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밤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은 밤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나는 내심 벌벌 떨고 있었다.
잠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고, 나는 졸도할 뻔 했다.
뒤에는 무섭고 기분 나쁜 노파가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머리카락은 산발이라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뭐지, 저건? 귀신인가?
저렇게 스산한 분위기라니, 틀림없이 귀신일 거야.
나는 노파에게서 눈을 피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공포와 호기심은 커져만 가,
나는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노파를 몇번이고 돌아보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앞에서 다가온 여고생이 우리 옆을 지나 곧바로 노파에게 걸어갔다.
서로 상대가 보이질 않는 듯, 피하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부딪히는 순간.
노파는 마치 특수효과처럼 슥 여고생의 몸을 빠져나왔다.
나는 마구 비명을 지르며 거기서 도망쳤다.
역시 노파는 귀신이었구나.
처음부터 이상했어, 처음부터..
[야, 야! 왜 그래!]
헐레벌떡 쫓아온 친구가 내게 묻는다.
나는 헛소리처럼 중얼댔다.
[나왔어.. 나왔다고, 귀신이.. 저, 할머니가..]
그러자 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뒤에서 천천히 걸어온 노파에게,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별 이상할 것 없는 보통 할머니였다.
[우리 아파트 사시는 분이야. 좀 무서워보일 수도 있지만 귀신은 커녕 엄청 건강한 분이라고.]
뭐야, 괜히 무서워했네..
귀신이 나오는 길이라니 순 엉터리잖아!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