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는 남자

객사 작성일 18.09.14 06: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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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앞에 선 남자가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남자는 첫번째 계단을 올랐습니다.

 

그러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는 밀려오는 오한에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네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남자의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항상 술어 절어 계시던 남자의 아버지는

아들인 남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른 남자는 남자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지겨워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두고 혼자 집을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떠나고 얼마 안 지나 남자의 아버지는

한겨울 술에 취에 길에서 자다 얼어 죽었습니다.

 

여섯 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고아가 된 자신을 마을에서

쫓아낸 동네 어르신들과 그들의 자식들이 생각났습니다.

 

남자는 커서 반드시 마을사람들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하였었습니다.

 

하지만 남자에게도 좋은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일곱 번째 계단에 오르자 항상 혼자였던

자신에게 친구가 되어준 마을의 길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억도 잠시

 

계단을 하나 하나 오를 때마다 남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어두운 기억들이 증오가

되어 입밖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열 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아무리 저주를

퍼부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닫았습니다.

 

열한번째 계단에 오른 남자는 결국

그 모든 걸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도 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도

자신을 마을에서 내쫓은 마을 사람들도 말입니다.

 

그러자 남자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열 두 번째 계단을 올랐습니다.

 

남자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죄와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리고 열 세 번째

 

마지막 계단에 오른 남자는

허공에 매달린 올가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한도 많고 죄도 많았던 남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PS: 불금입니다!

우오오오옷!!!

 

출처: https://youtu.be/AJXQcuhdc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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