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있어서 면목이 없네.
사죄 대신으로 372의 낙도에서 실제로 체험한 일을 하나 더 써볼게.
문장을 쓰는 건 싫어하지 않지만 건방지게 느껴진다면 미안해.
이걸로 이곳에 글을 쓰는 건 마지막으로 할 테니 봐줘.
낙도는 정보가 도는게 빨라. 예를 들면 어느 날 아침 어떤 부두에서 내가 줄전갱이 월척을 낚은걸 현지인이 보면 다음날 아침 그 부두엔 낚시꾼들이 몰려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었지.
나는 하루에 최소 3번은 낚시를 나가는데, 낙도에 취임한지 2년째에 굉장한 사실을 눈치 챘어. 봄과 가을에만 낚이는 줄 알았던 줄전갱이가 1월 말에 어떤 항구로 무리지어 오는 거야.
매일 아침 대를 휘두르면 물고, 5, 6마리를 낚아 올려서 친가에 보낼 선물을 확보하고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현지인에게 낚시 성과를 들켜버렸어. 다음날 아침의 상황이 상상이 됐지. 어떻게 해서든 낚시터를 확보하고 싶었던 나는 그날 밤 술자리에서 돌아가는 발걸음을 항구로 향했어. 그래. 낚시도구를 챙긴 채로 부두의 낚시터에서 가면을 취하려고 한거지.
낚싯대를 안은 채로 낚시터에 앉아 부두의 벽에 기대어 잤지.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말을 걸었어.
“이런데서 자고 있으면 위험해요. 좀 더 이쪽으로 오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눈을 비비면서 목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틀었어.
지면에 엉덩이를 붙인 채로 조금 뭉그적대자 발이 퐁하고 빠졌어.
눈을 뜨자 나는 여전히 어둑어둑한 부두의 가장 구석에 앉아 해면에 발을 드리우고 있었어.
핏기가 가시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지.
내게 말을 건게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몰라.
하지만 조금만 더 움직였으면 나는 아마도 바다에 빠졌을 거야.
엄청나게 무서웠지만, 모처럼 눈이 떠졌으니 그 날 아침도 줄전갱이를 낚고 돌아갔어.
다음날 밤엔 낚시터에 라이트랑 야한 잡지를 가지고 나갔어.
그러면 자고 있을 때 누가 보면 부끄러울 테니 긴장돼서 잠들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