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생각하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함께 번화가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잠시 산책을 했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택시 승강장에 데려다줬다.
[다음엔 언제 데이트 할까?]
들떠서 묻는 나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음.. 더는 못 만날지도 모르겠네.. 오늘로 이별이려나.]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망연자실해, 나는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택시는 무정하게도 문을 닫고 출발했다.
그리고 눈 앞의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다.
미친 듯 달려온 차가 택시 옆을 그대로 들이받은 것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귀를 찢을 듯한 충돌음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당황해 급히 택시로 달려갔지만,
뒷좌석은 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끔찍하게 구겨져 있었다.
새빨갛게 물든 차체를 보고,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로 이별이려나."
순간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그녀는 이 일을 예견하고 있던걸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부자연스러운 그녀의 말을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이후 택시를 타려 할 때마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다음번엔 혹시 내가 그렇게 말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서워,
나는 지금도 택시를 타지 않고 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