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죠.
직접 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3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는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 맨날 같이 어울려 놀곤 했죠.
같이 놀면서 문방구 오락기에서 게임하기도 하고,
피시방 가서 당시 유행하던 카트라이더도 같이 하고,
강가에 놀러 가서 게도 많이 잡고 그랬던 게 기억나네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작은 분식가게가 있었는데 그 앞에는 평상이 있었습니다.
그 평상에는 동네 어른분들이 모이셔서 이야기하거나 쉬곤 하셨죠.
그날도 마찬가지로 저희 할머니를 비롯해서
동네 어른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계셨고,
저는 킥보드를 타며 동생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근데 골목 저 끝에서
웬 아저씨가 저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동생들한테 [저 아저씨 계속 우리 쳐다보는 거 같아.]라고 말했는데,
동생들은 그냥 그 아저씨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계속 놀더군요.
그 아저씨가 뭔가 이상했지만,
그냥 우리들 노는 거 구경하는 동네 어른인가 보다 하고 계속 놀았습니다.
그러다 그 아저씨가 있나 없나 궁금해서 슬쩍 보니,
과일상자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계셨습니다.
동생들도 그걸 봤고, 누군가 [우리 저 아저씨 도와주자.]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결국 나이가 가장 많았던 제가 그 아저씨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저씨에게 다가가자,
아저씨는 [이 물건, 저기 앞에 있는 슈퍼까지만 네 킥보드에 싣고 가줄래?]라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네]라고 대답했죠.
동네 어른들이 앉아있는 평상 앞을 지나갈 때는,
그 아저씨가 [아휴.. 짐이 워낙 무거워서요, 하하..]라고 말하던 게 기억나네요.
물론 우리 할머니도 그 말을 들으셨고 말이죠.
슈퍼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돌아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도와줘서 고맙다며 맛있는 거 사 먹을 돈을 주겠다고
저를 큰길로 이어진 골목길로 데려가더군요.
아저씨는 앞서가고 저는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흰색 트럭으로 걸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안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고,
그 사람을 본 순간 갑자기 공포를 느꼈습니다.
더 이상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느꼈죠.
아저씨는 저한테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뒤돌아서 킥보드 타고 최대한 빠르게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며 뒤돌아보니
그 사람들은 트럭을 몰고 다시 큰길로 나가더군요.
그때 뒤돌아 보고 난 후,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릎과 팔에 상처가 났죠.
평상에 가니 할머니께서 저보고
어쩌다 그리 다쳤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 아저씨가 나를 끌고 가려 해서 도망치다가 넘어졌다고 말씀드렸죠.
동네 어른분들은 저희 할머니 보고
[할머니, 얘 다신 못 볼뻔했구먼.] 하고 한 마디씩 건네시더라고요.
그날 저녁 집에 가서 할머니께 된통 혼났습니다.
낯선 사람 따라갔다고..
그 아저씨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그리고 할머니가 다른 어른이랑 말씀하시는 거만 들었는데..
누가 벽돌을 넣은 상자를 슈퍼 앞에 버리고 갔다고,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