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8시 지날 무렵,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에 나섰습니다.
집을 나올 때는 맑았는데,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아르바이트 장소까지는 자전거로 10분 거리.
다시 우산을 가져오기도 귀찮아서 그대로 빗속을 가로질러 갔습니다.
그런데 비 내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몇 방울 뚝뚝 떨어지나 싶었는데,
곧바로 쏴하고 쏟아져내리는 큰 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도 비가 많이 내려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손은 핸들을 잡고 있어, 얼굴도 훔치지 못했고요.
결국 그대로 반쯤 눈이 감긴 채로
죽어라 달려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갔습니다.
도착할 무렵에는 코트까지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뒷문 근처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게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뒷문 바로 옆에는 스탭 룸이 있고,
탈의실도 그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스탭 룸으로 들어갔죠.
안에는 부점장과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 여자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탭 룸에 들어서자마자
[왜 그래, 그거!] 라는 질문이 날아들었습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갑자기 비가 막 쏟아져서..] 라고 대답하고,
옷을 갈아입으려 탈의실로 향하려던 터였습니다.
춥고 젖어 있었으니 기분도 나빴거든요.
[정말로 왜 그런거야, 그거. 무슨 일 있었어?]
하지만 부점장은 진지한 눈으로 내 팔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내렸다니까요..] 라고 말했지만,
손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도대체 왜 그러는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함께 방에 있던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그치만 비는 전혀 오질 않았는걸?]
그리고는 뒷문을 열었습니다.
밖은 비가 내린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나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당장 나는 흠뻑 젖어서 가게에 들어섰는데.
비가 내리지 않았다니, 그럴리가..
하지만 땅도 바싹 말라있고,
오직 내 발자국만 남아 있습니다.
가게 사람들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비를 맞았습니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오는 내내.
가게 사람들한테는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게 사람들도 모두 이상하다고 말하며 오싹해 했습니다.
집에 돌아올 때는 아무 일 없었습니다.
이것도 심령현상 같은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납득도 안 가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