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집에서 독립을 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과의 종교적 충돌로 인한 것이였습니다.
현재는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그때 당시엔 서울의 모 복지관에서 근무했거든요.
지금도 대부분의 복지시설들이 그렇듯 그 곳 역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였습니다.
문제는 하필이면 불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였다는 것입니다.
관장님께서 스님이시다보니 일주일에 한번씩 직원회의를 하시며 불교식 예배를 강요하셨고,
덕분에 저 역시 그만둔지 몇년이나 지났음에도 반야심경 정도는 눈 감고도 외웁니다.
마하반야 바라ㅁㄷㅅㄱ ㄱㅈㅈㅂㅅ ㅎㅅㅂㅇ ㅂㄹㅁㄷ.......
기독교나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재단의 경우 일요일에 행사를 하는 경우가 절대 없는데
재단이 불교 쪽이다보니 2주에 한번씩은 일요일 행사를 치르곤 했어요.
복지관 자체 행사인 경우도 있었지만 절반은 해당 절에서 하는 행사의 업무지원이였습니다.
복지관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거든요.
당연히 부모님과 심한 마찰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복지관이 수백개가 넘는다는데 도대체 왜 하필 타 종교 시설을 다니냐며
제가 출근 할 때마다, 또 가족들이 전부 교회에 가는 일요일마다 질책을 듣는게 일이였습니다.
그땐 그게 너무 싫어 따로 독립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그 복지관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동생이 저희 집에 들어오기 전에는 여자친구가 집에 참 자주 놀러왔었습니다.
(저나 여자친구는 둘 다 혼전순결주의자였기 때문에 동거 등 야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ㅎ;;)
동생이 들어오면서 제가 여자친구에게 동생이 놀러와서 당분간 같이 지낼 것 같으니
집에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집앞에 나타나던 그 이상한 놈도 신경쓰이고, 또 여자친구가 동생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게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귀신 타령도 아니고 한술 더 떠서 마귀 타령이라니요......
미췬놈 취급 할 게 뻔히 보였어요.
여친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고 일전에 목사님들과의 대화 때문에 몇주간 퇴근하면
거의 바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뭐.. 집에 가서 딱히 하는 건 없었지만 얘를 혼자 두면 안된다는 책임감? 의무감?
같은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매일 저녁 시켜먹고 맥주 두어캔 마시면서 같이 게임하다가 잠드는게 반복됐습니다.
그렇게 기도원에 다녀온지 3~4주가 지나도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자 제가 좀 흔들리더라구요.
말이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주는거지..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 지도 모르는데
무한정 같이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됐습니다.
저도 제 사생활이 있고... 여자친구도 있고... 밤에는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은데..
더군다나 이놈이 두번째로 기도원에 다녀오면서부터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어 좀 불편했어요.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고.. 그냥 주구장창 기도하거나 성경책만 읽더군요.
그러고 있는 동생 옆에서 혼자 맥주 홀짝대는게 뭔가.. 죄책감 같은게 들기도 했구요.
집에만 오면 뭔가... 좀 숨이 턱 막히면서 굉장히 무거운 공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
어려서부터 정말 친하게 지낸 동생인데도 그렇게 불편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게 도와달라며 찾아온 동생에게 나가달라는 이야기는 차마 못 꺼냈습니다.
오죽하면 여기와서 저러고 있을까 싶어 불쌍하기도 했구요..
그 날도 퇴근하여 동생과 저녁을 먹고 혼자 티비를 보다 졸고 있었습니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떴는데 동생이 바로 앞에서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주) 대화체 변경
[나] : 아.. 뭐야 임마.. 깜짝 놀랐자나...
[동생] : ....
[나] : 아 왜?? 뭐야??
[동생] : ..
[나] : 뭐냐고... 반했냐??ㅎㅎㅎ.....아 왜 말을 안해?
[동생] : 그냥..;; 형 잠버릇이 독특한거 같아서... 악몽 같은거 꿨어??
[나] : 완전 꿀잠 잤는데? 왜??
[동생] : ....아니.. 뭐.. 별건 아닌데...
기도하다가 TV끄려고 일어나면서 형 봤는데..
[나] : 봤는데?
[동생] :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게 독특한거 같아서... 그래서 쳐다보고 있었어..
[나] : 응?? 나 잠버릇 없는데...?
그건 왜 들고 있냐? 표정은 또 왜그래?
주) 그때 동생은 손에 조그만 십가자랑 성경책을 들고 있었습니다.
[동생] : 좀 놀라서.. 혹시나 싶어서..
[나] : .... 내가 뭐했는데?? 자세히 이야기 좀 해봐..
[동생] : ....
[나] : 빨리 말하라고!! 아 짜증나..
[동생] : 그냥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리질 하다가 계속 그러길래.. 웃겨서 쳐다봤어..
[나] : 근데?
[동생] : 근데 갑자기 얼굴을 한쪽으로 확 심하게 돌리더니 계속 끄덕끄덕끄덕 거리자나...
[나] : .... 아... 뭔 개소리야...
[동생] : 근데 너무 심하게 고개를 돌리고 끄덕끄덕 하니까...
혹시 나 때문일까봐 걱정되서..
[나] : ...야... 니가 본게 그 유명한 미xx이 x랄 하는거야ㅎㅎ.... 안웃기냐..;;
[동생] : ........
형 주변에 뭐 별일 없지? 누가 힘들게 한다거나.. 뭐.. 그런거...
[나] : ..... 없어 그런거..
[동생] :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미안해 형..
[나] : 아 됐고.. 잠이나 자자.. 낼 7시까지 가야돼..
[동생] : 형. 나 때문에 불편하지?? 미안해
[나] : 됐다고! 힘들게 뭐 있어?
[동생] : 그래도..
[나] : 아 x발 진짜 짜증나게!! 잠이나 자자고!!!
[동생] : .....
주) 대화체 종료
순간 짜증이 확 나서 저도 모르게 동생에게 너 때문에 내가 이상한 짓 하는거 아니냐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때도 그 말을 하자마자 엄청 후회했고, 지금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동생 놈 우는 거 그 때 처음 봤어요.
전 사실 귀신이고 마귀고 자시고 그냥 애가 기운이 허해서 그런건가.. 하면서 별 생각 없었는데
얘는 진심으로 스트레스 받고 너무 힘들었었나 보더라구요.
하.. 그 기분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제가 뭔 짓을 했다는 동생 이야긴 순간 싹 잊고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더라구요.
사과는 하지 않았습니다. 달래주지도 않았구요...
다만 혹시나 그 말에 집을 나갈까 싶어 너 이 집에서 한발짝이라도 나가면 가만 안둔다고..
그리고 도망가면 다신 보지 않겠다는 말을 사과 대신 남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담배 한대 피워 물고 쪼그려 앉아 들어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라이터 소리가 들리길래 쳐다봤더니 여자친구였습니다.
여자친구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더군요.. 담배도 안피우는게..;
저한테 담배 끊기를 요구하면서 또 담배 피우는게 보이면 자기도 바로 앞에서 담배피겠다
했었는데 그걸 하고 있더라구요.
평소 같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달래려 했겠지만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았던
때라 저도 모르게 뭐하는 짓이냐며 화를 버럭 내면서 소릴 질렀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대차게 굴면서 제게는 항상 웃기만 하던 애가 놀라 그대로 굳어 버리는걸
보면서 혼자 근처 공원으로 걸어가 한참 서성대다 돌아갔는데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전화하여 사과하고 싶은걸 참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여자친구가 집에 있더라구요.
동생이랑 무슨 이야길 하면서 족발 같은걸 먹고 있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서로 처음보면서도 참 사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같이 둘러앉아 야식을 먹으면서 동생이 해주는 연예계 이야기에 빠져 있던 여자친구는
애가 뜨질 않아서 그런가 표정이 어둡다면서 우리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나오는 건
어떠냐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동생 또 여자친구와 어영부영 화해를 하고
여친이 돌아간 뒤 동생과 둘이 남았는데 뭔가 좀 어색하더라구요.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그 말이 입에서 나오는게 많이 힘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동생에게 들은 제가 했다는 행동이 무섭기도 했구요...
전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고 하다못해 기억나는 꿈조차 없었으니까요.
고개 까닥이는거 공포영화 같은데서도 못본거 같은데...^^;;
여튼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그랬는지 저도 동생에게 복지관에서의 봉사활동을 계속 권했습니다.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도 잘 나가지 않던 때라 계속 집에만 있는거보단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친구가 이야기 했을 땐 싫다던 동생도 제가 이야기 하니 순순히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동생이 처음 했었던 봉사활동은 제가 담당하던 분야인 재가복지사업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의 도배 및 장판교체를 해주는
일이였는데요, 힘든 일인데도 서툴긴 했지만 열심히 하더라구요.
그 복지관에서는 봉사자의 봉사시간 결재를 관장님이 직접 하셨었는데
동생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니 관장님께서도 관심이 가셨었나 봅니다.
저를 불러 누군지 묻고 가족이라 답하자 다음부터는 복지관 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셨어요.
의도치 않게 동생 놈이 제 근처에서 멀어지는게 왠지 좀 마음에 걸려
여친에게 잘 좀 봐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당연히 저희 집에 와있는 이유 등은 이야기 하지 않았구요, 다만 걔 주변을 맴도는
이상한 놈이 하나 있으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달라고만 했어요.
처음엔 식당에서 봉사를 했으나 나이도 어리고 컴퓨터도 어느정도 다뤄 사무실 행정지원으로
봉사 분야가 바꼈다고 했습니다.
애가 훈남이기도 하고 싹싹해서 관장님 및 직원들에게 이쁨을 많이 받았어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거나 하지도 않았구요.
하지만 거기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항상 십자가와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고, 또 책상위에 이를 꺼내 두는게 다른 분들은 은근히
신경 쓰였나봐요.
물론 복지관 직원 중에는 기독교, 천주교 등 타 종교를 믿는 직원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내에서는 티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고, 절의 행사지원에도 투덜대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나갔었거든요. 물론 저두요..
복지관 여기저기서 보이는 타 종교의 색체에 동생은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관장님께서 부장님을 불러 한 소리 하셨다고 들었어요.
종교가 다른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행동은 예의가 아니라구요.
직원이였다면 재제 했겠지만 봉사자다보니 싫은 소리에 안나오지 않게 좋게
이야기 하라고 하셨다고 해요.
음..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자나요.
같은 상황에도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 패턴을 보이는게 인간인데..
그 부장님은 좀 독특하신 분이였습니다.
인간성이 좋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시는 그런 분이셨는데 이걸 장난처럼
해결하고자 하셨던게 원인이였어요.
(제가 자리에 없을 때 있었던 일이라 전해들은 이야기 입니다.)
뭐 동생과 좀 친하게 지내기도 했구요.
동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동생의 성경책과 십자가 위에 염주를 올려 놓으셨답니다.
그 분 종교는 불교셨거든요.. 본인의 것을 올려두셨었나봐요.
당시 여친의 말에 의하면 장난이 심한거 같아 치워놓을까 하다가 차마 못했대요.
다른 직원들이 걱정 반 장난 반 심정으로 동생이 돌아오는걸 기다려 쳐다보고 있었는데
동생이 그 상황을 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딱 멈춰서서 아예 움직일 생각을 안하더래요.
한참동안 지켜보고만 있자 과장님이 다가오셔서 장난이라 하며 막 염주 쪽으로 손을 뻗는데
동생이 막더랍니다.
그리곤 염주를 집어들고 끊어버렸대요.
.......
지난 일이지만 차라리 동생이 염주를 끊고 자리를 떠버렸다면..
그리고 복지관에 나오는 걸 당분간 자제했었다면 더 나았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자리에 앉아 십자가를 집어들고 기도를 했나봅니다.
다른 직원들과 과장님이 벙 쩌서 쳐다보고만 있는데도요..
한참 후에서야 과장님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화를 내셨다고 해요.
동생은 거기에 대고 같이 맞서서 같이 목소리를 높였구요.
사무실이 시끄러워지자 관장님이 관장실에서 나와 지켜보다가 자초지종을 물으셨다는데
그 자리에서 과장님을 심하게 꾸짖으셨답니다.
그리곤 동생을 관장실로 불러 엄청 오랫동안 이야길 나눴다고 합니다.
(전 이때 사무실에 복귀했어요)
상황을 전해듣고 저 역시 안절부절 못하다가 퇴근해서야 동생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장님과의 다툼 문제는 전여친에게 들었으니 관장님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물어봤었는데요,
일단은 사과와 함께 한가지 권유를 받았다고 했어요.
장난을 심하게 친건 사과하지만 그렇다고 엄연히 사무실 내에서.. 그것도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복지관 내에서 종교적 상징물을 훼손한건 좀 문제가 있다고 하셨답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이 복지관은 엄연히 불교에 기초를 두고 그 이치에 따라 운영되는데
그런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복지관의 설립 취지를 꺾어버린 것처럼 느끼셨나봐요.
뭐.. 저도 충분히 관장님 이야기에 공감이 갑니다.
또 복지관에는 제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고 다음부터 안나와버리면
제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셨대요.
(여친과 제가 만나고 있는건 일부 직원들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서로의 종교에 간섭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다른 직원 및 과장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마음에 안들겠지만 그 주에 예정되어 있었던 불교 행사에 나와 인사하고 구경 좀 하다가
직원들과 화해하고 가라고 권하셨답니다.
전 괜찮으니까 그냥 봉사활동 나오는건 여기서 중지하는게 어떠냐고 이야기 했어요.
동생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구요.
며칠간 복지관에 나오지 않길래 제 말을 들었나보다 싶었는데
토요일에 진행된 후원자의 밤 행사에 동생이 나타났습니다.
저희 복지관은 후원자의 밤 행사를 1차는 복지관에서 후원자들과 진행하고
2차는 직원들만 절에 가서 진행 했는데요,
술을 먹거나 하진 않았지만 직원들과 관장님이 불교식 예배와 108배 등을 하였습니다.
동생이 나타난 행사는 2차였구요.
한참 앞에서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동생이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정말 딱 관광객 같은 느낌으로 쳐다보면서 웃더라구요..;
그러다 수계식 라는 걸 진행하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 그런거 처음 봤는데 그게 일종의 기독교에서 하는 세례와 비슷한 거였어요.
아무리 제가 교회를 안나가고 있는 상황이였지만 솔직히 심하게 거부감이 들었지요.
그런걸 한다는 이야기도, 또 직원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전에 없었으니까요.
솔직히 뒤에 서있는 동생도 신경 쓰였구요.
자세히 보니 팔꿈치 안쪽에 불피운 향을 세번 톡톡 찍으면 그게 수계가 완료되는거였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다들 말없이 그냥 하고 저 역시 제 차례가 거의 다 되어 팔을 걷어올리는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동생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들더니
'저희 형은 교회 다니는데요?' 라고 말해버렸습니다.
덕분에 저와 직원들, 진행중이던 관장님까지 다들 멘붕에 빠져 식이 중단됐지요.
먼저 침묵을 깬건 관장님이셨습니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긴 하셨지만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제 차례를 건너 뛰어 다시 식을 진행하시더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속으로 동생 욕만 한참 하고 있는데 동생은 또다시
식을 중지시켰습니다.
제 전여친이 수계를 받을 차례였는데요.
또 손을 들고 '그 누나네 집도 교회 다닌대요' 라고 해버린거죠.
순간 너무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 동생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하던 찰나
관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괜찮으니까 자리에 앉으라구요. 그리고 이따 이야기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때 수계식 이후 수계를 받은 것에 대한 축하연이 있을 예정이였으나
저와 동생, 전여친은 부장님의 지시로 다른 방에 가서 대기하였고
수계를 받았거나 관람한 분들만 따로 축하연을 시작하였습니다.
방에 따로 떨어져 있는 동안 셋 다 거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었고,
전여친은... 그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동생만 고개 한번 숙이는 일 없이 당당하게 굴었습니다.
복지관에서 밥 먹을땐 고기가 있던데 여기서 밥먹으면 진짜 고기가 없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미췬놈이...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여기는 듯 했어요.
아주 대단한 일을 했지요...
한 20분정도? 기다리자 관장님과 과장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저희에게 차를 한잔씩 주시고는 꽤 긴 시간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지켜보셨어요.
저희 역시 뭐 딱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죄송하다고 하기엔 동생이 옆에서 반발하여 큰소리가 나게 될게 분명했거든요,
예의를 중시하는 분이시라 사과를 기다리신거 같은데..
먼저 이야기를 꺼낸건 관장님이셨습니다.
저희에게 어디 교회 다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전 안다닌지 오래됐다 답했고, 여친과 동생은 각각 자신이 다니는 교회 이름을 댔어요.
과장님께선 저희 대답을 듣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셨습니다.
아마 인터넷 검색을 하러 다녀오신거 같아요.
그때만해도 스마트폰이 드물고 피처폰이 더 많았거든요. 2009년 말..
아마 어디 교단인지, 정상적인 곳인지를 알고 싶으셨나봐요.
과장님이 주시는 쪽지를 보신 관장님께선 입을 여셨어요.
주) 대화체 변경
[관장님] : 누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아참...BB씨(전여친)는.. SS씨(저) 동생분하고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전여친] : 그게..
[과장님] : 관장님. 사실 소문이 좀 돌긴 했는데 SS씨(저)하고 BB씨(전여친)가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가 물어보기도 그렇고, 업무에 별 지장이 없기에 따로 보고드리진 않았어요.
[관장님] : 아.. 그래요. 그랬군요.
우리 관내에 첫 커플이 되는건가요?
전 사내 연애를 반대하거나 하지 않는데.. 오히려 권장하고 싶었어요.
살짝 귀뜸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요..하하하
[나], [전여친] : ...
[관장님] : 좋아요. 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지금 제가 여기에 여러분을 모신건 그냥 이야기를 좀 나눌까 해서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있는대로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 다 아시다시피 우리 복지관은 조계종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원론적 이야기 중략)
그래서 그 뜻을 받들고 또 그렇게 어려우신 분들을 받들고자 복지관이 있는거죠..
[나, 전여친, 동생] : ....
[관장님] : OO씨(동생)는 좋은 일을 하고 싶어 왔던거라 그렇다치고..
우리 직원들은 복지관에 입사원서 제출할때 이런 점을 다 감안하고 지원한거라
생각되는데...그렇지 않나요?
[나, 전여친 ] : ....네 맞습니다.
[관장님] : 물론 동생분을 제가 초대하긴 했지만..
SS씨가 동생분께 우리 복지관의 분위기나 돌아가는 상황을 미리 이야기 해 줄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고 봐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 :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동생] : .....
[관장님] : 솔직히 다른 직원과 스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직원 관리를 못한다고 볼테고, 또 제가 모르는 직원들의 다른 면이 있을 것 같아
참 씁쓸하기도 하구요.
김과장님.. 퇴사한 직원은 제외하고, 혹시 우리 복지관이 종교적 색체를 띄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이야기한 직원은 한번도 없었습니까?
[과장님] : 예. 현재 근무중인 직원 중에는 없었습니다.
종교가 다르더라도 감안하고 입사하였기에 속으론 조금 불만이 있을지라도
모두 잘 따라줬습니다.
[관장님] : 그래요.... 혹시 SS씨나(저) BB(전여친)씨는 그간 많이 불편했나요?
[나] : 절대 아닙니다.(전 여친은 아무 대답도 안했던게 기억납니다.)
[동생] : 형....
[관장님] : OO씨.. OO씨가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 건 알겠지만 오늘 행동한 건
큰 결례를 범한거라 생각하지 않나요?
다른 종교를 용납하지 않는게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보이시는 특징이긴
하지만 오늘은 좀 심했어요.
물론 우리 김과장이 OO씨의 성경책에 염주를 올려두는 장난을 한 건 잘못됐지요.
그래서 전에 OO씨에게 제가 사과도 했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행사도 구경할 겸
김과장과 화해도 할 수 있도록 오늘 청했던 겁니다.
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으로 불국사나 석굴암 같은 곳을 관광 가는 것처럼 여겨주길
바랐어요.
[동생] : ....결례를 범한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이 사람이 만든 불상에 절을 하고 의식을 치루는데...
그것도 저희 형이 그러고 있는게 가만히 있을 수 가 없었어요.
분명히 형과 누나도 말은 못했지만 하고싶지 않았을거라 대신 말해준거에요.
방해한건 정말 죄송합니다.
[관장님] : 그래요....
저희 계에서는 일정 직위 이상 오르려면 우리 불교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공부도 해야하지요.
저도 기독교 라는 종교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으니 OO씨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 OO씨에게 하나만 물어볼께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성경 앞부분에 보면 신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시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셨다는 내용이 있던걸로 알아요.
그래서 인간이 전부 다 기독교를 믿는 것이 아니고 종교를 선택할 수 있었던 거고
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기독교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되어 있지요.
맞나요?
[동생] : 네 맞습니다.
[관장님] : 그렇다면 SS씨(저)와 BB씨(전여친)은 자신이 선택해서 이곳에 온 것 아닌가요?
두분 다 성인이고 제 생각엔 이 친구들의 선택을 OO씨가 존중했어야 하는거
같은데...
주) 대화체로 쓰려니 한도 끝도 없게 쓰겠네요. 서술하겠습니다.
대화에 끼어들어 대화와 분위기를 끊어보고자 노력했으나 관장님 제지로 지켜만 봤어요.
결론은 너무 나선 것에 대해 동생이 관장님과 과장님께 사과를 드렸고
동생에게 다른 봉사지를 찾을 것을 권하면서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전여친은 다음 날 출근하여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내내 연락이 없고 전화해도 단답형 뿐이길래 동생 때문에 화가 많이 났나 싶어
혼자 있을 수 있게 했던건데..
제가 종교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해서 그간 저와 그 쪽 이야길 한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말은 안해도 여친에겐 스트레스 였나 봅니다.
또 사내 연애 하는게 알려지는것도 부담스러웠던거 같구요.
혼자 벙쩌서 시간을 보내다 퇴근하여 여친을 만났습니다.
동생 때문에 일까지 그만두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 진심을 담아 사과했지요.
수십번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는데 두어시간 동안 거의 아무 말도 안하더군요.
나중엔 짜증이 좀 나서 그런 중요한 결정을 상의 한번 없이 혼자 해버리면 나는 뭐가 되냐고
화를 냈었어요.
여친은 그제야 저를 쳐다보면서 우리도 시간을 갖자며 가버렸습니다.
...........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나서 집에 돌아가 동생과 한바탕 할까 싶었지만 정말 이를 악물고 참았지요.
복지관도 복지관이였지만 너 때문에 여친이랑 헤어질거 같다라는 소리가 쪽팔리기도 했고
할 소리가 아닌거 같았어요.
여친이 사직한 날도 그랬지만 그 다음날에도 사무실 분위기는 정말 무겁고 또 무서웠습니다.
직원끼리 업무 이야기 하는 것도 꼭 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다른 사람의 컴퓨터 화면에 네이트온 메신저 창이 켜져 있는 것도 신경 쓰였어요.
하다못해 보고를 위해 직원들이 관장님실에 서류 들고 드나드는 것 조차 그 날 있었던 일로
면담을 하는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또 실제로 아무도 제게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었구요.
아.. 이러다 미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라구요.
그렇게 지옥같은 하루를 보내다 퇴근 시간이 되어 퇴근하려고 자리 정리하다가
문득 뭔가 좀 묘한 분위기를 느껴 고개를 드니 사무실 입구에 동생이 서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본거고 이미 다른 직원들은 동생을 봤는지 수근대고 있더라구요.
저를 못본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못본 척 하는건지 동생은 인사도 안하고 그대로 관장님실로
직행하여 노크를 하더니 들어가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도무지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로 멘붕이 와서 꽤나 망설이다가
노크도 없이 불쑥 따라들어갔습니다. 그래봤자 몇 분 지났었겠지만.......
이미 관장님과 동생은 마주앉아 이야기 중이더군요.
관장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동생에게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는데
관장님께서 제게 앉으라 권하셨습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셨어요.
스님이셔서 굉장히 인자한 표정과 말투만 사용하시는 분이셨는데 그런 눈빛을 하실 수 있단게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지난주 사건 때도 그런 표정과 눈빛은 짓지 않으셨었는데요..
그 날 제가 들어가기 전 관장님 실에서 동생이 꺼낸 이야기는 직장 내 종교 강요는 불법이라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관장님께 이러다 노동청 등에 민원이라도 들어가면 어떻게 하실거냐 물었다고 들었어요.
관장님께선 제게 동생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시고는 죄송하다는 저의 말에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하자며 돌려보내시면서 일주일간 휴가를 쓰라 지시하셨습니다.
차마 관장님 앞에선 화를 낼 수 없었기에 밖으로 나와 동생을 좀 때렸습니다.
맞으면서도 동생은 무덤덤하게 지금은 형이 화를 내지만 나중엔 고마워할꺼라는 말만 했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동생에게 나가라 소린 못했습니다. 갈 곳이 없다는걸 알았으니까요.
강제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친하게 지내던 복지관 동료에게서는 저와 관련된 관련 회의와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직서를 낼 수 밖에 없었어요. 사실 짤렸죠..하하..
그럼에도 그 날 이후론 그 일과 관련해서만큼은 동생에게 화 한번 낸적이 없습니다.
종교가 완전히 다른걸 알면서도 복지관에 나오라 권한 것도 저였고,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것도 제 탓이였으니까요.
이전에 목사님들에게 옆에서 잘 지켜보라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마귀라는게 지금 저를 건드리고 있다는걸 그제서야 알 수 있겠더라구요.
걱정되는건 저를 동생을 통해서 건드리고 있다는 부분이였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충동적이 되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더 잘해주려 많이 노력했어요.
방세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집에는 절대로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진거라곤 그동안 모아둔 돈 이천만원 가량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과 MOS, 사무자동화 정도 뿐이였어요.
재취업할만한 곳은 역시나 복지관 밖에 없더군요.
원래 복지 쪽은 워낙 여성이 많기 때문에 26살의 경력이 있는 젊은 남직원은 복지관에서 아주 선호합니다.
간신히 화해한.. 뭔가 좀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린 여친과 동생의 강요로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을 찾아 몇군데 자소서를 집어넣었는데
서류와 면접은 항상 아주 쉽게 통과하였으나 꼭 마지막에 연락이 안오더라구요.
도대체 왜 그러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경력란에 적힌 직장에 전화하여 제가 어떤 사람인지 최종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자꾸 떨어졌던 거였습니다.
한동안 쉬거나 어딘가에 입사 하더라도 복지계열이 워낙 좁다보니 이번 일이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반 강제로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종일반 학원을 끊고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동생과 여친에게서 자연히 멀어지더군요. 솔직히 별로 신경을 못썼어요.
공부를 하는 동안 처음엔 몰랐는데 집에 돌아오면 음식이나 반찬 같은게 엄청 푸짐하게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동생이 여친이 다니는 교회로 옮기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간증(?)하여 많은 교회 분들이 관심을 주고 음식 등을 가져다 주신거라 하더군요.
자꾸 제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게 너무 싫었지만...
공부한답시고 여친에게 신경 못써주는걸 조금이나마 동생이 해결해 주는거 같기도 하고, 또 동생에게도 긍정적 일 수 있겠다 싶어 별 말 안했지요.
그렇게 4개월 쯤 지났을 때 일이 터졌습니다.
(종합반 강의 2회독이 끝나던 날이라 정확합니다. 4개월.. 그 과정이 2개월짜리거든요)
살다보면 그냥 괜히 감이 안좋은 날.. 느낌이 이상한 날이 있잖아요..
그 날 따라 자꾸 싱숭생숭하니 공부도 잘 안되고 해서 간만에 동생과 술이나 한잔 할까 싶은 마음에 일찍 귀가 했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덩그러니 동생 휴대폰만 있었어요.
저녁 시간이 지나고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생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보게 되었는데요.
확인안한 메시지 너댓개는 제가 보면 안될거 같아 내버려두고 확인된 메시지부터 봤는데 가장 위는 제 여친이 두세시간 전에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지금 데리러 갈께' 라는 문구만 있었던거 아직도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 아래 문자메시지들은 대부분 저장도 안된 각기 다른 폰 번호로 온거였는데요,
무슨 우리가 함께하니 기운내세요.. 이딴 단순한 문자부터 시작해서 성경구절을 적어놓고 함께 이겨나가자는 장문의 문자까지 가관이더라구요.
피처폰이라고 하나요? 여튼 그 당시 휴대폰은 문자메시지 저장 갯수도 200갠가 까지밖에 저장이 안되던 시절인데 가장 마지막에 온 문자도 불과 전날 저녁에 온 문자일 정도로 완전히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바로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몇번을 해도 받지 않았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여친이 왜 동생을 데리러 오나 하는 질투심도 들어 안절부절 못하다가 직접 찾아나섰습니다.
왠지 모르게 어디 놀러간건 아닌거 같고 동생이 저희 집에 있는 동안 나가는 경우가 교회 가는 경우밖에 없어 여친의 교회로 곧장 갔어요.
.....
다와가면서부터 기가 막히더군요.
교회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요.
"OOO형제를 위한 구명 철야기도회"라고 동생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걸려있었습니다.
날짜는 그날 당일이였고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로 적혀 있었어요.
한참 그거 올려다보며 도대체 구명은 또 뭐고 철야기도회는 또 뭐래.. 하다가 들어갔습니다.
예배당엔 한... 100명은 가뿐히 넘고 200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요.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도 기가 막혔지만 거기서 느낀건 수십배는 더했던거 같아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 동생이 꿇어앉아 있었습니다.
진짜 소름 끼쳤던건 보통 예배라 함은 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뭐랄까..
본인들 딴에는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 거였겠지만 소리지르고, 울며불며 난리더라구요.
교회나 기도원 다니면서 소리내면서 하는 기도인 통성 기도 하는 장면은 여러번 봐서 괜찮았으나 그걸 동생을 맨 앞에 꿇어 앉혀놓고 해야 하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갔거든요.
그 와중에 강대상(맞나요? 저번에도 햇갈렸는데..) 옆 PPT 띄워둔 화면에는 동생의 사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 등등 동생 신상이 그대로 떠있었습니다.
보호자 란에 제 이름도 있었다고 하면 믿으실껀가요?;
전 목사님들은 보통 뒤에 앉아계시다가 설교말씀 하실때만 앞에 나오셔서 설교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 교회 목사님은 사람들이 한참 목청 높여 기도하고 있는데 계속 같이 목소릴 높이시며 힘을.. 아니 그 분위기를 돋구고 계셨습니다.
정말 당장에 끌고 나오고 싶었으나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고 지금 이 상황을 누가 어떻게 만든건지 몰라 한쪽 구석에 앉아 돌아가는 상황을 구경하고 있는데 무슨 순서가 됐었던건지 다들 기도를 멈추고 여친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더군요.
도대체 쟤는 뭐하나 싶어 쳐다보는데 그 친구도 간증이라는걸 하는 거였어요.
참 웃기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양심의 가책을 엄청나게 받았으나 세상을 이기지 못해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제 동생이 천사같이 나타나 자신을 지켜주고 믿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니 우리도 OOO이를 지켜주고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왜 여친이 사직서를 말도 없이 냈는지, 왜 한동안 잠수를 탔는지, 또 왜 제게 시간을 갖자고 했는지까지...
앞에 꿇어 앉아있는 동생과 그 옆에 서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여친..
아니 도대체 그렇게 불교재단에서 일하는게 힘들고 고달팠으면 나한테 하소연이라도 하던가
싫은 티를 내던가..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관장님께 합장인사를 드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반야심경 같은 걸 외우던 애가 안면 싹 바꾸고 울면서 저런 소리를 하는게 이해가 안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랬었나보다 하면서 들었는데...
.....
제 이야기가 나왔어요.
지금 이곳에 와 있는 OOO이도 걱정이지만 마귀에 현혹되어 있는 OOO이의 보호자도 우리가
지켜줘야만 한다는 소릴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진짜 희대의 미x년..
갑자기 앞에 있던 PPT 화면이 바뀌면서 저와 여자친구가 놀러다니면서 찍었던 사진과 함께
제 이름, 연락처, 현재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적힌 화면이 떴습니다.
여친의 이야기로는 제가 마귀에 현혹이 되었답니다...
동생을 보호해준다면서 동생이 피신한 기도원까지 마귀와 동행하는 일을 저지르고,
얼마 전 동생이 말해줬던....
고개를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돌리고 끄덕 끄덕 끄덕 끄덕 하면서
동생을 위협(?) 했다는 이야기에다가
그 자리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몇가지 섞어 하더군요.
제가 자면서 잠꼬대를 거의 매일같이 하는데 들어보면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나야'........
뭐 이렇게 계속 같은 소리를 쉬지 않고 한다거나
'다 왔어....'
'다 왔어....'
'다 왔어....' .....
뭐 이런 소리를 자꾸 반복하여 동생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구요.
자신이 먼저 복지관 봉사를 권해놓고 제가 일부러 종교가 다른 복지관에 봉사를 하러 나오도록
강요하였다는 이야기는 애교 수준이였고, 제가 동생을 감금하다시피 저희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어요.
여친이 한 이야기 중 가장 어이가 없었던 건 제가 동생을 유혹하려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겉으로는 이성애자인척 자신과 만나고 있으면서 집에서는 동생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다닌다거나 화장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원룸인데 샤워하고 나오면 당연히 알.몸 상태로 나오게 되고, 남자끼리니까 물기 말리느라 잠시 옷을 입지 않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더군요.
또 당시 안정환이였나 현빈이였나 아무튼 연예인이 선전하던 남성용 bb크림을 사서 몇번 바르다 만 적이 있었는데 그건 화장하는거라 이야기 했어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이나 공부하러 가기 전 샤워하는 버릇이 있는데 씻고 나와서 이놈이 아직 자는걸 보면 왠지 안쓰러워 물끄러미 쳐다본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안자고 있었던 거였나봐요.
동생에게 집착하던 그 친구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간증(?) 하더군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듣고 있다가 지금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나중에 누군가 눈에 띄여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얼굴이 교회 한가운데 화면에 여전히 그대로 떠 있었기에 사람들이 기도한다고 눈 감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빠져나왔어요.
진짜 미췬듯이 뛰어 집에 도착했는데 제가 지금 여기 있어도 되나 싶더라구요.
예배가 끝나면 동생이 집에 돌아올텐데 그 놈은 저를 뭐에 씌인 사람으로 볼 것이고,
더군다나 동네에 있는 교회라 제 집과 얼굴을 다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까지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걱정됐어요.
경찰에 신고할까 하는 생각도 못했던 것은 아니나 신고해서 뭐라 해야하나요..
고민 끝에 간단히 짐을 싸 집을 나와 본가로 차를 몰았습니다.
도착하니 새벽 2시쯤 됐었던거 같아요.
어차피 부모님만 계시니 시간이 늦은거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아파트로 들어서려는데
그 늦은 시간에 1층 현관 옆에 뭐가 있었어요.
워낙 늦은 시간이니 사람일꺼라곤 생각도 안하고 짐 같은거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교복을 입은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쪼그려 앉아있는 거더라구요.
살짝 놀랐었지만 원래 가끔 1층 현관을 못열어 누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런 경운가보다 하고 비번을 누르는데 그 여자애가 말했습니다.
"...재밋지?"
무슨 소린가 싶어 쳐다봤는데 저를 보면서 너무 예쁜(?)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 하더라구요.
(왜 그 순간 예쁜 목소리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재미 없어?"
라구요..
진짜 기절할 것처럼 무서웠지만 저도 모르게
"뭐라는거야.. 미췬x이 술쳐먹고...."
(뭐라 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는데 저런 식의 욕을 했었어요.)
라는 식의 욕설을 내뱉고 아파트에 들어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제발 따라 들어온게 아니기를 간절하게 빌었는데 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더라구요..
하필 집도 21층.. 꼭대기층인데...
2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출발 했는데도 그 여자앤 층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방금 쌍욕해서 버튼 안눌렀다고 알려주는 것도 이상한 거 같고 또 너무 무섭기도 하여
전혀 신경이 안쓰이는 것처럼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요,
그 애는 고개만 돌려 저를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아예 제쪽으로 몸을 틀고 대놓고 저를 관찰(?)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못 본 척, 신경 안쓰이는 척 하며 절반 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웃는 소리가 났습니다.
으흥흥흥 하는.. 예전에 집앞에서 만났던 그 미췬놈이 웃던 소리랑 비슷했던거 같아요.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선다는거 느껴보신적 있으신가요?
진짜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서면서 몸 전체 피부가 간질간질간질 해지는 느낌이 나요.
그런 느낌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여자애 쪽을 힐끗 쳐다봤는데
얼굴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표정한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있는 얼굴 하얀 여자애 얼굴 뿐이였어요.
물론 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런 얼굴로 입도 벌리지 않고 웃는 것 같은 '으흥흥흥흥'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지금 쓰면서도 식은 땀이 나네요. 그 얼굴 그대로 선명히 떠올라서)
그때부터 손과 다리도 막 미췬 것처럼 떨리더라구요.
제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정신이 아득해진다는 기분.. 몽롱해 진다는 느낌이 들때 쯤
엘리베이터가 저희 층에 도착했다는 안내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허겁지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봤는데
분명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도 그 여자애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집에 그냥 들어가면 안될거 같아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는데 엘리베이터는
그냥 그대로 21층에 있었어요.
한참 그대로 망설이다가 수십번 마음을 다잡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영화에서처럼 다시 엘리베이터를 보니 아무도 없고 뭐 그러지 않았어요.
그 여자애는 그대로 타고 있었습니다.
딱 정확히 엘리베이터 문을 사이에 두고 한참동안 같이 서있었나봐요.
서 있는 위치를 보니까..
저는 아무 말도., 행동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서 멈춰버렸고 엘리베이터 문은 다시 스르르 닫혔습니다.
그리곤 잠시 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더라구요. 1층까지..
1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한거 보면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다가 집에 들어갔어요.
중3때 고교입시 준비하면서 뭔가를 마주쳤을때 이후로 가장 무서운 경험이였습니다.
잠은 커녕 바깥이 밝아올 때까지 몇시간동안 방 불을 환하게 켜놓고 그냥 버텼어요.
바깥이 완전히 밝아져 방 불을 꺼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쯤 제 폰이 울리더라구요.
동생이였습니다.
동생에게 걸려오는 전화..
받아야 되나 말아야되나 정말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안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아 니가 어떻게 나를 그런 취급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재미있냐고 묻던 여자애가 마음에 많이 걸렸어요.
제가 동생과 싸우고 멀어지면 결국 그것들의 뜻대로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평소 같으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6시 반이면 학원에 도착했어야 하지만 그날은 집에서
쉬기로 마음 먹었어요. 두렵기도 했고 또 너무 피곤하기도 했구요.
부모님께서 웬일로 집엘 다 왔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냥 휴가 냈다고 했습니다.
제가 회사 그만둔걸 모르셨었거든요. 동생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꺼낼 수 조차 없었고..
점심 먹을 때가 될때 쯤까지 동생과 여친에게 각각 2~3번씩 전화가 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핸드폰에 여러 종류의 문자메시지가 오기 시작했어요.
내용이 막 자극적인건 없었는데 OOO(동생)형제의 소개로 꼭 전도하고 싶다거나..
혹은 나누고 싶은 좋은 이야기가 있다며 성경말씀과 함께 오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휴대폰을 꺼버리려다가 유일하게 제가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만한 분이 생각났어요.
삼촌이셨죠..
그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미췬놈 취급 당할 이야기지만 삼촌은 믿고 도와주실테니까요.
간단히 지금 좀 뵙고 싶다고 전화를 드리고는 바로 삼촌네 교회로 이동했습니다.
간단히 안부를 여쭙고 바로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씀드렸어요.
집앞을 서성이던 그 미췬놈과 기도원에서 겪은 일들.. 최근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건, 그리고 여친의 교회에서 열고 있었던 기도회와 불과 몇 시간 전 그 여자애를 마주쳤던 일까지 전부..
동생은 그간 있었던 일 등에 대해 삼촌과는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은거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신 삼촌은 한참동안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셨어요.
그러다 꺼내신 이야기는 제겐 좀 쇼킹했어요.
아직까지는 동생이 주 타깃인거 같지만 저를 건드리는데 재미를 붙인건 아닌지 걱정이라 하셨습니다.
제게 어떤 방식의 유혹과 시험이 오더라도 굳건히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와
동생이 삼촌 만나는 것을 거부하니 삼촌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혹시나 그게 저를 건드리거나 어제처럼 나타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 부딪히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흥미를 돋굴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때 제 앞에 그게 나타났을땐 아마 다른 의도가 있었을 거라 추측하셨어요.
굳이 현관 앞과 엘리베이터에서 저를 자극한건 단순히 약올리려는게 아니라 제가 돌출 행동을
하게 만들어(여성을 때린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테지만... 가령... 때린다던지..)
CCTV에 찍힌 장면으로 곤란을 겪게 하려던건 아닐까 하시더라구요..
이전에 미췬놈 통해서 나타났을때 서슴없이 싸움 거는거를 봤으니까요.
그리고보니 애들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하필이면 가장 약하다 할 수 있는 어린 여성으로 나타났었지요.
....
그때는 제가 미쳤었나봅니다.
삼촌과 이야기를 하고 나니 무섭다기보단 되려 재밋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던거 보면요..
별달리 해결된건 없었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나왔던게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제 원룸으로 돌아갈 엄두는 나지 않더군요.
그게 무서운건 아니였으나 그 날 교회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였을테고
저를 보면 괜시리 뒤에서 수근댈 수도 있으니까요.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할말이 있다며 서현역으로 나오라 하고 끊었습니다.
동생도 동생이지만 얘가 더 문제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2년이 넘게 만난 여자친구가
저를 그런 취급하는 걸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별 말 없이 알았다고 하고는 한두시간 쯤 지나 나타난 여친에게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내밀었습니다.
(문자메시지.. 한 30개 쯤은 그 교회 사람들이 보낸거였거든요.)
의아한 표정으로 받아든 여친은 핸드폰을 보더니 횡설수설 제가 교회에 다시 다녔으면 해서
기도 제목으로 저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런 거라며 변명을 했어요.
그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어제 교회에 갔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정말 제가 뭔가에 씌인 것처럼 보이냐고 물었지요.
별 망설임도 없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친의 대답에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제가 가만히 있자 상황파악이 안된건지 주저리 주저리 설명을 시작했어요.
대부분 이미 교회에서 들었던 이야기였고 잠꼬대 이야기는 동생이 무서워서 제게는 이야길
하지 않았을 뿐이라 주장했습니다.
다시 여친에게 2년이나 만난 남자친구가 동성애자로 보이더냐고 되물었습니다.
여친은 한참 가만히 앉아있더니 그건 예전부터 생각했던거라더군요.
2년이나 만났는데 혼전순결 운운하며 자신을 건드리지 않아 옛날부터 이상했는데
동생의 이야길 들어보니 왠지 그런거 같았답니다.
여친에게 '너도 혼전순결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그러면 나도 너 이상하게 생각해야 되냐'는 말에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떨구길래
분위기가 이상해서 혹시 넌 경험 있냐고 묻고 말았습니다.
대답이 없더라구요.
2년 동안 사람 병신 취급하면서 얼마나 재미있었냐는 제 말에 여친은 자기도 모르게 실언을 했어요.
자기도 얼마 안됐다는 실언..하하...
글 읽어 주시는 분들이 믿어주실런지는 모르겠는데.. 그 예감이 맞습니다.
혹시 제 동생이냐는 말에 대답을 안했거든요.
더 할말이 없어 일어났습니다. 여친도 저를 잡지 않았구요.
진짜 막말로 동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는데 그때는 창피해서..
그 날만큼은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전화도 못하겠더라구요.
중 고등학교를 모두 분당에서 나왔기에 친구들이 주변에 많이 살고 있어 친구들을 불러
여친과 헤어졌다고 발표(?)하고는 미췬 듯이 술을 마셨습니다.
행동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여친의 바람 상대가 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이성을 잃었던거 같습니다.
그때 당시 서현역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클럽바에 가서 놀다보니 어찌어찌 여자분들과 합석까지 성공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나름 마음이 맞았던 한 분과 1:1로 3차까지 가게 되었는데 오기가 생겼지요.
오늘 진짜 갈때까지 가보자 하는....
바깥에 나와 차마 말은 못꺼내고 눈치만 보는데 그 분이 먼저 말을 꺼내시더라구요..
너무 힘드니까 어디 들어가서 좀 쉬었다 가자고..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모텔에 들어섰습니다.
오기로 거기까지 들어갔는데 막상 방에 들어오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머뭇머뭇 거리니 먼저 제게 그야말로 스킨쉽을 퍼부으셨(?)어요.
출처 : http://pann.nate.com/b333537137 엘샤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