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0년 전쯤, 성인이 된 것을 계기로 개명을 했다.
그렇게까지 이상한 이름은 아니지만,
보통은 하나코라고 읽는 花子라는 한자를, 에미라고 읽었다.
한자와 발음이 완전히 다르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 중 내 이름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일이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마다 일어나니 짜증이 나서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혼자 개명을 했던 것이다.
이전에 부모님에게 이름에 관해 불평을 늘어놓자,
[예쁜 이름이잖니.] 라는 대답이 돌아온 적이 있었기에
나는 분명 부모님이 반대할 거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 단정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개명을 완료한 후 부모님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는 미쳤버렸다.
격노하거나 통곡한 것도 아니고, 그저 미쳐버렸다.
어머니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라면서 미친 듯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 전까지는 너무나 평범한 어머니일 뿐이었는데.
그 날 이후로 집안일조차 할 수 없어진 채,
틀어박혀 자해만을 반복하게 되어버렸다.
연필이나 화장품을 가지고서도 어떻게든 스스로를 해치려 하기에,
집안에 온갖 물건을 다 내다버려야했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에게는 두 명의 언니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들과 어머니가 함께 여행을 갔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그만 두 분의 언니는 즉사하고 어머니만 살아남았었다는 것이다.
내 이름은 그 죽은 두 사람에게서 따와서 붙인 것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모 두 분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성함까지는 몰랐었다.
어머니는 나를 이모들과 겹쳐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도,
내 이름에 심각할 정도로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어머니는 이모들과 사이가 좋았지만,
그 외의 가족들에게는 심각한 학대를 당하고 있었기에 더욱 상태가 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후에는 완전히 보통 사람으로 돌아왔기에,
아버지도 어머니가 완전히 회복했다고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불귀의 객이 되셨고,
아버지도 어머니를 돕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도대체 왜 개명을 했던걸까..
왜 한 번도 이름의 유래에 관해 묻지 않았던 것일까..
굳이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알려주면 안 됐던 것일까..
나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탓하며 10년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이대로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이제 슬슬 지친다는 생각 뿐이다.
이런 글을 읽게해서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