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6살이던 때였다.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어느 산속 무의촌에 부임하게 됐다.
당시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던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같이 그 마을에 요양을 떠나게 되었다.
첫 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대환영하며 맞아주었다.
지역을 지켜주는 뱀신 사당 앞에서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마을 사람들은 신의 가호가 있을 거라며
현관과 뒷문에 큰 방울이 붙은 고헤이(御幣)를 세워주었다.
진료소와 관사를 겸하는 건물은 완전 새 것이었다.
일부러 새로 터를 닦은 곳에 새로 지은 집이라고 했다.
시골 공기 덕인지, 내 천식 발작은 금새 안정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뱀신님 덕분이구나.] 라고 내게 줄지어 말했다.
친절한 마을 아이들과 노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곧 이상한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너는 좋겠다야. 뱀신님이 맞이하러 오신다고 어무이가 그르드라.]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져,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두운 얼굴로
[너는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할 뿐이셨다.
그러고 보니 매일 밤 해가 지면
집 전체를 무언가가 조이듯 끼기기긱 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새로 지은 나무집은 원래 그렇단다.] 하고 말하셨지만,
한 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점점 무서워졌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뱀신님이 맞이하러 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태풍이 다가오던 어느 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아버지와 형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아버지는 당황해하는 할아버지를 후려갈기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도망쳐야 해!]
우리는 끌려가듯 차에 올라탔다.
다음날, 상륙한 태풍에 의해 산사태가 일어났다.
마을은 그대로 토사 속에 파묻혔다.
다만 단 한 채, 우리가 머물던 진료소만은 멀쩡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실로 괴상했다.
모든 창문과 문이 안에서 나올 수 없도록,
밖에서 빗장과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으니..
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쯤 듣고 알아챘겠지.
우리는 뱀신님한테 산 제물로 바쳐졌던 것이다.
방울과 고헤이는 전부 제물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공물이 도망치고 말았으니, 뱀신님은 화가 났었겠지.
마을이 토사에 묻힌 건 그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를 제물로 바친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은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피소로 가지도 않고, 전부 자기 집에서 흙더미에 깔려 죽었다.
산요우(山陽)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