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학교 선생님이 겪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와 친구는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는데
저는 공립 고등학교를 친구는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죠.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은
인근의 다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분이고요.
그 선생님이 졸업한 학교는 뒤에 산을 끼고 있는데,
그 산에 초대 이사장 일가의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터라
학교를 다닌 학생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 선생님도 이 일을 겪고 나서야
그 무덤의 존재를 알아차리셨다고 하니까요.
사건은 선생님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때 일어났습니다.
당시 분신사바에 관한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퍼져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귀신이 볼펜으로 글을 써준다는 등 소문에 혹한 선생님도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난 교실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분신사바를 하기로 했죠.
자율 학습이 끝나고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선생님과 친구들은 분신사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주문을 다 외우고 나서 살짝 쥐는 정도의 힘만 주고 펜을 놓았습니다.
[오셨나요..?]
펜은 서서히 움직이더니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당신은 죽었나요?]
이 질문에도 펜은 원을 그렸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은 이것이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정말로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죠.
분신사바를 직접 하고 있는 두 사람과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친구마저 겁에 질려 있었지만 동시에 묘한 호기심이 생기더랍니다.
그래서 그 귀신의 이름을 물어보기로 했죠.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ㅇ..ㅣ..ㅁ..ㅇ..ㅕ..ㅇ..ㅎ..ㅡ..ㅣ..
임영희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나이는 몇 살인가요?]
1..8..
선생님과 친구들은 살짝 오싹함을 느꼈지만
호기심에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질린다 싶을 즈음 분신사바를 끝냈다고 합니다.
다만 종이를 태우거나 이런 것은 하지 않고
그냥 펜을 놓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네요.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분신사바를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가 주번이었던 날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쓰레기통을 비우러 갔던 터라 선생님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달도 밝고 학교에서 불도 켜 놓아서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야, 빨리 와!]
선생님과 친구는 창가에 기대어
다른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깐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떤 여자가 얼굴은 앞을 향했는데
눈만 위로 치켜뜬 채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여자가 너무 무섭게 노려봐서
선생님과 친구는 엉겁결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습니다.
[봤냐?]
친구가 묻는 것으로 봐서 헛것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는 문득 분신사바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분명 분신사바 때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느껴졌죠.
그날은 그렇게 별말 없이 싸늘한 분위기 속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갈 무렵,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았을 때 선생님은 어떤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2학년 선배가 자살했다는 이야기였죠.
[야, 누가 죽었어? 우리 학교 2학년?]
[이사장 무덤인가에서 죽었다던데? 목매달아서..]
[이름이 뭔데?]
[임영희인가 그럴걸?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한 거래.]
그날 선생님은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산으로 뛰어 올라갔답니다.
무덤가의 울타리에는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아마 그 안의 큰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은 모양이었습니다.
거기서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죄송해요, 선배.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그 덕분이었을까요?
그 이후로 선생님은 이상한 현상은 목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분신사바는 절대 하고 있지 않고요.
아직까지도 선생님은 아래에서 자신을 노려보던 그 눈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