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소년은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지저분한 차림에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남자는 소년을 뚫어져라 응시했습니다.
너무나도 섬뜩한 남자의 모습에 소년은
꿈에서 깨어도 남자의 얼굴을 잊지 못 했습니다.
소년은 남자의 얼굴을 잊으려 무던히
애썼지만 남자의 얼굴은 소년의 머리속에
깊이 두려운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은 마을로 흘러 들어온 거지와 마주쳤습니다.
거지의 얼굴을 본 소년은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거지의 얼굴이 어릴 적 꿈에서 보았던
남자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날 이후로 소년은 길에서 거지와 마주칠까
두려워 큰 길을 피해 다녔습니다.
하루는 소년이 물을 긷기 위해 개울에 갔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얼굴이 거지와 닮았다는 걸
깨닫았습니다.
순간 끔찍한 생각이 소년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소년은 소년의 어머니에게 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소년이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년의 어머니는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그날 밤 소년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소년은 술집의 입구에서 구걸하는 거지와 마주쳤습니다.
소년은 거지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그 날 이후 거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거지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을 불렀습니다.
어머니의 심각한 얼굴을 본 소년은 어머니가
소년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소년은 어머니에게 그냥 가슴에 묻어두시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소년은 개울가로 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은 더 이상 꿈속의 남자를 닮은
자신의 얼굴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두려웠던 꿈 속의 그 남자는
땅 속 깊이 묻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바젤님과 떠나는 무서운 세상 이야기
ps: 어제인줄 알았던 축구 한일전이
오늘이었습니다. 한일전 볼려고 이것저것 준비했건만... ㅠㅠ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