 눌렸습니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져서 저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는 가운데 저는 어느새 일어나서 소파에 누워있는 제 모습을 보고 있었죠.
몸이 마치 깃털이 된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멍하니 잠들어 있는 제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베란데로 나가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장실로 가서 문을 열었죠.
그런데 화장실이 온통 검은 긴 터널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주 멀리에서 희미하게 빛이 보일 뿐이었죠.
겁이 났지만, 그 빛이 저를 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을 향해 가야할지 한참을 망설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저를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화장실 문이 갑자기 닫히는 것과 동시에 저는 소파에서 땀에 젖은채 일어났습니다.
마치 높은 산을 다녀온 것처럼 가쁜 숨을 내쉬면서요.
14년이 지난 지금 그 일을 생각하자면 소파에 무슨 사연이 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소파는 버린지 오래되어 알 수가 없네요.
저에게는 정말 기이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체험입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