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절모 쓴 신사

hyundc 작성일 18.12.20 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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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가벼운 썰 한번 풀어 보겠습니다.

 

보통 삼남매가 있다면 둘째는 그닥 큰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 습니다.

특히 딸둘에 아들 하난데 아들이 막내라 중간에 끼인 둘째 딸일 경우라면 더 하겠죠.
 

저희 집도 그랬는데,

그렇다고 제 작은 누이가 미움을 받았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더더군다나 지금은 역변 해서 작은 누이가 아름 답지만 (스튜어디스 출신 입니다) 어릴때 볼에 살이 많아 별명이 못난이 였습니다.


큰 누이나 저는 밤에 별탈없이 잘 컸어요.

문제는 제 작은 누이인데,

여섯살이 될무렵 12시만 되면 자다깨서 그렇게 울었답니다.


삼남내가 장난치고 잘 자다가 밤 12시만 되면 갑자기 자지러 지게 울기 시작 했대요.

그것도 한두시간 내내요.

처음에는 부모님이 달래다가, 달래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게 날마다 반복되면 부모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죠.

한달쯤 되자 아버지가 작은 누이에게 매를 들었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공포 요법을 쓰셨던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 시기에 말안듣는 아이에게 매질은 당연하다 생각될 시기였으니까요.

 

쨋건,

매를 맞아도 누이 울음엔 변함이 없었대요.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가 화내도 안되고 달래도 안되고 "저거 내다 버려" 라고 벌컥 소리를 지르셨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작은 누이를 끼고 왜 애를 버리냐고 아버지에게 역정을 내셨는데

그 말을 듣자 마자 누이가 갑자기 조용해 지더래요.

근데 그게 평안하게 조용해 진게 아니라 얼굴은 퍼래지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네요.


그런 일이 지속 되자 부모님도 지쳐가고 잠을 못자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겠죠.
 

그러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손주들 보겠다고 집에 오셨는데 당시 저희 살던 곳이 제주도 였습니다.

부친이 그쪽으로 발령 받으셔서 제주에서 2년정도 살았는데,

70년대 서울 사는 친정 엄마가 딸보러 제주 까지 오는게 쉽지 않았는데 갑자기 오셨대요.

70년대에 비행기를 타는것 조차 힘든 시기였으니 당연하다 생각 됩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계시다가 서울 올라 가실때쯤 뜬금없이
 

"얘, 미란(둘째 누님 가명)이 그렇게 구박 할거면 내가 데리고 한달만 있자" 고 말씀 하셨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니 엄마, 얘 데리고 있기 힘들어요. 밤에 못견뎌" 라고 하시자


"아니다. 사실 내가 내려 온것도 미란이 때문에 온거여. 내가 데리고 한달만 있자" 라고 말씀 하시고 서울로 데리고 올라 가셨답니다.

 

데리고 올라가서 일주일쯤 있다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뜬금없이.


"집에 굵은 소금 있지?"

 
그러시곤,


"굵은 소금 태운 다음 그거 집안 모서리진 구석 마다 다 뿌려라. 지금 어여해" 라고 하셨답니다.

저희 모친은 전화를 끊고 아니 소금을 어떻게 태워? 라고 생각 하시다

양은 냄비에 소금을 담고 곤로위에 올려서 태웠답니다. 어쨋건 태운건 태운거니.

그러곤 집안 모퉁이 마다 뿌리셨대요.

 

모친 전화 하셔서 다 뿌렸다고 하시니 "그럼 집바닥에 팥 뿌려라" 라고 말씀 하시더랍니다.

하라시는 대로 했다 하시니"그럼 이제 됐다. 이제 미란이 괜찮을거여" 라고 하시곤 전화를 뚝 끊으시더랍니다.
 

한달을 데리고 있겠다던 할머니는 이주일이 좀 지나서 작은 누이를 바로 다시 데려 오셨대요.

그러시더니 모친께 말씀 하시기를.


저희 할머니가 "사실은 내가 얼마전 부터 꿈에 어떤 이상한 양반 한테 시달 렸지 않니" 라고 말씀을 하시더래요.


할머니 꿈에

시대는 일제 시대인데 처음 보는 중절모 입은 양반이 나타나서

"내가 너 때문에 인생 조졌는데. 너는 이렇게 편하게 사냐?" 며 지팡이 들고 때리고, 패악질 부리고 침 뱉고 온갖 행패를 다 부렸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나 때문에 신세 조질 일이 뭐 있다고 저러나, 그런데 꿈이 참 생생하다, 그렇게 넘겼는데

꿈이 몇날 며칠이 되도록 똑 같이 이어 지더 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 하셔도 살면서 남한테 원수 지신 일도 없고 뭔가를 풀려면 알아야 풀텐데 얼굴도 처음 보는 양반이고.

너무 답답해서 자주 가시는 절 친하셨던 큰 스님 한테 물어나 봐야 겠다 싶어서 가셨는데 스님이 그러셨대요.


"보살, 내 사실 뭐 그리 크게 깨친 중이 아니라 그 꿈에 난타난다는 양반이 누군지, 어떤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소. 근데 보이긴 보이요. 어쨌건 내가 해결은 해드드리다" 라고 얘기 하셨답니다.

 

그래서 저희 할머니는 그냥 무당한테 굿했다 셈 치고 절에 공양 많이 하고 며칠 기도 드리고 하셨는데

한 일주일쯤 되자 중절모 입은 양반이 꿈에 나타나


"야, 이 더러운 년아 내 간다 가. 근데 내가 그냥 갈거 같냐? 내가 끝까지 너 피말리게 해준다" 그러고는 뒤돌아 갔답니다.

 

그러고는 안타나났대요.

 

그런데 기분이 영 찜찜 하시더랍니다.

그냥 꿈인데 별일 없겠지 싶으시다 갑자기 '가만 이 놈이 우리 새끼들 한테 붙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퍼뜩 들으셨대요.

 

그래서 처음엔 큰삼촌댁에 가셨다가,

그다음 작은 삼촌댁에 가셨다가,

설마 제주도 살고 있는 딸네는 별일 없겠지 싶어서 오신 거였는데 저희 작은 누이가 밤마다 그렇게 자지러 지게 우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오신 다음 날 작은 누이 끌어 안고 물어 봤대요.


"내새끼, 밤에 왜 그렇게 울어? 혹시 어떤 아저씨가 괴롭혀?" 라고 혹시나 하고 물었더니 저희 작은 누이가 놀란 토끼 눈이 되면서

 

"어? 하...할머니 그거 어떻게 알아? 나 밤마다 긴 모자쓰고 얼굴 긴 아저씨가 나타나서 밤마다 때려" 라고 말하며 막 울었답니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가 자기 만난거 엄마 아빠 한테 얘기하면 나 안때리고 엄마 아빠 때린 댔어. 할머니 무서워" 라고 얘기 하면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답니다.


그래서 할머니가 누나를 데리고 올라갔대요.

 

할머니 딴엔 이제 그 중은 못믿겠다 싶어서 당시 종로에서 제일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 갔답니다.

그 무당집 무작정 찾아가서 예약이 밀렸다는둥 자기네는 고관대작이 아니면 봐주지 않는둥 그렇게 내쫒기다 무당 집 앞에서 누나 끌어 안고 엉엉 울었대요.

  
그 무당 집 문앞에서 할머니가 서럽게 울고 있는데 안에서 몸빼 바지 입은 어떤 아줌마가 나오시더랍니다.

 

저희 할머니는 그 사람이 거기서 밥해주는 사람인줄 아셨대요.

그래서 그 사람 한테 라도 매달릴 심산으로

 

"아줌마. 내 손녀딸 좀 살려 주소. 내 용하다는 만신 얼굴 한번만 보게 해주면 내 원하는거 다 해드릴께요" 라고 매달 리셨답니다.

그랬더니 그 몸빼 아줌마가 깔깔 웃더니

"이 할마이가 내가 뭘 원할지 알고 이러는교? 일단 들어 오소" 라고 하더니 한옥 집에서 제일 큰 방으로 들어 가더랍니다.

 

저희 할머니가 누이를 끌어 안고 따라 가니 그 몸빼 아줌마가 턱 하니 상석에 앉더래요. 그러더니.

 

"그래 내 그 종놈 떨궈 주면 되는거요?" 라고 물어 보더 랍니다.


그 말에 "종 아니에요. 멀끔한 양복 입은 신사인데" 라고 말씀 하셨더니.


"양복 좋아하네. 그 놈 당신네 집에 있던 종 이었는데 그것도 몰랐는교? 그 놈 그거 일본 가서 돈 많이 벌었구만" 이라고 얘기 하시더랍니다.
 

저희 외할머니가 원래 개성분이신데 모친 말로는 6.25나기 전까지 개성에서 제일 큰 부자 셨대요.

외할머니는 술만 자시면 "개성땅 절반이 우리건데. 우리건데. 빨리 통일이 되야 그 땅 찾을 수 있는데" 노래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그 양반 그거 할마이 어렸을때 몸에 손댔고만, 그거 들켜서 멍석말이 당하고 일본 도망갔고. 이 미친놈이 일본 가서 잘됐으면 그만이지 지 칼맞아 비명 횡사 했다고 왜 애꿏은 사람한테 가서 들러 붙노" 라고 했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 말씀으로는 쌀몇가니 정도 돈을 주고 굿을 하셨대유.

그리고 무당이 얘기한대로 어머니께 시키신거고.


아, 이거 저도 모친때 어릴때 들은 얘기 살을 붙여 각색 하는건데 대충 저런 이야기 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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