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모니터

zkdhk 작성일 17.04.26 01:16:02
댓글 0조회 3,048추천 6

 얼마 전에 체험한 일이라 투고.

     

 나는 호텔 프론트에서 야간근무를 하는데 보통 전화담당이야. 그 날 밤도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어.

 그 TV 옆에 감시 카메라 영상이 비추는 모니터가 6개 있어.

 이 호텔은 8층 건물인데, 1층의 로비나 주차장 같은 곳이 이곳저곳 보이는 거지.

 그 중에 모니터 2대가 화면을 4분할 해서 각 층 복도 8개분을 비추고 있어.

 그 카메라들은 각 층의 같은 위치에 설치해 놓았고, 같은 각도로 비추고 있어서 화면에 표시되는 F 라는 글자가 없으면 몇 층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같은 영상이야.

 

 그래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시야 가장자리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느껴서 감시 모니터로 시선을 주니 8층 복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거야. 엎어진 채로 정장을 입은 회사원 같은 사람이 말이야.

 뭐, 어차피 취객 같은 거라고 생각해서 청소 스태프에게 내선으로 연락해서 8층에 가게 했는데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사라져버린 거야.

 스탭에게서도 없는데요?” 라는 전화가 왔고.

 “스스로 방으로 돌아간 건가?” 하며 이야길 하면서 없으면 어쩔 수 없지. ,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또 그 회사원이 쓰러져 있는 거야. 이번엔 7층에.

 역시 이건 좀 무서워져서 그 층의 화면을 확대해 보니,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거야.

 힘없이 포복전진을 하는 느낌으로.

 곧바로 스태프에게 전화를 넣어서 그리로 가게 했는데 또 없었어.

 

 하지만 이번엔 눈을 뗀 사이에 사라진게 아니라, 화면 바로 앞쪽 까지 계속 전진해 와서 모습이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느낌이었어.

 하지만 현장으로 향한 스태프가 없다고 말했으니까 사라진 거겠지.

 복도의 화면 바로 앞쪽은 종업원이 출입하는 문 밖에 없고, 스태프가 그 쪽에서 나오니까 마주치지 않으면 이상해.

 결국 나도 혼자서 프론트 일 보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청소 스태프를 1층에 불렀어.

 그 후로 한동안 내 얘길 믿어주지 않는 스태프랑 이런저런 이야길 하다 보니 또 있는거야.

 2층 복도에.

 둘이서 시선을 교환하며 이거 장난 아니게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외출했던 손님이 돌아온거야.

 1층 로비에서 내가 열쇠를 건내주는데,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기도 하고, 우리들 대신에 그 손님이 접근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서 그대로 아무 말도 않았어.

 

 2층 모니터에는 아직 엎어진 회사원이 있었고, 거기에 엘리베이터로 올라온 아까 그 손님이 화면에 비쳤는데 그냥 평범하게 지나쳐버리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서 또 뭐가 무서웠냐면, 그녀석이 천천히 다가오는 화면 앞에는 내가 있는 사무소로 가는 계단이 있었어.

 종업원 말고는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 것도 있어서 열쇠를 잠그지 않아.

 둘이서 모니터 앞에서 굳어있자니, ‘끼이이이이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화면에는 그 녀석도 보이지 않았고, 둘이서 문 쪽을 응시하고 있으니 이 때 까지 쭉 어딘지 모르게 안심감을 주던 TV 소리가 사라져서 그 쪽을 돌아보니 화면이 새까맣게 되어 있는 거야.

 그러자 또 한 명의 스태프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로비가 비추는 쪽의 감시 모니터를 가리키며 놀라 넘어가더라고.

 거길 보니 화면에 엄청나게 확대된 중년 남성의 비추고 있었고, 입을 뻐끔대고 있었어.

 나도, 스태프도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한 채 아침을 맞이했지.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그 회사원은 대체 뭐였을까?

 

----------

 출근해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한 편 번역해 봅니다.

 내일 졸면 안 되는데...아 내일도 아니구나...

 

zkdhk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