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은 그랬어요.
지금 우리집 아래에 있는 그 놈은 뭐 악마, 귀신 이런거에 홀렸다기보다는
그냥 동성에 눈을 뜬.. 집착이 심한 일종의... 뭐랄까... 일종의.....
아주 xx새끼???;;;
적당한 표현이 잘 생각나질 않네요..;
여튼 비록 그런 이상한 놈이 나타나는 집이지만
적어도 지금 동생이 가있는 기도원보다는 우리 집이 더 나은거 같았습니다.
동생에게 나타났다는 마귀 라는게 실제 있는 거라면 오히려 성스러워 보이는 기도원에서
두 번이나 나타났던 거잖아요.
차라리 실체가 있는 놈인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그곳에서 마음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동생을 경계하거나
귀신들린 사람으로 여길까봐 찝찝하기도 했구요.
동생에게 전화하여 데리러 갈테니 전화하면 기도원 입구로 내려오라 이야기 했습니다.
목소리가 썩 좋진 않았지만 동생도 제 생각에 동의하더군요.
저녁을 먹고 집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 이상한 놈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아까 욕설 했던거 때문에 해꼬지 당할까봐 잔뜩 긴장해서 내려왔던게 허무했어요.
항상 주차장에 박혀있던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네비를 찍어보니 한시간 거리 였습니다.
시간이 밤 9시가 조금 넘었으니 서두르면 늦어도 12시 전에는 올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예열을 하고 있었는데요.
(한겨울에는 예열을 반드시 해야 좋다고 알고 있었어요)
보조석 쪽 창문을 누가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똑.. 똑.. 하고 딱 두번만..
깜짝 놀라 창문을 내렸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내려서 둘러봐도 아예 사람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 미x놈이 장난친건가 싶어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하고 기도원으로 출발했는데
마지막으로 간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시골인건 변함이 없더라구요.
한참 골목길을 올라가니 큰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오면서 기도원 입구가 보였습니다.
길 여기저기에 믿음, 기도 이런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좀 무섭단 생각이 들었어요.
현수막 같은 것도 많이 붙어있었구요. 무슨 집회 기간이였던걸로 기억해요.
여차여차 기도원에 도착하여 입구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똑.. 똑.. 하고 딱 두번 보조석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리더라구요
아까 출발하기 전에 들렸던 소리가 갑자기 오버랩 되면서 소위 멘붕이 왔었어요.
진짜 너무 놀랐거든요...
차에서 기계 때문에 나는 소리와 누가 창문 두드리는 소리조차 구분 못하는 바보는 아니에요.
몇몇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전 무섭거나 두려운 일이 생기면 허세를 부리는 일이 많아요.
지금까지도 그 버릇을 못고쳤습니다..;
방금 전 노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소리에 놀라서 그대로 얼음이 되었으면서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괜시리 그 추운 겨울에 굳이 차에서 내려 아무 소리도 못들은 것처럼
동생에게 전화를 하며 차 주위를 쓱 둘러보았었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지요.
모르겠어요. 그때 처음으로 동생 주변.. 또 내 주변에 뭔가가 있다는 걸 느꼈던거 같아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냥 싸해요..
분명 뭔가가 있는데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고 시선만 느껴지는 기분..
죄송하지만 표현이 잘 안되네요..;;
그 와중에 동생 놈은 전화를 안받더라구요.
그 넓은 곳에서 통화가 되지 않는 한 동생을 찾을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궁시렁 궁시렁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에게 쌍욕을 하며 가장 가까운 큰 건물로 걸어갔습니다.
욕한건 동생한테 화가 난다기 보다는 솔직히 무서워서 허세부린거였어요...
몸에 솜털까지 모두 곤두선게 느껴지면서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태연히 걸으려 노력했습니다.
몇 분쯤 걷자 한 건물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게 보였습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인데 드문드문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비록 애들이였지만 저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 쪽으로 다가갔는데
한 3~4학년은 되었을까? 싶은 여자애 하나가 저를 유독 빤히 쳐다보더라구요.
제가 너무 공포에 젖어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미췬놈하고
창문으로 눈이 마주쳤을 때처럼 가슴이 철렁 하는 느낌이 났었어요.
그냥 그 애가 무섭더라구요. 무표정하게 절 쳐다보는 모습이..
그냥 빨리 저 꼬마를 지나쳐야만 된다는 생각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참 저도 이상한 놈인게... 머리속으론 빨리 지나쳐야 한다고 생각 해놓고는
그 꼬마한테 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게 되더라구요.
순간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그냥 몸이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전혀... 눈꼽만큼도 화장실 갈 생각조차 없었는데....
심지어 화장실 바로 옆에서요.
한 5미터? 거리에 화장실이 있었거든요..딱 보이는 곳이요..
딱 그 꼬마한테 말을 거는 순간 참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실제 제가 겪은 일인지 아니면 그 순간 착각을 했던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말을 거는 순간 제 주변이 완전히 침묵...
영화 같은거 보면 주마등이 스치는 순간 소리가 하나도 안나자나요?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진짜 작은 소음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들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수십, 수백개의 시선이 저한테 꽂힌 상태에서 시간이 멈춘거 같은 기분..?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죠?? 진짜 표현의 한계를 느낍니다.
뭐라고 해야 그 느낌을 공감되실 수 있게 쓸 수 있을까요...
...
여튼 얼마간 그런 느낌 상태로 있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길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저를 빤히 쳐다보는 꼬마한테 "왜?" 하고 묻는 순간 다시 소리도 들리고 주변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사라지면서 괜찮아 지더라구요.
동시에 그 꼬마애가 굉장히 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그냥 제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이였어요.
주변에 사람들도 많고 해서 막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출처 : 네이트판 http://pann.nate.com/b333359985 엘샤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