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네가지 이야기 (스압)

미뿔 작성일 16.08.09 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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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본격적으로 덥기 시작하네요...

 

여름하면 생각나는 대표음식 몇개있져

 

.. 수박 아이스크림 미숫가루?ㅋㅋ

 

근데 저는 가장 맛있고 즐겨먹었던게

 

보리차..것도 살짝 살얼은거...목마를때 시원한 보리차로 목축이고 살얼음 하나깨서 먹으면

 

머리가 띵하면서도 정말 맛있었는데ㅋㅋㅋ

 

여튼 이거랑 이야기랑은 상관이 없고

 

중학교시절 여름 이었네요...지금은 20대 후반이네요 ㅠ.ㅜ

 

땀뻘뻘흘리면서 집으로 쫄래 쫄래 오니 옆집아주머니 와계시더군요...

 

울엄마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

 

나 "엄마 내왔따아~~~~~~"

 

엄마 "어여 온니라(어여와 이런뜻)..아줌마 한테 인사안하나.."

 

나 "가방풀고 할라캤다..ㅋㅋ아줌마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야..배고플낀데 밥무라 어서"

 

엄마 "어떡 씻어라

 

부엌에 가면은 반찬 다 올려져 있으께 니가 밥만 퍼다 무"

 

나 "아르떼이~"

 

저는 밥먹는 와중에 두분이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밌게 하시는지 입은 씹고 있으면서도

 

귀는 연신 거실로 향했죠...

 

밥을 거의 마시듯이 먹고..보리차로 입가심하고 거실로 나와 선풍기 앞에 앉았죠....

 

선풍기를 강으로 해놓고 얼굴을 가까이 하고선 "아~~~"하고 소리질러댔습니다...

 

엄마 "가시나 시끄럽다.. 가가 씻그라..지지부리 하이 해가 있지말고

(해석하면 지저분하게 있지말고 입니다ㅋ) 

 

혼차 선풍기 다 막고 있노..."

 

나 "알았따아...쫌만 있따가 씻으께~~"

 

그러면서 점점 두분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등에 간간히 소름이 돋게 됩니다.

 

그때부터 들은 이야기가...

 

어머니가 지금 60대 중반이신데 (저는 늦둥이입니다ㅋ) 

 

어머니 어렸을때 기이한 일이 많았나봐여

 

형제도 많았던 터라 먹고 살 방법이 마땅치 않아

 

다들 뿔뿔히 타향살이 하며 우리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 돈붙여 드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오고그랬나봐여

 

젤큰이모께서 일주일에 한번씩 오셨는데

 

그날 본집에 오는 날이라 마중을 갔답니다...

 

원래 항상 외할머니 혼자 가시다가 저희 엄마가 하도 바람쎄고 싶대서

 

같이가자고 조르셨답니다..“가시나 마..집에 있지..만데 고생할라꼬..”

 

그래도 저희 엄마는 좋다고 히죽히죽 웃으시며 따라나섯답니다..

 

토요일날 일이 끝나면 항상 7시쯤 이었는데...본집에 오면 9시정도? 였다합니다

 

그때 울엄마의 나이는 지금 이야기속 저의 나이보다 어렸습니다..

 

그니깐 초등학생쯤?...항상 계곡위의 다리끝에서 기다렸는데....

 

그날은 9시반..10시가 되어도...큰이모께서 나타나지를 않으셧답니다...

 

아무리 여름이었지만.. 시골이었던 터라 점점 바람도 거세지고...

 

바람때문이라기 보다는 한기 같은게 느껴졌데요...외할머니도 저희 엄마도 오들오들

 

떠시다가... "안되겠다 너거언니 안올모양인갑다 가자.."

 

그러시곤 두분은 돌아섯답니다...그때 저 반대편 다리 끝에서 

 

"엄마...엄마...내왔다" 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더래요..

 

작지만 또렷한 소리였데요.외할머니는 흠칫 놀라셨고..........

 

우리 엄마는 깜짝 놀라서 큰이모께서 오신줄 알고 외할머니 보고 

 

언니 왔는갑다 이렇게 말씀하실려고 했는데 외할머니 표정이 정말 안좋으시더래요

 

그리곤 하시는 말씀이 "야..야..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재이"

 

하곤 저희 어머니 손을 꼭 움켜 잡으시곤 침착하게 걸으시더랍니다...

 

할머니는 경험상 알고 계셧겠져..큰이모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는 첨 겪는 일이라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저러시나..하며 갸우뚱했지만

 

직감상으로 할머니의 어두운 표정에서 느낄수 있었대요..뭔가 위험하구나...

 

한걸음...한걸음..땔때마다...

 

"엄마아!! 엄마아!!!"

 

너무 급하게 뒤에서 부르더래요...

 

울엄마는 순간 큰이모가 정말 맞지 않겠냐는 의문을 가지면서...뒤돌아보려고 하는데

 

외할머니께서 꼭 잡은손을 확 잡아 당기시고는 

 

"야야..불러도 대답하지말고 뒤도 돌아보지 말그라이.."

 

엄마는 그저 멍한 상태..할머니는 굳어버린 표정..그렇게 두분은 손을 잡은상태로 

 

집방향으로 한걸음한걸음 때셧다고 합니다....

 

한걸음 걷고 있으니 또뒤에서 "엄마 !!!" 또 한걸음 때니 "엄마아!!!!!!!"

 

나중엔 악이 섞인 목소리 같았다고 했습니다...다리에서 멀어질때마다 그목소리는

 

점점 커졌고...처음에 작게 들리던 그소리는 나중되니

 

산중에 울려퍼졌다고 합니다...안돌아보면 안될정도로 가슴이 조여왔답니다

 

저희 엄마는 결국 그렇게 신신당부하시던 외할머니의 말을 어겨버립니다....

 

뒤를 돌아본거죠...기이한것을 한동한 멍하니 바라보셧고..

 

그와중에 다급하게 외할머니가 소리치시는 것을 들었다고 하셧습니다...

 

"얼른 고개돌리라 퍼뜩!!!!" 말은들리는데 몸이 말을 안듣더랍니다...

 

어느순간 기억이 없어지셨고...

 

그리고 깨어났을땐 집이었다고 햇져...

 

새벽이었는데 할머니는 오들오들 떨고 계셧고...

 

외할머니는 다시 저희 엄마를 눕히시면서 

 

"오늘 본거는 다 잊어묵어뿌래이" 하시더랍니다..

 

다음날

 

저희 어머니는 그다음 상황을 직접 외할머니께 듣지 않고 

 

옆집할머니와 외할머니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금 이야기속의 저희엄마와 옆집아줌마가 나누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저처럼 말이져....

 

외할머니는 저희 엄마가 뒤를 돌아보고 멍한상태로 정지되었길래

 

얘가 홀렸구나 싶어 소리지르시다가 쓰러지기 전에 바로 들쳐 엎고 뒤도 안돌아보고

 

신발이 벗겨지도록 미친듯이 집으로 달리셧답니다...

 

집에 도착할쯤 할아버지께서 집밖으로 막 달려 나오시더랍니다...

 

“머꼬 이거..아와 기절했노?” 저희 할아버지는 엄마를 받으셔서 안으셨고

 

외할머닌 터덜터덜 기운빠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와 물한모금 퍼드시곤

 

가쁜숨을 몰아쉬시는데 외할아버지께서 하시는말씀이 “너거(외할머니랑 엄마)

 

나가고 아차싶던데 큰아 어제편지왔었어 못온다고 내말해준다 카는기

 

내에~주말마다 오던기 아오이끼네(늘오던게 안오니깐) 주머니에 편지넣어놓코

 

난도 삼통 까묵었뿟네..너거 쪼매 있다 들어오겠지 싶었는데 한참을 아와가 

 

걱정이 되가 막 뛰나가던 참이였어 밖에서 무슨일 있었드나? 으잉?“

 

하셨답니다.. 저희 엄마가 들으신건 여기까지구요

 

그때 저희 엄마가 본건 무엇이엇을까 라고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을 품는 도중 보신것을 묘사하셧습니다...

 

뒤를 돌아봤더니 큰이모는 없고 까만색 옛날 할아버지들이 걸쳐입는 

 

길다란 한복같은걸 걸쳐입고...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무엇인가가 다리위에 서잇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리는 어깨까지 오는 산발이었고..신발은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고 합니다...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여 입만 보였는데 그입에선 큰이모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며

 

"엄마,,엄마,,"소리를 내는데 가히 그 모습이 매우 기이해 

 

넉을 놓을수 밖에 없었다고 하셧습니다...

 

그리고 춤을추며 한걸음씩 한걸음씩 외할머니와 엄마 쪽으로 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까워 질때마다 엄마를 찾는 목소리는 커졋고 다급하게 들렸다고 합니다..

 

덩실덩실 여유로운듯 춤을추는데 입은 매우 다급한 목소리를 내는것을...

 

상상하고 있자니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엄마가 묘사한 모습을 도화지에 그림그리듯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그리고 있을때

 

그때 엄마가 등짝을 쫘악 하고 쳣습니다...저는 너무놀래서 "어우!!!!!!!!엄마아!!!!!!"

 

하고 소리 쳤습니다 ㅋ

 

저는 아픔보다 그이야기에 너무 집중해서 놀라버린거죠

 

엄마 "씻는다미 언제 씻을끼고..어떡가서(얼른)씻그라..옷갈아입고

 

테레비 보든지 드가가 숙제하든지..

 

와 얼빼고 앉아있노...비키라 선풍기 바람안온다"

 

나 "알았따아.....쪼옴...."

 

아줌마 "학교서 공부좀 하나..우째되노(깔깔).."

 

엄마 “아이구..00엄마..야 일찌감치 공부는 손놨다..”

 

아줌마 “머..그럴까봐..아직 어린데..시간지나봐야알지..

 

나 "엄마 내 씻으께에~~~~!!!!"(본인은 공부라면 할말이 전혀없음 ㅋ

참고로 여자임 ㅋ)

 

욕실에서 물정말 작게 틀어놓고 문열어놓고ㅋㅋ조심조심 씻으며

 

다시 거실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됩니다...

 

 

그리곤 저희 엄마는 아가씨가 되어서 이기이한 것을 한번더 보게 됩니다..

 

요기까지 쓸께영...일단 쓴거 보고 반응좋으면 또 올리든가 할께요...

 

아니 반응안좋아도 ..시간이 많아서 ㅋㅋㅋ 또쓸꺼에요...ㅋㅋㅋㅋㅋ

 

 

여름이라 음식드시는거 조심하시구요

 

쓰다보니 잡다한 대화가 더 많은거 같네용.ㅋㅋ

 

우리 무서운 이야기 많이 공유합시다아~~

 

읽느라 수고하셧어용!!!

 

 

 

 

[두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잘지내셨졍

 

전편에서 추천수 보고 너무 놀랬습니다...

 

원래는 짧게 쓸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기억이 기억의 꼬리를 물드라구요..

 

저희 어머니 설명하시던거 고대로 옴겨놓긴 했으나 느낌은 반의반도

 

못옴겨놨는데 그래도 재밌다는 분들보면 저는 그저 송구스럽네요..ㄳ드리구요 

 

죽일놈의 시간은 남아도는데저희 어머니 말씀대로 깨을바자서(게을러서)

 

쓴다 쓴다 하는게 늦어버렸습니돵 ^^

 

쓰기전에 이것이 과연 정말 있었던 일일까...무책임하게도 딱히 드릴말씀이 없어서 참......

 

읽으시는 분들은 그저 제귀를 의심하십시요..

 

각설하고

 

 

 

 

첫번째 들었던 이야기보다 두번째 이야기가 어머니께서 설명하시는 스펙이 장난아니셨습니다..

 

씻으면서 간간히 봤을땐 엄마의 설명도 무서운데 모션까지 더해져서 흠찟흠찟 놀랐었는데..

 

그러나 글로써 그 무서움을 다 전해드리지 못할것 같은 섭섭한 아쉬움을 미리전해드림과

 

더위가 좀 물러났으면 하는 바램과함께...

 

두번째 이야기 이어갑니다...

 

방에 들어와 슈퍼맨처럼 초스피드로 옷을갈아입고

 

욕실로 씻으러 갑니다.

 

앞전의 이야기 보다는 상황 묘사가 훨씬 없고 주로 대화식으로 이어갑니다..

 

 

엄마 "(쫑알 쫑알 쫑알) 그래가 나갔따카이"

 

아줌마 "저녁때 되가?"

 

엄마 "어..밥묵고..내 밑에 밑에 동생이랑 나갔찌"

 

 

그일을 겪은 어머니는 마치 꿈을꾼것 마냥 일상생활로 돌아오셨고 그때 봤던 그 기이한 것은

 

까마득히 잊고 지내셨죠...세월이 지나 형편이 나아지자 뿔뿔히 타향살이 하던 몇몇 이모들과 삼촌들은

 

집으로 들어오셨고 어머닌 어엿한 숙녀로 자라셨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겪은 기이한 체험의 

 

계절은 초봄이었답니다....바람과 물이 아직은 찰때이지요.

 

초처녘에 밥을먹고 심심하셨는지 저녘 마실을 나가셨답니다.

 

아마도 아가씨가 되고나니 자꾸 어디 놀러는 가고싶으신데 마땅히 갈곳은 없고 그래서 마실을 나가신듯해요?(제추측)

 

넷째 이모와 함께 동네 이래저래 한바퀴 돌고 (순찰?ㅋㅋ)나니 시간이 많이 됐다싶어...

 

이제 집으로 들어가시려고 설렁 설렁 발길을 돌리셨답니다...

 

그일을 겪은후론 다리고 머시기고 일체 저녁에는 집밖에 나오질 않으셨는데

 

세월이 지나니 까맣게 잊은것이지요..점점 현실에 눈을뜨게 되고...

 

그 문제의 계곡위 다리에 또다시 지나치게 되셨답니다..

 

아무생각없이 저희 넷째이모와 수다를 떨며 건너는 도중 그 추운 겨울에 누군가

 

씻는소리가 들려서 깜짝놀라셨답니다... 넷째 이모가 저희 엄마보고(저희 엄마는 셋째이십니다)

 

넷째이모 "흐? 니야(언니)저밑에서 누가 씻는갑다..."

 

그리고 잠시후......

 

첨벙첨벙소리와 함께 도깨비불 같은게 두개가 공중에 떠서 엄마와 이모쪽으로 서서히 오더랍니다...

 

 

 

그것이 점점 가까워 지는데 ...................

 

 

 

자세히 보니 사람 두명이었고 이웃집 내외분이셨다고 합니다...

 

저희 엄마와 넷째이모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숨을쉬며

 

엄마 "아줌마 아저씨예.. 깜짝놀랐잖아예..."

 

아줌마 "아이고 00집 딸래미들 아이가.."

 

엄마 "예..ㅎㅎ 근데 와 여서 나와예?"

 

아저씨 "마누라캉 내캉 원래 일끝내고 나면 이리저리 한바꾸 돌고 여서 

 

이바구 까미(이야기하며) 손발좀 적시다 가니라..."

 

아줌마 "우리사 머 원래 여 자주 나오이끼네 (나오니까) ... 그렇다 치도 너거는 우짠일이고..?"

 

엄마 "저희 저녘묵꼬 심심해가 마실 나왔써예" 

 

물이 아이까 마이찰낀데(물이아직차가움) 안추부예(안추워요)?

 

아줌마 "여 한겨울에도 와가 잠깐슥 손발 적시다 가는데..모..

 

너거 끼리만 이래 다니노 위험하구로.."

 

엄마 "저희는 아줌마 아저씨 따문에 시껍했어예..ㅎㅎ ..더 있다 가실라꼬예?.."

 

아저씨 "어언지(아니) ..인자 드가야제..저저 우리랑 같이드가자 너거끼리 가면 위험하다..."

 

그때 저희 넷째이모께서 급제안을 하셨답니다...

 

넷째이모 "니야 내 모 묵고싶다..."

 

엄마 "아까 밥묵고 나왔잖아.."

 

넷째이모 "몰라, 입이 심심해죽겠따...우리쪼매만 여서 기다맀다 동이오빠야 오면

 

(동이는 저희 큰외삼촌이십니다.저희 넷째이모보단 오빠죠.)

 

꼬시가꼬 맛있는거 사달라 캐가 같이드가자...니야도 어자피 돈읎다 아이가..."

 

엄마 "지금 이시간에 돈있으봤자 맛있는기 어디파노..."

 

넷째이모 "몰라..그냥..집에 드갈라카이 왠지 아숩잖아"

 

저희 엄마는 잠시고민 하시다가 넷째이모의 급제안에 곧 동의하셨답니다...

 

엄마 "아저씨 아줌마 죄송한데 먼저들어가이소..저희는 동이 기다릿다 같이 드갈랍니더..."

 

아저씨 "너거끼리 안위험하긋나...괜찮겠나?"

 

아줌마 "머스마는 머 혼자와도 괜찮은데 처녀둘이 이래 놔뚜고 갈라카이 맘이 안핀해서 그렇지"

 

엄마 "괜찮심더..^^인자 저희도 다컷으예.."

 

그때 아줌마 아저씨께서 불을 한개씩 들고 계셨는데...

 

(저희 엄마가 착각하신 도깨비불 ㅋㅋ나무에 불붙여서서 손전등마냥 가지고 다닌거)

 

그중하나를 주시며 이거 가지고 있다가...혹시나 눈에 이상한게 보이면 이걸로 인정사정없이

 

휘둘러라 하셨답니다...(제생각인데 그냥 주위가 어두우니 장난식으로 말하며 한개 주신듯 합니다)

 

그 한개를 받아가지고선 아줌마 아저씨께 인사치례를 하고

 

"아줌마 아저씨 조심히 가이소~~"

 

그리곤 다리에서 기다리기 시작하셨답니다..

 

그때까지도 어렸을때의 끔찍했던 다리위 경험은 쌔까맣고 잊고 계셨답니다...한치의 의심도 없이.....

 

묶인 대화내용을 끊어서 쓸려니..힘들군요.마치대본같구려 ㅎ

 

여쨋뜬 두분은 기다리는 와중에 넷째이모께서 입이 심심하셔서 그러셨는지 연신 엄마께

 

무언가를 조잘조잘 떠드셨다고 합니다...넷째이모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간간히 추임새도 넣어주시면서

 

그렇게 다리 끝에서부터 끝까지 왔다갔다 하시며 이야기를 하셨다합니다...

 

그런경험많죠 .. 여자끼리는 팔짱끼고 이야기하다보면 계속 같은자리 뱅글뱅글 맴돌게 되는거....

 

그렇게 이야기 하던 도중............

 

"니야 그래가 있짢아...그머스마가..(조잘조잘)"

 

 

첨벙...첨벙....첨벙.....

 

 

"니야도 보면 알잖아 좀 아가 으리하다 아이가"

 

 

첨벙....첨벙...첨벙.....

 

 

저희 넷째이모의 조잘거리는 수다소리에 간간히 섞여 들리는 물소리...............................

 

엄마 "니 잠시만 입다물어봐라....."

 

넷째이모 "와...?"

 

엄마 "저거 들리나?"

 

넷째이모 "모가???"

 

엄마 "잘들어봐라.기지바야..저물소리..."

 

넷째이모 "모르겠는데....?기양 물흘러가는소리 아이가????"

 

엄마 "니귀에는 저소리가 흘러가는 소리로 들리나??...누가 씻고 있잖아.....!!!!!"

 

넷째이모 "아줌마 아저씨 아이또(아직) 안갔나?"

 

엄마 "미칫나...아줌마 아저씨가 간다카고 저밑으로 다시 씻으러 가게;;;..............."

 

넷째이모 "그면 누가 다른 사람이 씻고있겠찌..."

 

엄마 "일단 니 주디 다물고 있으라이...잠시만 있다 입띠바라(말해)..."

 

그리곤 얼마있지 않아 저희 넷째이모의 귀를 확신시켜주듯한 또렷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소리는 들을수록 우렁 차지더랍니다.

 

첨벙첨벙....

 

그리고 이어지는 말소리.....................

 

"아이구 시원하다..아이구 시원하다.........."

 

넷째이모 "봐라...사람이제..와 도깨빈줄 알았드나? "

 

엄마 "...물이아이까이도 마이 찰낀데이시간에 여서 씻는 사람이 

 

우리동네에 그래 많단말이가?????희안하다 참말로"

 

넷째이모 "근데에...목소리가 좀 요사스럽긴 하다"

 

그리곤 다시 넷째이모와 대화를 시작하시려다가 고개를 다리밑으로 획 돌렸답니다...

 

시야에 뭔가 들어왔기 때문이겠죠...다리 밑으로....그씻는 사람이 희끄무레 보이더랍니다...

 

저희 엄마는 한참 동안 그것을 지켜보았답니다.그 모습이 선명하지 않더랬죠...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리를 약간 구부리셨답니다.등은 숙이고 눈은 위로 최대한 치켜뜨고 그것이

 

혹시 동네 사람일까 싶어 온집중을 다하여 보던중

 

엄마 "야! 니...저거 보이나?..."

 

넷째이모 "어...근데 자세히는 안빈다....."

 

엄마 "까치발들면 비나 숙이야 비지(보이지)"

 

 

넷째이모는 아이에 엎드리셨다고 합니다....

 

 

엄마 "저게 모꼬.............................."

 

 

그리고 두분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위해 대화를 일절 중단하고 숨소리도 아끼셨답니다....

 

물 소리를 점점크게 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뿔싸....

 

그건 저희 어머니께서 어린시절에 보셨던 그러니까

 

앞전에 이야기 해드렸던 그것이었답니다....

 

까맣고 잊고 사셨답니다...기억에서 사라진줄 아셨답니다....

 

기이했던 그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였답니다....

 

그것은 먹이라도 발견한듯이 신나게 몸에 물을적시며

 

어머니와 이모쪽으로 점점 다가왔다고 합니다....

 

넷째이모님은 털썩 주저앉더니 엉덩이로 슬금슬금 뒷걸음 치시더랍니다...

 

씻는모습은 앞전에 설명드렸던 까만색 긴한복(할아버지들 입으시는거)

 

그걸 걸치고는 그 위에 연신 차가운 물을 끼얹으며 머리도 감더랍니다

 

정말 시원해서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악이받친 목소리로 들으라는 듯이.. 

 

"아이고 시원하다...아이고 시원하다"를 반복하며 다가오더랍니다.

 

그옛날 첫째이모의 목소리를 흉내내던 기이했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고 하십니다...

 

손으로 물을퍼서 옷위에 끼얹으며 "아이고 시원하다.." 하면서 가까이 와있고...

 

머리에 물을 끼얹으며"아이고 시원하다.."하면서 또 가까이 와있고

 

두가지 행동을 반복하면서 점점 가까이 오더랍니다.

 

 

손은 머리카락 사이에 집어넣은채 이윽고 물밖에 올라와서 가만히 서있더니...

 

 

 

 

달달달달달 떨면서 넋빠진 어머니와 이모가 있는 다리쪽으로 오더랍니다.....(지도 춥긴 추웠나 부죠?ㅋㅋ)

 

너무 가까워진 거리..관찰하기 싫지만 눈에 보이는건 어쩔수 없으셨겠죠.

 

내얼굴은 입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듯 얼굴반을 덮고있는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집어넣은 앙상한 손가락,목은 거의 없다시피 했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갓 그리기 시작할때 얼굴다음에 목빼고 몸통바로 그려놓은 그림처럼... 

 

그 괴기 스러운 모습을 보고있자니 오줌보에 힘이 풀리셨다 합니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띄더니.....그입에서 나온소리는

 

 

"들어와서 내머리좀 감겨도....(킥킥킥킥킥킥킥)"

 

 

"내머리좀 감겨도....(킥킥킥킥킥)머리좀 감겨도...."차분하게 말하며 기분나쁘게 웃어대더니

 

 

나중엔 머리좀 감겨달란 소리가 점점빨라지더랍니다...

 

 

"들어와서 내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머리좀감겨도..."

 

 

전편이야기에서 안돌아보면 안될정도로 가슴이 조여왔었다고 했었죠..그것처럼

 

 

그목소리를 듣고있자니 싫어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밀려오더랍니다.

 

 

쉴새없이 바쁜 그것의 입모양..

 

 

 

 

그러더니...

 

 

 

 

 

"머리좀 감껴도오!!!!!!!!!!!!!!!!!!!!"하고

 

나중엔 악을쓰며 소리 소리를 지르더랍니다..

 

...벌써 넷째이모는 정신줄 놓으셨고 엄마는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일념하에 아저씨께서 주고가신

 

불방망이를 그것앞에다 마구 휘드루시며 목이 쉴정도로 외치셨답니다...

 

 

"훠이 훠이...물러가라..물러가라아!!!!!!!!!!"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여....

 

저희 엄마가 정신을 차리 셧을땐 횃불은 이웃집 아주머니 손에 들려있고

 

(불방망이가 아니라 횃불이 좀더 가깝겠네요)

 

외할아버지께선 엄마를 마구마구 흔드시며 한쪽뺨을 계속 때리시더랍니다.....

 

"정신차리라!!!!!! 정신차리라...!!!!!!!"

 

저희 외할머니께선 등도 정말 아프게 몇차례 때리셨답니다.....

 

외할머닌 축처진 저희 엄마를 부축하고 넷째이모는 외할아버지 등에 업힌 채로 

 

횃불을 든 이웃집 아주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 오셨답니다....

 

(요부분의 아주머니와 앞부분에서 횃불을 주시던 아저씨의 아주머니와는 다른분이신 모양입니다)

 

 

 

 

 

바로 고다음날은 어머니도 그렇고 넷째이모도 그렇고 집밖으로 꼼짝도 못하셨답니다...

 

 

큰외삼촌 "누부야(누나) 괜찮나? 둘이서 내기다리다가 머 이상한거 봤 "

 

엄마 "그래! 니 쫌 일찍좀 댕기라. 요새 와 만날 술이 떡이 되가 집에 늦가오노.."

 

큰외삼촌 "....미얀타........"

 

엄마 "됐따마 그기 니탓도 아이고 연이(넷째이모) 한테가서 맛있는기나 사주라 어제 기양 집에 

 

들오기섭섭다 캐가 니한테 맛있는기나 얻어먹자 카미 기다릿는긴데.." 

 

 

그일이있고 이틀 사흘이 되어도 그것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답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는 그날일에 대해서는 당체 아무말씀도 없으시길래..

 

차라리 아주머니 한테 가서 그때 상황을 물어보는것이 낫겠다 싶으셔서 아주머니 집에 찾아가셨답니다..

 

아주머니 집이 엎어지면 코닿는 데였는데..벌건 대낮인데도 몇걸음 걷는게 그렇게 무셔우셨답니다

 

 

엄마 "아주무이 저왔어예.."

 

아주머니 "오야,오야..벌씨로(벌써)나왔노. 안그래도 내가 들리볼라 캣디..

 

돌아 댕길만 하나? 동생은 좀 괜찮고?"

 

엄마 "아적까지는...내나 동생이나 좀 그렇네예..식사는 하셨어예?"

 

아주머니 "내사 일찌감치 묵었지. 니는 머좀묵었나..안묵었으면 상좀 내주고..

 

엄마 "아니라예 괜찮아예...집이 바로 코앞인데 집가서 묵으면 되지예 밥생각도 영없고"

 

아주머니 "대접이 하고파도 마땅히 내놓을 찬(반찬)은 없고,

 

밥잘챙기묵고 댕기라 삐썩야문것도(마른것도)보기안좋다" 

 

엄마 "아주무이 딴게 아이고예..저......제가 그날일좀 물어볼라꼬예..

 

제가....그날.....머.....머우야고..."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

 

그날 아는 집에서 보리튀긴거(뻥튀기?) 가져가라고 해서 가지러 가신김에 

 

수다좀 떨고 오신다는게 시간이 원캉 많이 되어 부랴부랴 나오셔서 다리쪽으로 갈려는 찰나였답니다.

 

누가 막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목소리가 낮익어서 후딱 달려가보시니 

 

저희 넷째이모는 다리에 퍽~퍼질러지셔서 허공에 넋놓고 앉아계시고 저희엄마는 고함을 고함을 지르시며

 

허공에다가 방망이를 막~ 휘두르시는 광경이 매우 당혹 스러우셨답니다.아무리 흔들어도 정신못차리고

 

저희 엄마가 아주머니 등뒤에다가 계속 방망이를 휘두르며 소리를 지르니깐 아주머니 눈에는 안보이는데

 

진짜로 등뒤에 뭐가 있나 싶어 등이 시리고 무서우시더랍니다.

 

그래서 큰일났다 싶어서 어머니댁으로 쫒아가셔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모시고 오셨답니다. 

 

 

 

 

 

아줌마 "..시껍했겠다 시껍했겠어..완전홀릿뿐네.. 그기몬고?"

 

엄마 "(허허) 몰래(몰라)..구신인동(귀신인지) 도깨비인동 .."

 

아줌마 "아이구 섬찟하다....근데 내는 어릴때 구신도 구신이지만은 범 그기 그래 무섭드라카이"

 

엄마 "아 그래 ..우리아부지가 범보고 한번 시껍하신 적이 있그든" 

 

 

 

 

 

 

'범? 범이 어쨋길래..'

 

 

 

 

 

'근데 범이 모지..호랑이?..'

 

 

 

 

'아왜 얘기를 안해...'

 

 

 

 

'...왜이래....조용하지.....'

 

 

 

 

고개를 들었을땐 저는 심장이 멎는줄 알았습니다.....

 

 

 

저희엄마가...거울로 저를 쳐다 보고 계셧습니다...

 

 

 

엄마 "니 머 엎드리가 세민때에(세면대)에 물받아놓고 절하나?"

 

나 ".............어............아니................?"

 

엄마 "씻으러 간기 내도록 세민때에 엎드리 있으이 안카나...

 

물 빨리 잠가라 수돗새 마이 나온다 물을받아가 쓰지 틀어놓고 쓰노(잔소리4절 생략)"

 

그렇습니다...저는 물틀어놓고 첨엔 좀씻는듯하다가 그이후론

 

아이에 세면대에서 씻는 자세로 어머니이야기에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겁니다...

 

허리를 들었을때 뽀깨지는줄 알았습니다 ㅋㅋㅋ

 

엄마 "얼른 씻고 나온느라..아줌마 화장실가야된다.."

 

아줌마 "막내 다 씻었나..아줌마 화장실좀 가자 "

 

나 "네~~다 씻어가요~~~~"

 

엄마 "00엄마..우리 출출한데 국시(국수)좀 끼리(끓여)묵으까?

 

아줌마 "좋지...마 나이 드이까 국시가 최고다...위에 부담덜가고이...소화잘되고....

 

막내 니도 국시 물래?"

 

엄마 "금방 밥뭇는데 머...자는 아이 국시맛 모린다... 라면같은기나 좋아하지 "

 

아줌마 "(깔깔)그래 어릴때는 원래 라면같은기 땡긴다"

 

 

어머니는 부엌으로,아줌마는 제가 나온욕실로, 

 

저는 제방으로 들어가 존슨씨네베이비 로션만 대강 쳐바르고 거실로 조용히 나옵니다.

 

곧있음 '범'(호랑이) 이야기를 할테니깐여..

 

눈은 티브이를 손은 티브이볼륨을 줄이며 귀는 부엌으로 집중시킵니다.

 

곧 시작 되겠지?....흐흐...

 

 

어머니께서 총 네가지 이야기를 아주머니한테 하셨는데 세번째와 네번째는 연관되므로 합을(?)

 

짜보겠습니다.

 

비오나요? 여기는 오다가 좀 그쳤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덥겠죠?

 

에어컨 트니깐 춥고 선풍기 트니깐 뜨신바람 나오고...에효...

 

맛있는거 많이들 드시구용~~~

 

읽느라 너무 너무 고생 하셨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

 

 

 

 

 

 

지금이순간, 가장 무서운건..

 

나이가 한두살 들어갈수록 늘어가는 걱정거리 들입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쓰고나서 뒤돌아 한숨자고 두숨자고 세숨자고 일어나니 만사가 

 

영~귀찮아 지는것이었습니다.

 

단 한명이 보더라도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 겠기에..

 

일단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아줌마 " 요새는 국시 무도 소화가 안빠르데이.."

 

어머니 " 커피 한잔 무까?"

 

아줌마 " 내가 커피 태우꾸마.."

 

어머니 " 앉으있그라..막내야 들어와가 설거지 하고 커피좀 태아라"

 

아줌마 " 아이고 마 티브이 보고 놀게 나따뿌라(내버려둬)"

 

어머니 " 자꾸 자꾸 시켜야 저거 어마이(엄마) 힘든줄 알지"

 

 

'늘 그래왔지만, 솔찍히 내가 젤 만만하긴 하지..'

 

죽도록 귀찮았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수 있다는 두근거림에

 

경쾌한 발걸음으로 부엌에 들어갑니다.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라고들 많이 이야기 하는데...

 

진짜 호랑이가 담배필 만큼 사람과 행동이 비슷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

 

계절은 여름이었고..잠을자도 자도 물위에 떠있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여

 

외할아버지 께서는 마르지도 않은 목을 축이시려 몸을 일으키셨답니다..

 

이때는 다시 저희 어머니가 어릴적으로 돌아갑니다..문제의 다리위 경험을 했던 그시절로...

 

 

 

 

 

 

어머니 " 돌아가실때도 을매나 힘들게 돌아가싯는지...

 

돌아가시고 한 10년까지는 계속 꿈에 나오드라카이 "

 

아줌마 " 난도(나도) 우리아부지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내도록 꿈에 나오데..

 

자는데 느낌이 이상해가 눈을 이래 떠보면 허리숙이시고 뒷짐지고 

 

나를 너무 무섭게 내려다보고 이래가 결국 벽에 걸린 사진 치웠뿌써.."

 

어머니 " 그래도 딸아들 구별 안하고..막내 저거 태어났을때 얼마나 이뻐했는동.."

 

 

 

 

 

 

 

 

옛날집들은 거의다 그러하듯이 어릴적 저희 어머니집도 초가집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집에 사셨답니다.. 방한칸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넷째이모 저희엄마 막내외삼촌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잠을청하고 있던중(다른이모와 삼촌들은 출가중) 

 

부시럭 거리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모를 육감이 어머니를 깨우더랍니다.

 

눈을떳을땐 혹시 꿈이 아닐까 하여 눈을 비비적 거리시며 외할버지께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셨답니다.

 

어머니의 시야가 선명해질때 눈에 들어온것은 외할버지께서 방문앞에 앉으셔서 

 

땀을뻘뻘흘리시며 방문에 대고 초로 원을 빙빙 그리고 계셨다 합니다.

 

잠에서 갓 깨신 어머니는 외할버지의 그런 행동이 기이하기만 하셨더랬죠.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계셔야 할듯해 숨을 죽이고 외할버지를 계속 응시하셨다 합니다.

 

그것도 잠시잠깐이지요..

 

나중되니 목이마르고 발에 쥐가나고 어지럽고 작은볼일까지 마려우셨다 합니다..

 

이거말을 해야할것 같긴한데 외할버지의 너무 진지한 의식같은 행동에 

 

차마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으셧답니다.

 

어찌 쥐가 나는 발이라도 풀어볼려 몸을 요리 조리 움직이시던중 

 

달빛에 비치는 창호지 문 밖에는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문밖...

 

에는 사람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형상이 보이더랍니다.

 

문밖의 형상 머리 윗부분에다 초를 천천히 돌리고 계시는 외할아버지..

 

발에 쥐가 나는 것보다 더큰일이 벌어지고 있는거 같아

 

고통스러움도 잊으신채 그 광경에 몰입하셨다합니다..

 

한참을 돌리니.. 문밖에 그것이 일어서더랍니다.

 

삐걱 삐걱 .. 마루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방문바로 앞 마루를 왔다갔다 하더니 다시 방문앞에 멈춰서더니 갑자기 엎드리더랍니다.

 

아래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는 느낌..

 

그것의 다음 행동은 시야에서 차차 흐려졌고..

 

그와 동시에 외할아버지는 초 돌리는걸 멈추셨다합니다.

 

방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촛농....

 

눈에 보이진 않으니 소리로 동태를 파악해 볼려고 하셨다합니다..

 

여기 저기 무언가를 질질 끌고 다니는 소리...

 

흙을 살살 파는 소리...

 

흙위를 사박 사박 밟고 다니는소리..

 

분명 일어설때와 걸을때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는것이 영락없는 사람이었는데

 

땅에 내려가서는 사박사박 걷는 소리가 짐승 소리마냥 발소리가 여러개 였다 합니다..

 

그렇게 얼마간 마당을 돌아다녔을까요..

 

다시 방문앞 마루위로 올라설때는 사람이 걷는것 마냥 허리를 세우고 걸어오더랍니다.

 

아까전과 같은 모양으로 다소곳이 앉더랍니다.

 

근데 어머니의 느낌에는 그것이 뒤돌아 앉아있는 느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느낌..

 

외할아버진또 뒤질세라 초를 그것의 머리쪽에다 문에대고 빙빙 돌리시더랍니다.

 

한참을 돌리고 있으니 그것이 팔을 한짝 들고 손으로 창호지를 살살 긁더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것의 뜬금없는 행동에

 

양반다리를 하고 초로 원을 그리시는 외할아버지는 

 

파르르 떨리는 팔과 함께 엉덩이가 흠칫, 들썩거리셨답니다.

 

어린 저희 어머니의 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저렇게 집밖만 돌아다니다 가겠지

 

이런느낌이었는데..집안으로 까지 침입할려는 느낌이 들자 순간 고요하던 심장이 요동을 쳤답니다.

 

맨첨엔 손가락 한개로 살살 긁어대던 소리가 손가락 여러개로 문을 긁어대니

 

서걱서걱 대는 소리로 바뀌었답니다. 이때는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걱정이 턱하니 밀려오더랍니다.

 

얼마안있음 뚫릴텐데..듣고있는 저까지 그때의 상황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번씩 숨소리가 간간히 들렸는데 그소리는 짐승소리마냥 거칠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저희 어머니가 깨셨다는걸 눈치채셨는지 뒤도 안돌아보시고

 

"퍼뜩 눈감고 자그라" 하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답니다.

 

어머니는 덜렁 누워 억지로라도 눈을감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셨을까요..

 

방안을 죽 훓어보시고 옆에서 아무일 없다는듯 

 

너무나 평온히 잠들어 있는 나머지 식구들을 한번 보셨답니다.

 

그것이 자리를 뜬후에도

 

날이 밝아 왔음에도 

 

외할버지께서는 방문앞을 묵묵히 지키고 계셨고

 

어머니는 횡한 천장만 멀뚱히 쳐다보고 계셨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어머니는 끝까지 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의 모습은 외할버지만이 보셨을겁니다.

 

다만 다음날...창호지문에는 손톱자국이 여러개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저희 막내 외삼촌 꼬꼬마 시절 동무들중 한명이

 

마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한명뿐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저희 어머니가 처녀때로 돌아와서..

 

시기는 봄이였고 ....

 

막내외삼촌 저희 어머니 이렇게 두분하고 동네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 삼삼오오 모여..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집을 나서기전 정상가까이 있는 큰바위 쪽까지 절대 가지 말라는 외할머니의 신신당부와 함께...

 

근데 그렇게 설명해주셔도 아나요..어디가 어디인지..

 

뿔뿔히 흩어져 산을 타던중 막내외삼촌은 저희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턱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그곳..아마 외할머니께서 신신당부 하시던 그곳이었나 봅니다.

 

막내외삼촌은 큰 바위를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고 저희 어머니는 신나게 꽃도꺽어보고 나물도 캐시다가..

 

횡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왔던 사람들과 너무 멀어졌음을 늦게 아시곤...

 

막내외삼촌이 궁금하여 고개를 들어 위를 보셨더랬죠.

 

작은 바위에 발을 딯고 큰바위에 매달린채 한참동안 내려오지도 않고 올라가지도

 

않으시는 막내외삼촌이 이상하여...그 쪽으로 다가가시던중..

 

막내외삼촌의 바지아래로 흐르는 소변줄기를 보셨답니다. 

 

뭔가 이상한것을 보셨던거겠죠..

 

바위를 탈줄 모르시는 어머니는 그저 밑에서 이제그만 내려오라고 다그치셨고

 

막내외삼촌은 요지부동이셨답니다.

 

몇분이 지났을까요..스스로 정신을 차리셨는지 눈물콧물 빼시며 엉금엉금

 

내려오시더니..

 

어머니 꽃따고 나물따던 그자리에서 잠시잠깐 앉아계시다가 벌떡일어서시며

 

"누부야 당장내리가자 당장 안카면 죽는데이"

 

그말이 너무 다급하고 절박하게 느껴져서 둘은 그저 뒤도 안돌아 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냅다 달리셨답니다.

 

삼촌의 말인즉슨.. 

 

큰 바위위로 얼굴을 쑥 올려 보니

 

동굴이 하나있었는데 그 앞에 동굴입구만한 큰바위로 입구를 막아놓았더랍니다.

 

그리고 입구만한 바위 위에는 어른이 입을법한 옛날 한복 윗도리 하나가 턱하니 올려져 있었는데

 

한복은 피투성 이었답니다..이때는 저희어머니가 처녀때이니 한복시즌은 한물간때였습니다.

 

그주위에 작은 바위도 몇개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도 피칠한 한복이 몇개 있었답니다.

 

일부러 피칠을 해놓은거 같은 느낌도 들더랍니다.

 

경계..다가오지 말라는 그런..경고?

 

그 이야기는 저희 어머니 막내외삼촌 입에서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의 입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 ..그근처에 오지말라꼬 그래놓은기지 싶은데..."

 

" 범이 한짓 아이겠나?"

 

라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함께 막내외삼촌은 저희 외할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으셨답니다.

 

"그 깊은데 까지 드가지 말라 안카드나..이유가 다 있어가 하는말 아이가"

 

그리고 다큰 막내외삼촌께서 어린애 마냥 떨면서 이런말을 하셨답니다.

 

"그 바위 위에 얼라들(어린애들) 옷도 몇벌 있었는데

 

우리 어렸을때 같이 놀던 애들중에 한명 사라졌다 캤는 아 있었잖아

 

혹시 그아도 우리 아까 갔던 거기서 사라졌는거 아이가?"

 

 

 

열심히 커피를 태우고 설거지를 하며 이제껏 들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보니

 

마치 딴세상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몽롱했었죠.

 

내가 살고있는 이세상에 저런 일도 일어날수 있는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퍽퍽했습니다.

 

 

 

 

 

아줌마 " 커피 너무 달다 ㅋㅋ 그래도 잘마싯데이 막내야.

 

오늘 너거 집에서 이것저것 마이도 주서묵었네."

 

어머니 " 머 짜다락(마땅히 많이) 대접한것도 없는데.."

 

아줌마 " 괜찮다. 내일 저녁때 우리집에 너거 아저씨랑(우리아빠) 온느라..

 

우리 아저씨랑(아줌마남편) 같이 두류치기(제육볶음?)에 술 한잔하자.

 

좀있으만 너거 아저씨 오시겠다.."

 

어머니 " 갈라꼬? 좀 더있다 가지 와.."

 

아줌마 " 너거 아저씨 퇴근할때 내 마주치면 이때까지 너거집 있었다고 안좋아한다.

 

그나저나 얘기 들은거 때매 잠다잤다. (깔깔)

 

막내 니도 낼 고기 묵으러 온느래이~"

 

어머니 " 멀뚱하이 서있지 말고 아줌마 가는데 인사하그라.."

 

나 "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는 아줌마를 현관 문까지 배웅하시곤 욕실로 향하시며...

 

"방에 드가가 흰빨래거리 갖고 나온느라 락스에 좀 치대자."

 

어머니의 명령대로 흰빨래거리만 욕실로 갖다 드리고 

 

나머지는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사부작 사부작 빨래를 하시는 어머니의 입밖으로 구슬픈 노랫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렸습니다.

 

'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마음처럼 마무리가 잘되지도 참 쉽지도 않습니다..

 

몇줄되지도 않는 글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니 ..죄송하구요.

 

앞으로 살면서 무서운일을 겪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종종 올리겠습니다.

 

미숙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수고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 " 당신자나?"

 

외할머니 " 안직 안자예... 와예?"

 

외할아버지 " 그날 내 한숨도 못잣다 카는날..

 

잠을자도 자도 물위에 떠있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고

 

목도 안마른데 목을 축일까..소변을 볼까 카다가..............."

 

 

요강을 가지고 들어 오시려고 문을 빼꼼히 여는데 마당 마루에 

 

어떤 이상한것이 자기집 마루마냥 턱하니 들어누워 있었답니다..

 

도둑놈이 머 훔칠려다가 마루위에서 잠이 들었나 싶어 얼핏보시니..

 

몸에 털이 수북해 저것이 짐승이구나 하셨지만 

 

얼굴을 하늘쪽으로 살포시 돌리자 달빛에 비친

 

그 얼굴은 사람과 짐승을 섞어 놓은듯한 요상한 형태에 눈살을 찌푸리셨답니다.

 

손발도 일반 짐승처럼 넓적하지 않고 가늘었답니다.

 

누워 있는 폼이 곱게자란 처녀마냥 움직일때도 그렇고 자태가 처연스럽고 얌전하니 고왔다구요. 

 

왠 처자가 이밤중에 쓸쓸히 마실나왔냐고 착각하실 정도 였답니다.

 

그 묘함에 한동안 살짝 넋을 놓으셨는데...

 

그것이 누워있는 채로 하늘을보다 그요상한 얼굴을 외할아버지 쪽으로 스윽~ 돌리더랍니다. 

 

동시에 외할아버지 고개가 같이 기울어 지셨답니다. 둘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거죠.

 

그리고는 그것이 웃으면서 입을 사악~벌리는데 이빨이 사람이빨처럼 가지런하지 않고

 

촘촘했답니다. 그것을 보자 자연스레 외할아버지도 입이 사악하고 벌어지셨답니다.

 

(행동하는것을 점차 따라하게 만들어 넋을 빼놓나 봅니다)

 

머리를 기울이고 입을벌리신채 그것과 마주보며 웃는 표정을 짓는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니 섬찟했습니다.

 

갑자기 획하고 일어나길래 깜짝 놀라셔서 아차 싶어 얼른 문을 걸어 잠그셨답니다.

 

일어나는 폼이 꼭 달려들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셨답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성냥을 우르르 쏟아내 초에 불을 붙이셨답니다.

 

동네에서 어떤 어르신이 혹시 범같은것이 보이면 뒤통수에 대고 초로 

 

빙글빙글 돌리라고 하시던 당부 때문이었죠.

 

 

외할아버지 " 아이 꼬리가 있으마 분명히 짐승인데 내참...살다살다 별 희안한걸 다본다"

 

외할머니 " 아이고..마 잊아뿌소..자꾸 생각하마 머합니꺼"

 

외할아버지 " 또 찾아 올까 싶어 카는기지..내생각에 범 범 카는기 그기지 싶어.."

 

 

외할버지께서 그것을 보신 몇일후 다 잘려고 옹기종기 누워있는데..

 

외할머니께 하시던 말씀이었답니다..

 

그시절의 범..그냥 단순한 짐승의 일종이었을까요..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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