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에 처가 내려와서 글을 읽다가... 동물괴담 이벤트가 있기에 저희 아버지께서 경험한 경험담이 기억나 한자 적어봅니다.
그리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말 100% 실화입니다. 지금도 가끔 이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정말정말 이해가 안간다고 하시네요.
제 아버지는 약 30년 이상을 군 부사관으로 근무하셨습니다. 하사 시절 처음 배치받은 곳은 수기사인 ㅁㅎ부대. 경기도 가평 하면의 현리라는 곳에 위치한 부대였습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지금도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약 30년 전 아버지가 처음 배치를 받으신 당시에는 읍내 중앙지역 외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심한 깡촌이었고 도로도 비포장 도로였다고 합니다.
사건이 있던 때는 1980년의 늦은 가을밤이었다고 합니다. 밤 늦게 부대와 자전거로 약 20분 거리의 영외 숙소에서 주무시는데 전화를 한통 받으셨다고 하네요. 당직사관인 선배의 집에 초상이 났으니 급히 들어오라는...
부랴부랴 군복을 입고 고물 자전거에 몸을 실어 컴컴한 시골길을, 군용 후렛쉬 불빛과 달빛에 의지해 달리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분 가량 페달질을 해 목적지인 부대 후문까지 반 정도를 왔을 무렵, 저 앞 길가에 어떤 여인네가 우두커니 서 있는게 보이셨다고 합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머리는 약간 긴 정도였다 하시구요.
원래 귀신 같은 건 믿지 않는 분인데다 군인이시기도 했기에 별로 겁도 나지 않으셨다네요. 그저 동네 사람이려니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지나치려 하니 그 여인네가 붙잡더랍니다.
'죄송한데 저 좀 xx까지 태워주세요...'
어디까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은 급히 부대로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그럼 그곳까지만이라도 태워달라 하더랍니다.
부대 후문도 자전거로 십 수분 걸리는 먼 거리인데다 늦은 밤, 길은 비가와서 질척이는데다 위험하니 외면할 도리도 없었고 하여 정말 조금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사정은 묻지 않고 자전거에 태워 주셨답니다.
그 여인은 아버지 뒤의 짐 싣는 안장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허리춤을 살짝 두 손으로 잡았고, 아버지는 그제야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가기 시작하셨답니다. 당시 길이 진흙탕길이어서 바퀴가 계속 미끄러지고 빠지는 통에 온 신경은 이내 자전거 운전에 집중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십 수분이 흘러, 부대 후문에 여인을 태우고 도착하셨습니다.
초병의 수화가 끝나고 조명이 켜지자, 아버지는 다 왔으니 내리시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내리질 않더랍니다.
'...........?'
그래서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더랍니다.
'어.....?'
하고 고개를 뒤로 돌린 상태에서 아래로 내리셨다고 합니다. 분명 뭔가가 당신의 허리를 계속 잡고 있었거든요.
아버지 자전거의 뒷 짐 안장에서 아버지의 허리춤을 잡고 있었던 건 시커멓고 덩치가 꽤 큰 고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기겁을 해서 소리를 지르며 나가떨어지자 고양이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고 하는걸, 초병에게 나중에야 들으셨다 합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조명을 켜도 아버지 등에 착 두 앞발로 달라붙어서 인광을 내뿜는 모습이 괴기스럽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진흙탕 투성이가 된데다 얼도 반쯤 나가서 결국 당직은 서지 못하셨고, 그 일 이후 출퇴근길이 한동안은 정말 낮이건 밤이건 너무 무서우셨다고 합니다.
고양이에게 홀린건지, 귀신한테서 고양이가 구해준건지 도통 알수 없는 경험이었지만 그 일 이후로 아버지는 고양이는 쳐다보지도 않으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