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젊을 적 깊은 산속 마을에 살고 있었다.
마을에는 그닥 평판이 좋지 못한 의사가 딱 한 명 있었다.
할아버지가 알고 지내던 나이 지긋한 남자가 맹장염에 걸리자,
어쩔 수 없이 그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름 처치를 잘못한 탓인지, 그만 복막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시내 병원으로 옮겨 장세척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겨울인데다 눈이 엄청나게 오는 지역이라 버스는 이미 끊겨 있었지만,
운 좋게도 우연히 마을에는 육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소달구지에 환자를 태워 시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는 진통제를 맞고, 담요를 칭칭 감싼 채 달구지에 올랐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통증 때문에 마구 뒹굴다 담요는 다 풀려버렸다.
그의 입에서는 계속 의사를 원망하는 말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 의사가 제대로 처치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하고 잔뜩 앙심을 품은 것이었다.
너무 날뛰는 그를 견디다 못해,
의무병 한 명이 그의 상태를 살폈지만 결국 환자는 저녁 무렵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의무병이 몇번이고 확인했지만 완전히 죽은 후였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병원까지 데려갈 필요도 없다는 판단 하에,
그의 사체를 도중 어느 민가에 내려 놨다고 한다.
마을에서 사람을 보내 사체를 인수해 가라는 것이었다.
그 집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담요로 사체를 감싸 널빤지에 올리고 마굿간에 사체를 안치했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 집 주인이 사체에 향을 올리려는데,
담요만 남아있고 사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사체는 수술을 했던 의사 집 앞에서 발견되었다.
환자는 꽁꽁 얼어 붙은 채 두 눈을 치켜뜨고 의사네 집 현관 앞에 눈투성이가 되어 우뚝 서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 광경을 본 의사는 혼비백산해 그대로 자빠져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고 한다.
그게 원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사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몇번이고 그 의무병이 죽음을 확인했을 뿐더러,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 밤부터 아침까지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도착할 거리가 아니었다는 걸 강조했다.
그 후 그 마을은 계속 의사 한 명 없이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 진료소에 아무리 새 의사가 들어와도, 모두 1년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 버린다는 것이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