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살던 집에서 있던 일입니다.
강동구의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을 때였는데,
그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가장 작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제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 가장 큰 방이 제 방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큰 방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습니다.
거기다 큰 책꽂이를 사주시겠다는 아버지의 말과
그간 방이 작아서 두지 못했던 피아노를 방 안에 둘 수 있게 되어
제 기분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했습니다.
저는 새 방으로 제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책꽂이, 책, 그리고 책상..
그런데 책상을 옮기던 도중,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방 한편에 장판이 발자국 모양으로 움푹 파여있었습니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별거 아니라는 생각으로 넘어갔습니다.
방을 바꿔 기분이 좋았던 것도 한 몫했지요.
그런데 방을 바꾼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잠을 틈틈이 자곤 했습니다.
하루에 걸쳐 1~2시간씩 여러 번 잤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1번에 3시간 이상은 자지 않았습니다.
그 탓인지 밤에는 잠이 없어 항상 깨어 있곤 했습니다.
당시 제가 잠이 들던 시간은 11시에서 1시 사이였습니다.
아마 그때까지 깨어 있는 일이 있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시간 정도 되면 주변은 조용해집니다.
시내의 번화가는 모르겠지만,
주택가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밖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발소리마저 들립니다.
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발소리가 남자의 것인지 여자의 것인지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귀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제가 방을 옮기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저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계속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서성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잘 시간이었지만,
중간에 깨서 화장실이라도 가나 보다 싶어
그러려니 하고 계속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발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것입니다.
마치 제 방 앞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발소리라는 것이 사람이 걸어감에 따라 소리가 변하기 마련인데,
그 발소리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서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그렇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새벽 1시부터 3시 사이만 되면
어김없이 방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맨발로 장판 위를 걷는 그 특유의 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방 밖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을 열면 아무도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이야기도 해봤지만
꿈이나 스트레스로 치부하시며 제 말을 듣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저는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잠을 일찍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한참 단잠을 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참 자고 있던 저는 기겁하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밖의 가족이 들어와서 제게 말을 걸 확률은 없었습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누워서 잠에 들려는 순간,
이번에는 벽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제 귀에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 방의 불을 켰지만
역시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1년간 그 집에서 불을 끄고 잘 수 없었습니다.
발자국 소리는 계속해서 났으니까요..
지금은 이사해서 다른 지방에서 살고 있고,
그때의 그 발자국 소리는 이후로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방 안에 발자국 모양으로 움푹 패어있던 장판입니다.
잠긴 방 안에서 내 귓가에 대고 누군가 말을 하고 숨을 쉰 것 같은 그 느낌..
그리고 밤마다 들리던 발자국 소리..
정말 생각하기 싫지만 아마 그 발자국 소리는 밖에서 난 것이 아니라..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