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그날의 손님 中

은기에 작성일 19.06.27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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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잡혀 있는 동안 사장님과 창수형은 분명 살인마가 분명하다고 단정지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연달아 사람이 죽어나간 것을 보아하면 진범은 따로 있는게 분명했다. 이젠 지역을 넘어 전국구에서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전봇대에는 수상한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는 것을 시작으로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히 귀가하라는 당부의 말들이 적힌 전단지들이 붙혀지기 시작했다. 


일순간에 바뀐 동네 분위기에 사람들 모두가 불안해했다. 그건 나 역시 같았다. 더욱이 밤에 일하고 피시방에서 홀로 카운터를 지켜야하는 게 무서워졌다. 

“인한아. 요새 힘들지? 시급 올려줄게.”

사장님은 나보다 먼저 액션을 취했다. 과연 그는 먼저 쌓은 사회경험을 토대로 내게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기존 시급에서 무려 천원이나 오른셈이다. 이쯤이면 살인보다 돈이 더 무서워지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한다. 

“고맙습니다.”

난 받아들였다. 거부할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그야 밤엔 항상 찾아주는 단골 손님들도 있었고,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창수형도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이 떠진다. 천근이 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가서 대강 세면을 하며 굴러다니는 빵으로 끼니를 떼운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지도 벌써 6개월째다. 난 언제쯤 그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멍한 얼굴로 핸드폰 액정을 바라본다. 밤 9시 30분. 슬슬 일어나야한다. 적당한 옷을 챙겨입고서 집에서 나와 매번 지나는 루트로 걸음을 옮긴다. 

동네에 가득 깔린 전단지의 효과 때문인지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순찰을 하는 경찰들의 수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대체 범인은 어떤 놈이길래 저 포위망들을 뚫고서 무차별로 살인을 하는 걸까. 

노골적으로 나를 훑어 보는 경찰들을 뒤로 하고 익숙한 동네로 접어들자 또 다른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피부를 따갑게 만드는 듯한 비명소리에 다리가 굳어지는 것 같았다. 서둘러 경찰에게 알려야하나? 아니면 빨리 피시방으로 대피하는게 맞는건가? 지금 저 정도의 소리라면 범인의 위치는 분명..

“괜찮으십니까?”

어느새 다가온 경찰이 내게 말했다. 경찰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이리저리 훑어 보고는 다시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예..? 혹시 저 소리 안들리셨나요?”
“무슨 소리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찰을 보며 순간 환청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너무 예민하게 있었던 탓인가. 

“아, 아닙니다. 알바가고 있었어요.”
“예에..”

경찰은 한동안 나를 보더니 ‘수고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다른 쪽으로 걸어가버렸다. 

**

무사히라는 말이 웃기지만 여느 때와 같이 피시방에 도착하니 전 근무자가 피곤한 얼굴로 나를 반겨줬다. 인수인계 때 말고는 별로 말을 섞지 않아서 친하지가 않은 사이다. 언젠가 몇 번 친해지려고 다가갔는데 귀찮은 듯이 거리를 벌리는 근무자에게 조금 상처 받은 난 적절한 거리를 유지 중이다. 

“이상없네요.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면 나의 근무가 시작된다. 카운터 피시에 로그인 되어 있는 손님들의 수를 보니 평소보다 반이나 줄어있다. 아무래도 살인의 여파가 크긴 큰 것 같다. 이러면 내게 더 잘된 일이다. 그만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어차피 시급도 올랐겠다 할 일도 줄면 그만큼 내게 이득이 아닌가?

딸랑- 얼마나 지났을까. 익숙한 종소리가 들렸다. 평소엔 잘 하지 않는 환대의 인사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니 오랜만에 볼 수 있는 남자가 나를 보며 서있었다. 

“....”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 날에 대한 보복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작은 소용돌이가 마음 속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대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남자는 말 없이 자리로 걸어갔다. 

“후..”

안도의 숨인지 기쁨의 숨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차가운 커피를 연달아 들이켜야했다. 남자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거다. ‘나도 스트레스 풀러 게임이나 하러 온건데 졸지에 범죄자 취급을 해서 뺑이 치고 왔어. 이거 어쩔꺼야?’ 라고 물어도 난 그에게 할 말이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곧 익숙한 자세로 게임을 시작하는 남자를 보며 제대로 사죄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때문에 피해를 본건 엄연한 사실이니까. 물론 그의 액면가가 명백한 살인을 저지를만한 위인으로 보인다는게 문제긴하다. 

식품코너에서 남자가 자주 사던 음식들을 챙기고서 그에게 걸어갔다. 곧 내 인기척을 느낀 남자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봤다.

“?”

감정이 메말랐다면 아마 저런 눈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남자의 눈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저번 일은 죄송했습니다. 사과의 의미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어줍잖게 내민 내 작은 성의를 빤히 보던 남자는 말 없이 받아들었다. 그리곤 다시 묵묵히 게임을 하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며 머리를 긁적이자 내 행동을 느꼈는지 그가 입을 열었다.

“너 괜찮냐?”

그건 의외의 말이었다. 남자가 그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난 적당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예?”

그건 확인차 묻는 말이었지만 의문도 섞여 있었다.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묵묵히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자와 친해지기는 힘들 것 같다. 

**

다음 날.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피시방 출근길. 오늘도 어김 없이 깔린 경찰들을 보며 마지막 피시방으로 향하는 골목길로 진입하는 순간 커다랗고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캬아아악!”

그건 어제의 비명소리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듯한 착각이 일정도로 강한 환청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바로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묵묵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그동안 피로가 쌓인 탓이라며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내 자신을 위로하며 피시방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정을 모두 치루고서 카운터 석에 앉아 뉴스를 검색한다. 어느새 살인마의 얘기는 지역 신문이 아닌 인터넷 실시간 검색에 오르락내리락 할정도로 큰 화두가 되어 있었다. 

이리저리 링크를 타며 지상파 방송에 보도된 뉴스를 보니 살인마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놈은 영리하게도 이리저리 포위망을 뚫고 하루에 1명이라는 경이적인 살인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놈은 바로 오늘까지만해도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고 내일도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뉴스가 전해지고 있었다. 

딸랑-

곧 종소리가 들리자 창수형이 밝은 얼굴로 나타났다. 

“형. 요즘 조심하래요.”
“알어. 그래도 내가 인한이 보려고 여기까지 행차한거 아니겠냐.”

그 말에 적당한 화답을 해주며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요즘 동네가 흉흉하다는 둥. 어디 돌아다니는게 갑갑해졌다는 둥. 실 없는 얘기를 할 때 창수형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작은말로 속삭였다.

“야. 그 남자 풀려났던데?”
“범인이 아니니까요.”
“그럼 대체 누구라는거지. 진짜 불안해죽겠네.”
“조심해야죠 뭐..”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곧 지겨울 것만 같던 시간이 흘러가려는 찰나.

지직. 지지직. 

카운터의 컴퓨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상한 소음을 내며 몇 번 껌뻑이던 모니터는 곧 꺼져버렸고, 그와 동시에 피시방에 켜져 있던 모든 전기가 꺼져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뭐야.”

눈만 껌뻑이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간신히 핸드폰을 들어 후레쉬를 키자 사람들이 천천히 나오는게 보였다. 

“죄송합니다. 정전인가봐요.”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곧 1층에 내려 사장님에게 간단한 보고를 한 뒤 창수 형과 거리에 서서 한가로이 수다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야. 저거 그 남자아니야?”

창수 형이 손짓하며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조금 어둡고 멀리 떨어져 있어 확실히 분간을 할 수는 없었지만 특유의 옷차림을 통해 대강 그가 누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게요. 이쯤이면 피시방에 올 시간인데.”
“어디 가는거 아니냐?”

그렇게 말하며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는 창수 형을 보며 살짝 망설여졌다. 그 다음에 튀어나올 대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난 거절해야 할까..

“가보자. 따라가보자.”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하는 창수 형을 가만히 본다. 이미 손님들은 뿔뿔히 흩어진 상태. 사장님이 곧 오신다고는 했지만 꽤 거리가 되기 때문에 금방 오기는 힘들거다. 

“조금이라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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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작 [녹색도시] 잘 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84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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