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지금도 확실히 떠오르는 기억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여름방학이었다.
집 뒤쪽에 있는 큰 공터에서,
여름방학 자유과제였던 "근처의 곤충 찾기"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터 구석 콘크리트 바닥에
하수도로 통할 것만 같은 녹슨 철문을 발견했다.
흥미가 동한 나는 문을 열어봤다.
아래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보인다.
모험심에 가슴이 달아올라,
나는 곧바로 집에 돌아와 회중전등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두근거리면서 그 사다리를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와보니, 바닥은 철망으로 되어 있었다.
그 밑에는 지하 배수로가 있는지, 작게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하수도는 아닌 듯 했다.
통로는 앞뒤로 쭉 펼쳐져 있었는데,
나는 우선 정면을 향해 걸어가보기로 했다.
회중전등으로 발 밑을 비추며, 두근두근 한동안 걸어갔다.
눈 앞에는 철조망이 나타났다.
막다른 곳이었다.
옆에는 위로 이어진 사다리가 있었다.
더 굉장한 걸 기대했는데,
아무 것도 없어 실망하면서 나는 사다리를 올랐다.
얼마 걷지도 않았으니 처음 들어온 곳 근처로 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온 곳은 처음 들어온 곳과 똑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황혼이 지고 있었다.
분명 들어간 건 한낮이었는데..
어쩐지 무서워져서 나는 집에 돌아가려 공터를 떠났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풍경이 미묘하게 달랐다.
맨날 과자를 사먹던 가게가 본 적도 없는 집으로 바뀌어 있고,
동사무소가 병원으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도로 표지판도 본 적 없는 이상한 마크가 붙어있었다.
서둘러 집에 와보니 역시 미묘하게 이상했다.
뜰에는 커다란 선인장이 꽃을 피우고 있었고,
스포츠카를 세로로 압축한 것 같은 이상한 디자인의 새빨간 차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현관 옆에는 인터폰 대신 아래로 기울어진 작은 레버가 붙어 있었다.
네 발에 털이 난 기린 장식물이 문 양 옆에 있었고..
하지만 우리 집이었다.
세세한 곳은 다르지만 어떻게 봐도 우리 집이었다.
왠지 모르게 다른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현관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집 뒤쪽으로 돌아가 부엌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실에서 보라색 기모노를 입은 아버지랑,
어째서인지 학교 음악 선생님이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문득, 당시 플레이하고 있던 드래곤 퀘스트 3을 떠올렸다.
그 게임에는 또다른 세계라는 게 나오거든.
딱 그 느낌이었다.
내가 또다른 세계에 와 버리다니!
당황한 나는 공터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뒤,
원래 왔던 길을 더듬어갔다.
정말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늦으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다행히 처음 들어왔던 사다리를 타고,
나는 원래 세계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나는 그 공터가 무서워져서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
공터 쪽을 바라보는 것조차 싫었다.
거기 가까이 가면, 또 나도 모르는 사이 또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그러는 사이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결국 그 또다른 세계가 무엇이었는지는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하지만 반 년 전, 일 때문에 주변을 지나갈 기회가 있어서 슬쩍 살펴본 적이 있었다.
반쯤 주차장처럼 사용되고 있었지만, 공터는 아직 거기 있었다.
그 무렵의 공포감이 떠올라서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 철문도 아직 그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