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Tod96 작성일 15.06.26 21: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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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에서도 가장 웅장한 멋을 내뿜고 있는 원성빌딩 3층.
이곳에선 오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엄청난 학구열인 강남에서도 알아주는 영재교육센터가 이곳에서 특별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이미 3층 로비에는 비밀리에 연락을 받은 20~30대의 주부들로 발디딜틈도 없을 지경이었다.
몇 명의 안전요원에 의해 아이를 둔 100명의 여성들은 강당안으로 질서있게 입장하였다.
이미 출산전부터 영재교육센터를 통해 조기교육을 받아온 그녀들이었지만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약간은 들뜬 기분이었다.
100명의 주부들은 저마다 이 세미나에 운좋게 참가하게 되었음을 꼭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타이틀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로 아우성이던 강당안으로 웬 한 남자가 무대쪽으로 걸어나왔다.
검은때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양복차림의 그는 보는 순간 준수한 외모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야말로 멋진 남자였다.
그제야 강당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남자는 무대앞에 서더니 준비된 마이크를 들었다.
“강남 A반 주부여러분. 반갑습니다. 영재교육센터의 이사를 맡고 있는 김재영 이사입니다.”
남자의 깔끔하고도 세련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넘쳐흘렀다.
워낙에 신비주의로 가득찬 영재교육센터였기에 그녀들은 이곳의 이사는커녕 지점장마저 본적이 없었으므로
흥분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그동안 저희 회사는 여러분들의 아이를 위해 많은 정보와 도움을 드렸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지불해주신 댓가에 비하면 미력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저희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영재교육을 실시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직접 비밀 세미나를 개최해서 여러분과 직접 만나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겠군요.
그럼 진부한 서두는 여기서 멈추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잠시 끊기자 앞쪽 문에서 날씬하고 예쁜 3명의 미녀가 카트를 하나씩 끌고 들어왔다.
카트 위에는 조그마한 상자가 층을 이루며 올려져 있었다.
상자를 쳐다보던 주부들은 저마다 다시 쑤근덕거리기 시작했고, 일단은 마음 한구석에서 강매에 대한 의구심이 솟아올랐다.
흰옷의 남자도 그것을 눈치챘지만 살짝만 웃을뿐 나서서 뭐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카트 3대가 모두 강당안으로 옮겨지고 나서야 남자는 마이크를 다시 입에 대었다.
“저희는 그동안 태교와 학습,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인 연구에도 끝없는 노력을 쏟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운좋게도 얼마전 이것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를 영재, 아니 천재로 만들어줄 신제품을 말이죠.”
따분한 약장사의 말투라며 지루해하던 주부들은 마지막 남자의 말에 귀를 쫑긋세우며 집중을 하였다.
세계적으로도 학구열이 높은 한국 주부를 넘어선 그들은 바로 강남 주부들이었다.

“여기 계신 주부님들은 어쩌면 선택받으신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신제품의 임상결과상 적용 한도가
생후 1년 된 아기에 한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눠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이건 판매용이 아니라 그냥 무료로 드리는 것이니까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탄성소리에 강당은 귀를 막아야할정도로 시끄러워졌지만 그 사이에서
카트를 끌고나온 미녀 3명이 사이보그처럼 신제품이 든 박스를 전달하며 나눠주고 있었다.
분배가 모두 끝난 것을 확인한 남자는 다시 화사로운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신제품의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욕조속에 신제품 가루를 푼 뒤 정확히 30분을 기다렸다가
여러분의 아이를 잠시 물속에 넣으시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숨이 막히긴 하겠지만 몸 어느부분 빠짐없이 완전히 넣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네네, 압니다. 물론 걱정되시겠죠. 하지만 이것을 명심하셔야합니다.
똑같이 평범하게 키운다면 절대로 뛰어난 영재가 될수 없습니다.
어떤 이익적인 결과에는 반드시 그만한 어려운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죠.
지금이 아니면 때는 늦습니다.
이 가루약은 일순간 물을 가장 양수와 비슷하게 만들어주며
그안에 두뇌발달과 왕성한 호르몬 분비를 가져오는 특수한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건 가장 편안했을때인 양수속에서의 기억과 함께 몸과 정신에 미비한 충격으로 정신적인발전을 주는 것이지요.
딱 10초동안만 하시면 됩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10초동안 한번이면 충분합니다.
임상결과상 뇌파검사를 통해 신뢰율 98%의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비록 2%의 확률로 효과가 없을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쉽지 않겠습니까?”
100명의 주부들은 거의 믿음으로 마음을 굳히는 분위기였다.
남자의 군더더기 없는 말뿐만 아니라 평소부터 영재교육센터에서 보여준 신뢰성이 겹쳐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확실히 영재교육센터에서 권고했던 사항들은 다소 특이하고도 약간은 부담되었던 일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효과는 거의 완벽했다.
100명의 믿음을 확인한 남자는 마지막 당부를 하며 세미나를 끝마쳤다.
“단 시간만큼은 꼭 지켜주십시오. 가루를 풀고 정확히 30분후에 10초동안 몸을 완전히 넣으셔야 합니다.
10초면 큰 위험부담도 없는 시간이니 걱정은 하지마시고요. 그리고 그 신제품은 특성상 오늘안으로 시행을 해주셔야하며,
일단 개봉하셨으면 3시간이내에 하셔야합니다. 그럼 오늘의 세미나를 마치겠습니다.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비밀스럽게 영재교육센터 회원중에서도 200명만 추려낸 모임이었기에 약간은 조급하게 세미나는 막을 마치게 되었지만,
그게 오히려 주부들에겐 더욱 큰 믿음과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영재교육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군림하고 있는 영재센터에서 개발한 신제품.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신제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체 우르르 빌딩에서 소리없이 빠져나갔다.

그날 밤, 세미나에 참석한 200명의 주부들 중에서도 가장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미영이엄마는
남편이 회사에서 오기만을 기다리며 TV를 보던 찰나에 신제품에 대한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약간은 격한 방법에 망설였던 그녀였지만 이내 경쟁심과 비슷한 느낌의 학구열이 그녀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나를 제외한 다른 주부들이 모두 이 신제품으로 자신들의 아이를 영재로 만든다면?’
정말 생각만해도 끔찍하고도 무서운 이야기였다.
재빨리 곤히 잠자고 있는 미영이를 안아서 깨운 그녀는 미영이를 거실 쇼파에 눕혀놓고는 신제품을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욕조에 물을 채운 후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신제품 박스를 열고 안에서 가루약을 꺼냈다.
그리고는 지체없이 욕조에 가루약을 풀고는 시간을 재었다.
초조하게 30분을 기다리던중 가루가 풀리며 욕조속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풍겨져나왔고,
왠지 이 냄새만으로도 벌써 미영이가 영재로 되는 듯한 환상마저 느낄 정도였다.
딱 30분이 되기 몇초전에 그녀는 미영이를 다시 안아들고는 욕조로 돌아왔다.
드디어 운명의 30분이 되었고, 그녀는 미영이를 욕조속에 집어넣었다.
한창 물을 무서워하는 생후 10개월의 미영이었기에 반항이 있었지만 딱 10초일 뿐이었다.
약간의 바둥거림을 막은 그녀는 10초 후 미영이를 다시 들어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를 점이 없어보였지만 미영이 몸에서 나는 향기가 왠지 모를 변화를 느끼게 해주었다.

딩동댕동.
때마침 울리는 남편의 초인종 소리.
그녀는 물의 공포로 얼굴이 빨개진 미영이를 개인용 시트위에 살포시 올려놓고는 현관문을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피붙이인 미영이가 영재만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는 그녀.
그것이 이곳 강남에서 아이를 둔 주부로 살 수 있었던 하나의 긍지이자 마음가짐이었다.






다음날.
100명의 아기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였다.
예민한 아기의 피부를 통해 독성물질이 주입된 것이 그 원인.
그로 인해 강남에서 부유층만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소아과로 유명한 병원에서는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어제 세미나에 참가했던 주부들의 원성과 울부짖음이었다.
한참을 피눈물의 향연을 펼치던 그녀들은 살벌한 독기를 품고는 영재교육센터로 향했다.
대성통곡을 하며 영재교육센터의 담당자를 향해 피를 토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는 반응뿐이었다.
문제가 커지자 영재교육센터에서 사장이라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주부들은 당장이라도 사장을 찢어죽일 듯한 눈빛으로
어제 개최한 세미나와 김재영 이사에 관해 무서운 말투로 질문을 쏘아댔다.
그런 주부들의 반응에 사장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세미나라뇨? 저희는 그런 세미나를 연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빌딩이라면 저희 소관도 아니기에 빌릴수도 없는 입장인데다가, 빌린적도 물론 없고요.
김재영 이사 또한 저희쪽에는 없는 인물입니다. 못믿으시겠다면 저희 회사의 행사 일정과 사원 현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보군요. 모두들 진정하십시오.”
자신의 목숨보다도 아끼던 피붙이들이 하루만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
그런데 얻은 대답이라고는 겨우 ‘착오’라는 단어뿐이었다.
여기저기서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주부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듯 하나둘씩 그 수가 많아졌다.
하늘이 노랗고 눈에서는 말그대로 피눈물이 한바가지씩 쏟아졌다.
이곳은 그야말로 무간지옥이었다.






한편, 이곳과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오피스텔에서 또 한번의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
이것 또한 철저한 보안속에서 이루어진 세미나였는데,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주부들이 30여명정도 모여들었다.
깔끔하게 세팅된 자리에 30명의 주부들이 모두 착석하자, 어제와 같이 앞문에서 한 남자가들어왔다.
남자는 다름아닌 어제 세미나에서 신제품을 100명의 주부들에게 나눠준 김재영 이사, 아니 신원을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였다.
영재교육센터 직원 현황 어디에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이 남자.
이름 또한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는 어제와 약간은 다르게 오늘은 온통 검은색의 양복을 차려입었다.
표정도 약간은 침울해보였기에 흡사 상가집에 온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강남 S군 어머님들. 이 세미나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자의 말에 주부들은 본인들의 기품에 걸맞는 짤막하고도 예의바른 박수를 보내주었고,
박수가 끝나자 남자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는 여러분의 아이를 보통의 평범한 아이가 아닌 영재, 또는 천재로 만들어드리기 위해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허나 이제까지의 노력은 그다지 특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학습효과와 교육적인 부분만 도움을 드렸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오늘 세미나를 기획한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기쁨을 만끽하기전에 여러분의 자그마한 성의를 보여주십시오.”
문이 열리고 어제 카트를 끌었던 3명의 미녀가 들어왔다.
미녀 3명이 흰색의 천을 앞쪽 바닥에 깔자 그 위로 20명의 주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이 챙겨온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물건들.
돈뭉치는 물론이거니와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백금 등등.
그야말로 엄청난 값어치들의 돈과 물건들이 한가득 쌓였다.
헌납의 시간이 끝나자 3명의 미녀는 물건을 챙겨서 나갔고, 남자는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 세미나 중심 내용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아이들은 정말 너무나도 특별합니다. 태생자체부터가 일반 아이들과는 다른거죠.
그 이유는 여러분의 자식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이 특별하니 자식들 또한 특별한 것은 당연한것이죠.”
오피스텔 안에 있는 사람이라곤 불과 20명의 주부와 정체모를 이 남자뿐.
그런데 꼭 수만마리의 뱀이 들어차 있는 것처럼 온통 광기로 가득차있었다.
“특별화된 교육. 특별화된 식습관. 그리고 특별화된 환경까지. 물론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것이 바로 경쟁력이죠.
감히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 그것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여기저기서의 탄성소리가 터져나왔다.
고품격의 귀족풍 분위기를 내던 그녀들은 어느덧 광신도와도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윽고 침울해하던 남자의 표정이 활짝 펴지더니 뜨거운 악마의 속삭임을 늘어놓았다.
“하찮고 천한것들이라고 해도 기어오를려고 할때면 정말 짜증이 솟구치죠. 도저히 있을수없는 발악이자 저항입니다.
그럴때마다 항상 밟아줘야만 하는 그 벌레들이 여간 짜증나지 않으셨죠? 하지만 이제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밟는게 귀찮다면, 죽이면 됩니다. 어제 죽은 100명의 벌레들처럼요.”
광분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이들을 위한 단어일지도 몰랐다.

광분의 도가니.
세상에서 가장 음침한 쾌락이 이들을 사로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기어오를 기미가 있는 벌레는 무조건 죽이면 됩니다. 어제는 그 시초였을 뿐이고요.
저희는 여러분의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대신 하여 벌레를 죽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기어오를 가능성이 있는 벌레들을 죽이다보면 남는것은 들뿐이겠죠.
는 물론 처리를 하지 않을겁니다. 들이 밑에서 받쳐줘야 여러분의 아이들이 더욱 빛을 발할수있을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여러분의 아이들은 이제 고귀한 존재로서 모든 것의 위에서 군림하며 사는겁니다.
신경쓰이는 벌레들이 없는 세상. 어떠십니까? 상상만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깔깔깔깔깔깔깔~~~
인간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수가 없는 웃음소리가 오피스텔 안을 가득메웠다.
이것이 그들만의 원초적인 학구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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