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긴 돼지의 고기

금산스님 작성일 16.09.21 14:18:46
댓글 3조회 3,803추천 3

15년 전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 남부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태평양전쟁 개전 후 남쪽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세아니아 주변, 남쪽 섬에서 있을 적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네 소대가 섬을 조사하던 도중, 현지인 마을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심스레 영어를 기반으로 한 피진으로 말을 걸어보자 다행히 말이 통했다.

현지인들은 꽤 호의적이라, 축제까지 열어 환영을 해준다고 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 먼저 발을 들인 일본군이 고기잡이와 밭 경작에 있어 도움을 줬던 덕인 듯 했다.

외지인이 방문하는 것과 관련된 신앙도 있는 것 같았고.

할아버지도 경계를 풀고 환영에 응했다고 한다.

 


마을 안에서 연회가 시작되자, 생선과 과일 같은 음식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그런데 그 와중에 기묘한 고기가 있었다.

 


바나나 잎으로 고기를 싸서 쪄낸 요리였는데,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 같은 게 나 있었다.

 


마을 사람에게 무슨 고기냐고 묻자,

[긴 돼지의 고기입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그 섬 주변에는 식인 풍습이 남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소대원들은 곧바로 그걸 떠올리고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고 이별을 고하자,

 마을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 듯 과일을 선물로 주었다.

 


다만 어째서인가 할아버지는 "긴 돼지의 고기" 가 무엇인지,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간 척 하며 주변에 숨고, 마을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이 나오는 걸 보고,

"고기를 가지러 가는구나." 라고 생각해 미행했다.

그 사람은 숲 속의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주변에 숨어서 낌새를 살피니,

아까 들어갔던 마을 사람이 거기서 바나나 잎으로 싼 고기를 들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그 안에 잠입해보기로 했다.

동굴 안은 상당히 넓어서 안에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가 보자

그곳에는 목장 같은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 목장 같은 넓은 공간 한가운데, 네 발로 엎드린 사람이 스무 명 정도 있었고,

새하얗고 투실투실한 사람 같은 괴물이 봉으로 그들을 마구 때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고 할아버지는 너무 놀라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흰 괴물도 문득 할아버지를 발견해 시선이 마주쳤는데, 괴물 역시 깜짝 놀란 얼굴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흰자도, 검은자도 없는 새빨갛고 뒤룩거리는 눈알이 동굴 한가운데서 빛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것을 떠올리며 [그 놈은 결코 인간이 아니었어..] 라고 몸서리쳤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로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점차 괴물이 눈알을 치켜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 저 녀석 화가 났구나." 라고 알아차려 그 자리에서 죽어라 도망쳤다고 한다.

 


겨우 혼자 대대 본부로 돌아와 장교에게 봤던 걸 보고 했지만, 당연히 믿어주질 않았다고 한다.

원주민들이랑 약이라도 같이 한 거 아니냐는 비웃음이나 듣고 말았다나.

 


다음날 소대원들과 같이 어제 갔던 마을과 동굴을 찾으러 나섰지만,

기묘하게도 다시는 그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출처 : VK's Epitaph

 

 

금산스님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