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귀신을 무섭기보다는 신기한 존재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귀신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죠.
더군다나 제 친구 중 Y는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각 사람마다 붙어 있는 수호령도 보인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Y는 가끔 제 수호령의 생김새와 행동,
그리고 근처에 보이는 귀신에 대해 말하곤 했습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귀가 솔깃해서 열심히 들었었죠.
그러다 보니 저의 흥미와 호기심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Y에게 물어보게 된 거죠.
[Y야, 나 수호령 보고 싶어!]
[응?]
Y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저기.. 수호령을 보게 되면.. 귀신도 같이 보여..]
[괜찮아, 괜찮아. 수호령이 지켜주잖아?]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닌데..]
친구는 대충 이렇게 설명해줬습니다.
대개 수호령과 귀신은 같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귀신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자신을 알아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을 풀어달라고 아우성치며 매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러 눈을 피하려 해도, 만약 눈이 마주치면
수십, 수백의 귀신이 달라붙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호기심에 가득 찬 저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죠.
[괜찮아. 네 탓 안 할 테니까 보는 법 좀 알려줘, 응?]
저는 그렇게 조르고 졸라서 결국 친구에게 한 가지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밤에 불 꺼진 방이나 창고에서 실에 말굽자석을 매달고 쳐다봐.
주변은 조용히 하고 혼자서 눈에 힘을 빼고 자석을 응시해.
그러면 자석 주변에 보라색 연기가 보일 거야. 계속 그걸 연습해.
그러다 그 연기가 확실하게 보일 때면 귀신도 보일 거야.]
저는 당장 문구점에 달려가서 말굽자석을 샀습니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이,
제 수호령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죠.
그리고 저는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9시쯤 되자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몰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불을 껐습니다.
어두운 방 안에 들리는 것이라곤 거실의 희미한 TV 소리뿐..
집중하기에는 가장 좋은 상황이었죠.
저는 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실에 매단 말굽자석을 쳐다봤습니다.
좌우로 흔들리던 말굽자석의 움직임은 점점 잦아들었고,
저는 더욱 자석에 집중했죠.
그리고 친구의 말처럼 정말 허공에 가만히 멈춰 선 자석 주변으로
보라색 연기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눈에 더 힘을 주고 자석을 응시했습니다.
오오라라고 할까요?
연기가 차츰 더 확실히 보일 때쯤,
반대편 벽 구석에서 무엇인가 흐물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단지 그림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원래 그쪽에는 창문이 있어서 바깥 불빛이 새어들어오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흐물거리던 그 검은 형체는 갑자기 소리도 없이 제 앞으로 확 달려왔습니다.
놀라 자석을 던져버릴 만큼 그 느낌은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석에서 시선을 뗌과 동시에 그 그림자는 사라졌고,
보이는 것은 어둠 속의 제 방뿐이었습니다.
순간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더 이상은 귀신을 보고 싶지 않았죠.
저는 벽을 더듬어 전기 스위치에 손을 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손등 위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불을 켜고 나서 저는 말을 잃었습니다.
제 방은 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던 것입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