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외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외할머니 집안은 대대로 어부 일을 해서, 여러대의 배를 부리고 있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그 곳에서 일을 하다가 할머니와 눈이 맞아 결혼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젊었을 무렵,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익사체가 떠내려와 배와 부딪혔다고 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여하간 알 수는 없지만,
끔찍한 모습을 한 채 파도를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배가 아무리 자리를 옮겨도, 사체는 계속 배를 따라왔다.
2차 대전이 있기 전이었으니 당연히 배에는 모터도 없고,
노로 사체를 계속 밀어내 봤지만 곧 다시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걸 끌어올리자니,
작은 고깃배라 끌어올리다보면 배가 뒤집힌다.
사체를 끌고 돌아가려해도 생업인 고기잡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때, 할아버지의 뇌리에 과거부터 내려오던 전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 내용이란,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익사체를 대하는 법에 관한 것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미안하지만 지금은 고기를 잡아야 하니 조금 떨어져 있어주게나.
그 대신 자네를 무슨 일이 있어도 육지로 데려다주겠네.] 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익사체는 어느새인가 파도 속으로 모습을 숨기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떠 있는다고 한다.
그 후 고기잡이가 끝나 돌아갈 때에는
[고기잡이가 끝났어. 이제부터 돌아갈거네. 제대로 잘 붙어서 따라오게나.] 라고 말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익사체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배를 따라 항구까지 떠내려온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하며,
[인간이라는 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바다에서 죽고 싶지는 않은 법인게야.] 라고 말하셨다.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은 후에는 땅에 편하게 묻히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