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5

씨바둥 작성일 17.07.10 2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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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의 쾡한 눈은 흉칙함을 더했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 정신없이 거기에서 뛰어
나왔어요.
시체가 벌떡 일어나 제 뒷덜미를 채갈까봐
비 맞는 것도 개의치 않고 달렸어요.
나도 모르게 사무실 쪽으로 달려갔어요.
헉헉대며 사무실의 문을 열었어요.
사무실 역시 불이 나가서 깜깜했어요.
누구 없냐고 소리쳤지만, 들리는 것은 비소
리 뿐이었어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갑자기 번개가 쳤어요.
짧은 순간이나마 사방이 환해졌어요.
그 순간 저는 너무 끔찍한 것을 봤어요.
제 바로 눈앞에 고깃덩이처럼 너덜너덜해진
시체가 하나 보이는 것이었어요. 그 시체의 멍
한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신을 잃었어요...
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이 사람들로 북
적되었을 때였어요.
경찰, 직원, 응급차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
려와 있었어요.
내가 깨어나자, 경찰들이 몰려와 사정없이
질문을 해대는 거예요.
저는 간신히 전날 밤 본 것에 대해서 얘기했죠.
하지만, 경찰들은 제 말보다는 왜 제가 한
밤중에 여기에 왔냐고 캐 묻는 것이었어요.
마치 용의자 심문하듯이 나를 심문하는 것
이었어요.
저는 밤에 본 그 기분 나쁜 차와 살인마가
비올 때 마다 찾아온다는 것을 얘기했어요. 역
시 아무도 안믿고, 오히려 저를 의심하는 것
같더군요.
무섭기도 답답하기도 해 미칠 것 같았어요.
경찰 말로는 피해자들이 사냥칼로 수십 번
난도질당한 채로 죽어있다는 것이었어요.
경찰의 심문이 끝나자 저는 톨 게이트 근무
를 해야 했어요.
사람은 죽었지만, 고속도로를 패쇄할 수는
없는 일이었어요.
오히려 직원이 둘이나 죽었기 때문에, 일손
이 딸리는 형편이 었으니까요.
경찰도 벌써 3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나니 가
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각 톨 게이트마다 밤
에 두 명의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어요.
그래도 무서워질 대로 무서워진 직원들은
야간 당직은 피하려고 했어요. 사실 톨 게이트
에서만 살인을 저지르는 그 놈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제 생각에는 다음 비오는 날 분명히 또 나타
날 것 같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니까요.
여하튼 그래서 경찰 두 명이 지켜줄 때까지
우리 톨 게이트 야간 당직은 1명으로 하기로
했어요.
죽기보다 하기 싫은 야간당직이었지만, 직
장을 그만 둘 형편도 못 되고 해서 어쩔 수 없
이 저도 하게 되었어요.
우리 톨게이트에서 살인이 일어난 지 일주
일이 넘게 지났는데도, 경찰은 범인에 대한 단
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경찰 역시 매일 밤 톨 게이트 당직을 서야
하는 것에 피곤함도 느끼는 것 같았고요.
그러다 결국 그 날이 온 것이지요.
야간 당직 하게 되는 날이면 항상 일기 예보
를 확인했거든요.
혹시 밤에 비라도 오는지.
그런데 그 날은 비 올 확률은 10%미만이라
도 예보에서 나왔어요.
그걸 믿고 야간 당직을 서게 되었죠.
그 실수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예요.
저와 같이 야간 당직을 하게 된 경찰은 공교
롭게도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였어요. 왜 이
쪽 담당도 아닌 그 사람이 저와 당직을 같이
하게 되었는지 좀 이상했지만 별로 신경 안 썼
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어요.
여하튼 아무 것도 모르던 저는 단지 아무 일
도 없길 바라기만 하면서 정산소에 앉아 있었
어요.
그 형사는 저와 같이 정산소에 앉아 있었고,
그와 같이 온 동료 경찰은 톨 게이트 근처에
세워놓은 차에 앉아있었어요. 두 명의 경찰은
서로 교대하며 정산소와 차를 왔다갔다 했어요.
저는 낮에 푹 자서 별로 피곤하지 않았어요.
매일 혼자만 앉아 있는 정산소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려니 좀 이상했어요. 그것도 경찰과.
밤이 깊어지자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어지
고 무료해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형사와 형식적인 대화만 나누다
가, 슬슬 많은 얘기를 나누었어요. 특히 젊은
담당 형사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사람은
젊은 사람답지 않게 침착한 것 같았어요.
그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으려니 무서움이
사라졌어요.
그래도 경찰이 지켜주고 있는데 괜찮겠지라
는 생각도 들고요...
이것 저것 얘기하다 시간을 보니 벌써 밤 2
시가 지나고 있었어요.
그때까지는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한 마디
도 않했던 그 형사가 점점 사건에 대해 이것
저것 질문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제가 보고 생각했던 모
든 것을 얘기했어요.
그 무덤과 못 찾은 시체 얘기까지 다 해 주
었어요.
그 형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제 얘기를 다 들
었어요.
제 얘기가 끝나자 형사가 살인사건에 대해
몇가지 의혹을 얘기해 주었어요.
‘음... 그랬어요...
하긴 이번 사건,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저도 많지는 않지만, 살인 현장은 꽤 봐왔
거든요.
그런데 이번 살인 현장에서 받은 인상은 좀
이상해요.
살인범이 살인을 할 때 아무런 감정없이 사
람을 죽인 것 같아요.
원래 살인이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사람
의 감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범죄인데, 이
번 살인은 하나의 감정도 느낄 수 없었어요.
무슨 껍데기만 있는 놈이 살인을 저지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상한 점은 더 있어요.
이 톨 게이트에서 발생한 살인만 해도 그래요.
두 명의 피해자가 똑같이 그렇게 심하게 난
도질을 당했는데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
다는 거예요. 마치 무슨 최면에 걸려있었던 것
처럼, 또는 자다가 당한 사람들처럼 전혀 반항
의 흔적이 없었어요.
자다가 습격을 당해도 그 정도의 난도질을
당하면 바둥거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냥 당
한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살인범이 면식범일 가능성도
있어요.
혹시 모르죠.
지연씨 말한대로 무덤에서 나온 악령이 그
범인일지도...’
형사의 말을 잘 들어보니 제 얘기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해서, 한마디 하려는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분명히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내리는
것이었어요.
비가 오기 시작하자, 저는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어요.
오늘도 분명히 그 살인마가 나타날 것 같았
어요.
그 형사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안절부절 못
해하는 나를 안심시키려 애썼어요. 하지만 두
려움이 미칠 지경인 저는 빨리 여기서 도망가
자고 소리쳤어요.
형사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며, 걱정말라고
하며 저를 정산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지지직 거리더니 정산소 불빛이 꺼
졌어요.
그 살인마가 나타날 때랑 똑 같았아요.
비가 내리고, 정산소 불이 나가고.
저는 무서움으로 실신할 지경으로 소리쳤어요.
‘이제 그 놈이 나타난다고요! 그 놈이!
우리를 죽이러!!!’
불이 나가도 침착해하던 그 형사는 저를 진
정시키다가, 갑자기 권총을 꺼내들었어요.
제 어깨 너머로 뭔가를 본 것 같았어요.
형사는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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