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어릴 적 홋카이도에 사셨다고 합니다.
큰 강 근처에 있는 마을이었대요.
당시에는 하천 공사 같은 건 전혀 되질 않았던 무렵이라,
큰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언제 넘칠지 몰라 다들 불안에 떨곤 했답니다.
비가 내리면 상류에서 진흙으로 탁해진 물이 흘러내려 왔다고 합니다.
이따금씩은 사슴 같은 동물 시체도 떠내려오곤 했다네요.
그리고.. 가끔씩은 사람 시체도요.
주변에는 나무가지나 돌 같은 것도 같이 떠내려오기에,
강물에 내려온 시체는 대부분 꽤 심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이상한 시체가 흘러 왔습니다.
몸뚱이는 아무리 봐도 사람인데, 딱딱한 갑옷 같은 걸 위아래로 입고 있었습니다.
큰 입에는 굵고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히 줄지어있었구요.
기묘하게도 그 시체에는 눈도, 코도, 귀도 없었다고 합니다.
무언가에 부딪혀 떨어진 건 아닌 듯 했습니다.
구멍 자체가 없고, 완전히 맨들맨들했기 때문이었죠.
당시에는 경찰도 흘러내려온 시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신원 모를 시체를 절 묘지에 매장해주기로 했답니다.
화장이 대부분인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매장이 일반적이었으니까요.
사체를 묻고, 봉분을 해 무덤을 만들어주면
사체가 부패함에 따라 부피가 줄어들어 서서히 봉분은 평평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체를 묻은 곳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처음 묻었을 때처럼 둥근 봉분이 그대로였다고 합니다.
[시체와 갑옷 같은 게 한몸처럼 붙어 떨어지질 않아 그대로 묻었는데, 그것 때문이 아닐까?]
절 주지스님은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