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여우귀신과 견신

금산스님 작성일 17.10.11 10: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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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 강의를 하러 온 선배에게 들은 악령 관련 이야기입니다.

중부지방 어느 대학 민속학 연구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씌인 악령에 관해 조사하던 교수님이 있었는데,

그 연구팀에서 8명의 학생이 현지조사를 나가서 각각 담당을 결정하게 됐죠.

 


A는 이번이 첫 현지조사였기에, 악령 중 가장 유명한 견신을 지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이 그걸 말렸습니다.

 


[견신은 아직 자네가 맡기에는 이르네. B군과 C군이 맡아주지 않겠나? 자네는 여우귀신 쪽으로 가게나.]

그리하여 A는 D와 함께 여우귀신이라는 잘 알지 못하는 악령을 조사하게 되었고,

선배인 B와 C가 견신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A는 녹음용 테이프 같은 취재 도구를 가득 준비해,

D와 함께 키타칸토의 어느 집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그 무렵은 가을이고 태풍 예보가 나온터라,

여기저기 농가에서는 태풍을 대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찾아가는 바로 그 집,

악령 들린 집만은 아무 것도 하지않고 한가로이 있어 이상했다고 합니다.

 


여우 들린 집에서는 친절하게 A 일행을 맞이해,

훌륭한 다다미방으로 안내했습니다.

 


그곳에는 큰주인으로 불리는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A는 바로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여우귀신이라는 것은 손을 타고 넘을 정도의 작은 여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듣던 와중, 갑자기 할아버지가 말을 멈췄습니다.

 


[이야기를 하니 저 봐, 여우귀신이 나왔군.]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통풍창을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A와 D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우 들린 집은 교수님도 신세를 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날도 저녁식사와 방을 그냥 내어주었다고 하네요.

 


밤이 깊어져 녹음도 끝날 무렵,

A는 태풍이 걱정되어 큰주인에게 괜찮을지 여쭈었다고 합니다.

큰주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바람도 구름도 집을 피해서 지나갈테니 말이야.]

이튿날 아침, 돌아오는 길에는 태풍 흔적이 엄청나게 남아있었지만,

여우 들린 집에는 나뭇잎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A는 연구실로 돌아와,

교수님과 다른 멤버들 앞에서 녹음해 온 테이프를 재생했습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어째서인지 녹음한 큰주인 목소리는 안 들리고, 기묘한 소리가 잡힐 뿐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해보게.]

교수님의 말에, A는 녹음 테이프를 감았다가 다시 재생했습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때 여자 선배가 [멈춰!] 라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소리! 그건 빙의했을 때 나는 소리야!]

그 선배는 민속학과 더불어, 전통극인 노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노에서 노래하는 빙의의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는 소리가 똑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의 역사는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옛 사람은 괴이의 소리를 알고 있던 것일까요.

 


[괜찮아!]

다들 아연실색해 있었지만, 교수님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유감이지만 이건 묻어두도록 하세.]

그 후 A와 D는 적어온 기록을 정리하기만 하고, 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B와 C는 견신 들린 집에 찾아갔지만,

신이 나 있던 B가 가는 도중 갑작스레 그만 두자느니, 돌아가자느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답니다.

자신이 죽는 꿈을 꿨다고 하면서요.

 


C는 B를 열심히 설득해, 견신 들린 집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훌륭한 분위기의 노인이 두 사람을 맞이해 여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B는 얼굴을 푹 숙인채 말 한마디 없어서, C는 무척 곤란했습니다.

허나 노인은 그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윽고 준비된 다다미방에 안내되어,

두 사람을 일찍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질 않더랍니다.

 


밤이 꽤 깊어질 무렵, 복도로 난 미닫이문에서 바스락바스락,

무수한 동물이 모여드는 기척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신호였던 것처럼, 미닫이문이 잇달아 찢어지더니 쥐같은 것이 끝도 없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C는 정신이 없어 눈을 꽉 감고 있었지만, 문득 B가 신경 쓰여 눈을 떴습니다.

B는 멍하니 텅빈 눈을 한채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이튿날 아침, 모든 것이 난장판이 된 방에서, B와 C는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견신 들린 집의 젊은 며느리가 아침 식사가 준비됐다고 부르러왔습니다.

 


방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C가 횡설수설해서 설명하자,

젊은 부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찮습니다. 처음 오신 손님이 계실 때는 자주 그렇거든요.] 라고 대답하더랍니다.

그리고는 다른 다다미방으로 짐을 옮겨주었습니다.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 인사를 올리자,

노인은 [아무래도 여러분은 환영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마음에 걸리는 소리를 하더랍니다.

 


두 사람이 도시로 돌아오자 이미 밤이었고,

그대로 B와 C는 역에서 헤어졌습니다.

 


이튿날 아침, 대학에 나온 C에게 B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사인은 심장발작.

 


B의 장례식이 끝난 뒤,

C는 연구실에 모인 동료들 앞에서 울며 소리쳤습니다.

 


[견신 때문이야! 그 녀석, 정말 가기 싫어했는데 내가 억지로 끌고 간 바람에..]

그 후 C는 박사 과정을 밟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학자의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지조사를 나갔다가 행방불명 되어,

벌써 1년이 넘도록 소식이 두절되었다고 합니다.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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