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겪었던 일입니다.
그때 우리 가족은 조금 오래된
2층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부모님이 부재중이셔서
저와 언니만이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언니는 마침 시험 기간이라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언니와 놀곤 했기 때문에
그날은 심심해하며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렇게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던 저는
심심해져서 괜히 언니에게 말을 붙여보았습니다.
[언니, 뭐 해?]
[공부]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저희 언니는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결코 저에게 단답형으로 대답할 사람이 아니고
왠지 모르게 목소리도 언니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언니, 뭐 한다고?]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응? 뭐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는 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조금 무서워져 벌떡 일어났는데
그 순간 갑자기 한 남자의 그림자 같은 것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침대 곁의 창문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던 방은 2층으로 창밖에는 오로지 평평한 벽뿐,
사람이 발을 디딜만한 공간은 없었습니다.
저는 꺼림칙하고 무서워져 언니에게 확인하러 갔습니다.
언니는 공부는 하지 않고 만화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언니, 아까 내가 뭐 하냐고 물었을 때는 공부한다고 했잖아.]
그러자 언니는 무슨 말이냐는 듯 제게 반문했습니다.
[아까? 언제? 나 너 침대에 눕자마자 만화책 꺼내서 보고 있었는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때는 조금이라도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도 견디지를 못했는데
내가 직접 겪게 되니 꿈을 꾸는 게 아닌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언니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거실 벽 쪽에 아기의 손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은 손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너무 놀라 조금 울먹거리며 언니에게 달려가
저기 아기 손 같은 게 벽에 튀어나와 있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가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며 나를 달랬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손은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휙 하고 지나가는 그림자를 보곤 합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