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Nellinf 작성일 16.06.28 0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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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 이어서 또 써볼게요.

 

이번일은 저번 외부주차장에서 겪었던 일에 이어 제가 말차휴가를 쓰던 날 시작됐습니다. 제가 있던 중대는 말차를 전역날까지 해서 10일 앞당겨 전역하는게 허용 됐었어요. 그런데 말차를 나갔던 선임 형 한분이 실제 전역날이 되는 저녁12시를 10분정도 남겨놓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군인의 신분으로 세상을 등지게 됐습니다. 당연히 저희 중대는 난리가 났었고 그 후로부터는 말차를 다녀와서 일주일정도 중대에 짱박혀 잉여생활을 하고 전역하는 것으로 바꼈죠. 이 글을 보시는 저와 같은곳에 계셨던 몇몇 분들은 제가 나온 곳이 어딘지 아실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 날은 오후부터 비바람이 몰아칠거라는 기상예보를 들으며 휴가증을 챙겨 나갈 채비를 했습니다. 검은 구름이 잔뜩끼고 습한 바람이 부는 아침, 소대 동기놈과 근처에서 간단히 밥 한끼하고 피시방을 들렸지만 왠지 모를 피곤함에 집으로 바로 왔어요. 잠이 너무 쏟아져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을 청했습니다. 쾅.. 쾅...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떳을 때 창문을 통해 들어온 푸른빛들이 이따금씩  어두운 방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살짝 열어보니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고 천둥과 벼락이 쉴새없이 몰아치고 있었죠. '비 온다더니 장난 아니네. 근데 몇시지?'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0시간은 족히 잔터라 배가고파 대충 밥을 차려먹고 다시 방으로와서 당시 빠져살았던 게임 AVA를 켰습니다. 컴퓨터에 헤드폰을 연결하고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비바람이 거센 탓인지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바람이 얼마나세면 창문이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냐. 오늘 놀다 들어왔으면 난리 날뻔했네.'. 그 당시 저는 언덕 위 골목 끝쪽 주택2층에 살고 있었고 저희집 뒤로는 집이 없이 바로 절벽과 같은 곳이었기에 바람이 조금만 심하게 불어도 가끔씩 그럴 때가 있어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흔들리는 창문을 무시하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바람때문인 것 같이 느껴지지 않았죠.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은 창문틀까지 전체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잖아요. 근데 이건 뭔가가 창문에 살짝식 부딪혀서 나는 소리 같았어요. 저는 창문을 등진 채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게임에서 탱크를 빠르게 고쳐야 할 상황이였기 때문에 일단 탱크를 고치면서 창문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똑 똑 똑...... 똑 똑 똑 ..... 정확히 창문은 세번씩 흔들리더군요. 그것도 주기적으로요. '뭐지? 혹시 도둑놈이 간보는건가?' 하는 생각에 얼른 방불을 켜고 창문을 바라보니  골목 입구 가로등 빛에 만들어진 옆건물 환풍기?(건물 옥상에서 바람이 불때면 돌아가는 동그란 은색 기구)의 그림자만이 창문에 비칠 뿐이였습니다. 물론 창문에서 나던 소리도 멈췄구요. '아씨 뭐야 괜히 쫄았네.' 다시 컴퓨터에 앉아 바닥에 누워있는 케릭의 리스폰을 기다리며 불을 끄는 그 순간... 다시 그 소리가 들립니다. 똑 똑 똑...... 똑 똑 똑...... 이번에는 소리가 나는 순간 불을켜고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상황은 아까와 같았죠. '하.. 이거 뭐야 진짜.'  이번엔 창문을 바라보며 불을 끕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다시 창문이 흔들립니다. 똑 똑 똑......똑 똑 똑...... 똑 똑 똑......  창문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노크소리는 들리는 상황이였죠. 다시 불을켜면 또다시 이전과 같은 상황... 예전 경찰서 외부주차장의 기억이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 지더군요. 그래도 이번에는 직접 눈으로 보는게 없어서 그런지 몸이 굳거나 하지않고 오히려 더 침착해 지더라구요. '그래 불을 켜면 소리가 안나니까 일단 불을 계속 켜고있자.' 방에 불을 켠 채로 무서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게임에 집중했습니다. 혹시 다시 창문소리가 들릴까 헤드폰 소리도 거의 최대치로 올린 채로요. 그렇게 어느정도 게임을 하다보니 다시 괜찮아 지더라구요. 다시 게임에 집중하면서 탱을 다음 구역으로 넘기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 주유소 건너편 검방(방이 어두워서 이름이 검방입니다.)을 들어 갔을 때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걸 봤습니다. 컴퓨터 화면이 아닌 모니터에 비친 창문쪽이였죠. 처음에 보았던 그 환풍기 그림자였습니다. 그 그림자는 제 창문 양쪽을 천천히 왔다갔다 하고 있더군요. 그건 처음부터 그림자가 아니였단 걸 깨달았죠. 그 것은 지금까지 제가 불을 끄면 창문에 서서 노크하고 불을 켜면 창문 앞에서 서성거린거였어요. 저는 그날 아침이 될때까지 제 방에서 꼼짝도 못한 채 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무서워서 다른방으로 가기위해 방문을 열거나 한다면 제 앞에 나타날 것 같았거든요. 아침이 돼고 거실에서 사람소리가 날때가 돼서야 겨우 컴퓨터를 끄고 안방으로 건너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며칠간 괜히 방이 덥다는 핑계로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자면서 그 날의 충격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말차 마지막날 중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그 날 내가 확인차 창문을 열어봤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지말자. 끝난 일이야.' 그리고 가까워지는 경찰서를 보며 이 경험이 제 마지막 경험일거라고 믿고 싶었죠.

 

 

지난 번에 이어 제가 겪었던 두번째  일입니다. 직접 겪은 일이다보니 별일 아니지만 다시 글을 쓰면서도 소름끼치네요. 당시 생각도 나구요. 시간이 될 때 전역 후 그 집에서 겪었던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또 한번 써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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