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해체하다 나온 돌

금산스님 작성일 17.05.12 14: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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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전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온갖 이상한 집과 괴상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었지.

산 깊은 곳에 있는 낡아빠진 집 같은 건 특히 그렇다.

 


서랍 속에 뼈가 가득 들어있질 않나, 벽 속에 긴 머리카락이 들어있기도 하고,

집 한가운데에 입구도 없는 방이 덩그러니 있기도 했다.

그 안에는 작은 신사 문이 세워져 있고..

 


뭐, 어찌되었든 죄다 때려부수고 덤프트럭에 실어서 쓰레기로 처리해버린다.

정말 기분 나쁜 경우에는 술과 소금을 뿌리기는 하지만..

결국 죄다 버리는 건 똑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계곡에 있는 오래된 대저택을 해체하는 작업이 들어왔다.

나는 운전기사 겸, 사장이랑 사장 아들과 함께 예비조사를 하러 갔다.

 


집안에 뭐가 있고 어떤게 들어있는지는 사장하고 사장 아들이 할 일이라,

나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가져온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자 시골에는 보기 드문 고급차에 호기심이 동했는지,

근처에 사는 듯한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여기는 뭐하러 왔누?]

[이 집을 좀 부수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와서요. 그런 거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 이 돌집이 부서지는거구나.] 라고 말했다.

 


[왜 돌집인데요? 보기에는 별거없는 나무로 지은 집인데..]

그렇게 묻자, 할머니는 [아니, 돌이 있어.] 라고 대답했다.

 


[그게 뭔데요? 부수면 저주 받는건가?]

나는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할머니도 웃으며 대답해 줬다.

 


[나도 모른다. 근데 이상한 돌이 있다고 하더라.]

흥미가 생겨, 나는 집에 직접 들어가보기로 했다.

 


문을 넘어 들어가자 안방과 넓은 뜰이 보인다.

그리고 그 뜰 한구석에는 창고가 세개 줄지어 서 있었다.

 


마침 거기 사장 아들이 보이길래, 나는 창고 쪽으로 걸어갔다.

사장하고 사장 아들이 있던 건 세 창고 중 가운데 것이었다.

 


사장은 그 안에 있었는데, 창고 가운데가 뭔가 이상했다.

그 가운데 창고만 정사각형이었는데, 가운데에 씨름판처럼 둥글게 흰 돌이 파묻혀있었다.

원 중앙에는 1m 길이의 각진 검은 돌판과 흰 돌판이 서로 마주보듯 서 있었다.

 


사장은 계속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그저 괴상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날은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며칠 뒤 그 집 해체를 진행하게 되었다.

 


해체 첫날 아침,

회사에 나가자 무슨 일인지 사장이 직접 나와 우리에게 말했다.

 


[창고 안에 있는 돌판은 절대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가지고 오라고.]

우리는 현장으로 향했다.

 


목조 가옥은 부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적절한 공간만 있으면 기계로 가볍게 때려부숴 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침에 사장이 한 말이 있기에,

가운데 창고에는 손을 대지 않고 다른 곳부터 부숴나갔다.

 


그리고 며칠 지나 가운데 창고만 남았다.

다들 창고 안으로 들어가 돌판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현장의 리더격인 중국인 코우씨가 창고 밖으로 뛰쳐나와 토하기 시작했다.

 


[코우씨, 왜 그래요?]

우리가 묻자, 코우씨는 [그 창고 위험해, 기분 나빠.] 라고 말했다.

 


우리는 멀쩡했기 때문에 그대로 작업을 계속하려 했다.

하지만 코우씨는 [위험하니까 돌아갈래.] 라며 덤프트럭 한 대를 끌고 마음대로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만 창고를 부수고,

그 돌은 잘 챙겨 덤프트럭에 쌓아 가지고 왔다.

 


회사로 돌아갔더니 사장이 화를 냈다.

코우씨가 화를 내며 회사를 때려쳤다는 것이다.

[네놈들 무슨 짓을 한거야!] 라며 화를 냈지만, 우리가 알 턱이 있나.

 


[우리는 모릅니다. 창고를 부수려고 했더니, 코우씨가 토하고 화낸 다음 갑자기 돌아갔어요.]

사장은 우리를 냅다 밀치더니 덤프트럭에 놓은 돌로 다가가

[당장 이걸 옮겨!] 라고 큰소리를 내질렀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전 사원이 달라붙어 사장 말대로 그 돌을 응접실에 옮겼다.

사장은 그걸 응접실 소파 위에 올려두게 했다.

 


그 이후로 사장은 그 돌에 차를 갖다주질 않나, 말을 걸질 않나..

아무튼 좀 괴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물론이고 사장 아들도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1주일 가량 지나자, 사장은 난데없이 [아들한테 뒤를 맡긴다.] 며 은퇴해버렸다.

 


사장 아들도 언질을 받은게 없었기에,

회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일도 제대로 못하겠다 싶어,

나는 한동안 쉬기로 하고 오키나와에 2주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회사는 완전히 체제 전환이 끝나있었다.

 


사장 아들에게 사장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그 돌을 가지고 시골로 내려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암만 연락을 해도 돌아오질 않는다면서..

 


나는 [그 돌 혹시 위험한 거 아냐?] 하고 물었다.

사장 아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지, 수소문을 해봤더란다.

 


하지만 과거 그 창고에서 사람이 둘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은 그 집 주인,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는 왠 남자.

두 경우 모두 사건으로 처리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나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사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회사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

아들이 경영 수완이 있는지 사옥도 새로 세웠더라고.

 


지금도 가끔 그 돌이 뭐였는지,

위험하거나 이상한 것인지 생각이 나곤 한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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