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얼마전 헤어진 사랑하는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한동안 멍하니 그 생각만 하다보니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것 같더군요.

그래서 아는동생하고 통화나 좀 해볼겸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바람쐬러 나가는 장소가 염주동성당이란 곳인데 저희집에서 조금 걸어나가 육교를 건너면 있는곳입니다.

그앞에 계단에서 앉아있다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자주 가곤하죠.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도 거기서 자주했구요.

어제저녁도  전 어김없이 성당앞으로 가서 계단에 앉아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계속 통화를 하다보니 벌써 11시 50분 정도가 되었더군요. 이녀석이 알바를 하고 집에온거라 많이 피곤할꺼같아

피곤한데 너무 오래 통화해서 미안하다고 쉬라고 말하며 끊었습니다. 통화할땐 몰랐는데 끊고 나니 이세상에 나 혼자

남은거 같은 쓸쓸함이 온몸을 휩싸고 돌더군요.. 쓸쓸한맘에 이어폰을 귀에꼽고 무거운 발걸음을 집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습

니다. 집으로 가기위해 육교를 올라서서 건널려고 하는데 인기척도 없고 가로등 불빛도 꺼져버린 그 길이, 아까도 건너왔던

그길이 갑자기 너무 낯설고 무섭더군요. 전 기분탓일꺼라며 건널려고하다 그냥 큰길로돌아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육교계단

을 거의다 내려와 마지막 계단을 내려가기위해 길바닥을 본순간 등골이 오싹해짐과 동시에 등더리에 땀이 어디까지 경유했는

지를 알수있을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졌습니다.분명 사람도없었고 발소리도 나지않았던 그 육교에 방금전까진 없었던 긴생머

리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그림자가 제 그림자와 나란히 있었습니다. 순간 놀라서 굳어버렸던 저는 "내가 요즘 개폐인이

되있다보니 별걸다보고 놀라네, 노래소리땜에 발소리를 못들었나보다"라고 나름의 위로를 하고 집으로 가기위해 신학대 옆

언덕길로 다시 걸어가고있는데 제 옆의 여인네 그림자는 제 그림자와 나란히 걷고있더군요..제가 걸어가면 같이 걸어가고 멈

추면 같이 멈추고.. 완전 패닉상태에 빠진 전 속으로 침착하자고 외치기만 할뿐 아무것도 할수없었습니다.

땀은 이미 온몸을 적시고 눈은 퀭해진채로 온갖 생각을 하던 전 그 그림자가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기위해 천

천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제옆으로 좀 늙어보이는 아저씨가 지나가시더군요..그리고 제뒤엔 아무도 없었고 제옆의 나란히 서

있던 여인네의 그림자도 사라져버렸습니다..몇초동안 패닉상태로 서있던 저는 뒤늦게 저의 구세주인 그 늙은 아저씨를 따라

가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겼습니다. 근데 이상하리 만큼 그아저씨와저의 거리는 좁혀지긴커녕 더욱 멀어지더군요..  그아저

씨가 언덕을 넘어감과 동시에 다시 그 여인네의 그림자가 보일까무서워 달리다 시피 언덕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아저씨는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더군요. 다행히 다른 사람 몇명이 제쪽으로 걸어오고있어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다시 걸어갔고 신학대

후문에 다 도착했을무렵.. 제앞에 첫사랑이 전화를 하며 지나가더라구요.... 서로 마주치면 어색할까봐 전 신학대를 구경하는

척 신학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걸어갈수 밖에없었는데 몇발짝 지났을무렵 전 다시 뒷걸음으로 신학대 안을 들여다 볼수 밖

에없었습니다.방금 그녀옆을 지나가면서 신학대 안을 보았을때 분명 철문은 잠겨있는데 아저씨는 저 어두운쪽으로 천천히 걸

어가시는걸 보앗기때문이죠.. 뒷걸음질 쳐서 다시 보았을땐 이미 아저씨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혹시나 철문이 열려있는지 확

인하기 위해 열어보았지만 굳게 잠겨 열리지 않더군요...

제가 정문쪽으로 가서 한 1시간 정도 기달려 보았지만 아저씬 나오시지 않으셨구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런 경험 해 본지라.. 신기해서 경험담 써봤습니다.

날도 더운데 힘들 내시고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