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선배 I씨에게 들은 이야기다.
선배가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동료 4명이서 담력시험을 하러 갔단다.
그곳은 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폐병원이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시간은 딱 자정 무렵.
차를 병원 앞에 세우고, 각각 회중전등을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렸다.
유리창은 다 깨져있고 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
인적이 끊긴지 꽤 오래 됐다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건물 안에도 여기저기 낙서가 되어있고, 쓰레기가 굴러다녔다.
그 와중에도 각 방마다 잡지에 침대, 진료기록 같은 게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꽤 무서웠다고 한다.
다들 떠들어대며 대충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3층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던 K씨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 가위바위보 해서 진 놈이 2층 복도 끝까지 혼자 갔다오는 거 어떠냐?]
I씨는 꽤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하지만..
다들 장난기 가득했던 터라, 동조했다고 한다.
가위바위보를 하고나니, 정작 말을 꺼냈던 K씨가 걸리고 말았다.
K씨는 영감도 없고, 귀신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단다.
입으로는 [진짜 무서워!] 라고 말하면서도,
망설임 없이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가더란다.
그리 넓은 병원이 아니었기에,
성큼성큼 걸어가자 금새 복도 끝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세 사람의 회중전등 불빛이 흔들리는게 보인다.
다시 K씨가 돌아오려 발걸음을 뗀 순간..
끼기긱.. 하면서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심장이 덜컹 뛴다.
바람소리일 것이라 스스로 말하며, K씨는 목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내민 것은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경비원 아저씨였다.
[이봐, 이봐,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냐..]
뭐야, 사람인가..
안심한 다음 순간,
K씨는 방에서 나온 그 남자의 몸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남자의 몸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려 있었고,
팔 관절은 완전히 거꾸로 꺾여있었다.
K씨는 괴성을 지르며 동료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K씨를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은,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K씨를 보며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K씨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뒤를 돌아보면, 다리를 질질 끌면서 쫓아오는 경비원이 보였다.
[기다려.. 기다려.. 으하하하하하하하..]
지익, 지익, 지익, 지익..
뒤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발소리와 웃음소리.
네 사람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 차로 돌아왔다고 한다.
[서둘러! 빨리 출발하자!]
K씨가 떨리는 손으로 키를 꽂고 시동을 건 그 순간.
[기억해뒀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방금 전 그 경비원이 유리창에 얼굴을 찰싹 대고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K씨는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았고, 차는 급발진했다.
그 후 여차저차해서 결국 무사히 집으로 다들 돌아는 갔단다.
하지만 그 다음날, I씨 방에 그 남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밤, I씨는 2층 침대 위에서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다.
갑자기 아래 쪽에서 지익.. 지익.. 하고
무언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하다..!
I씨는 눈을 꽉 감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사라져주세요, 제발.." 하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소리는 곧 그쳤지만,
몸은 그대로 굳은 채 몇분이 지났다.
"갔나..?"
겨우 안심하고 눈을 뜨자, 그 경비원이 눈앞에 있었다.
I씨 위에 걸터앉아, 얼굴 양 옆에 팔꿈치를 대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더란다.
경비원은 I씨와 시선이 마주친 후 한마디 중얼거렸다.
[..아니네.]
그리고는 사라지더란다.
I씨는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날, I씨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다른 두 동료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K씨만은 아무 일도 없었다.
[나, 어젯밤에 딱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런데.. 어젯밤부터 굉장히 기분이 나빠.]
분명 그날 K씨의 안색은 나빴다고 한다.
그 후 K씨는 극단적으로 기운이 없어져,
I씨나 다른 동료들이 놀자고 권유해도 다 거절하게 됐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K씨는 그대로 졸업했다.
몇 년이 지나, I씨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담력시험 멤버 중 한 사람한테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K씨가 상태가 안 좋아져 1년 가량 입원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I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병문안을 갔지만, K씨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이야기를 해도 말의 아귀가 맞지를 않았다.
가족들 말에 따르면,
근 몇 달 사이 K씨의 정신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I씨가 병문안을 갔을 무렵에는 딱 중학생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 담력시험이 I씨의 뇌리를 스쳤다.
몇 달 뒤, I씨는 또 K씨 병문안에 나섰다.
그 무렵 K씨의 정신 연령은 너댓살까지 떨어져 있었다.
K씨는 끊임없이
[이상한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보고 있어. 무서워, 무섭다고.] 라며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지나, K씨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더 이상 말도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아 링겔만 맞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I씨는 이 이야기를 내게 해준 뒤, 무겁게 말했다.
[K씨는 죽기 직전까지 그 경비원한테 시달린걸까.]
이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절대 담력시험 따위는 안하고 살고 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