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를 다니던 시절 겪은 기이한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에겐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방과 후 귀가했기에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평소랑 다른 점이라면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푸르스름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공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저 좋은 색감이다 싶어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때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다짜고짜 고래고래 화를 내며 장난치지 말라는 겁니다.
무슨 얘기인가 자조치종을 물어봤죠.
남자친구가 저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제가 받더니 이렇게 말하더라는 겁니다.
[어.. 야, 있잖아.. 내가.. 꺄아아아아!]
말하다가 갑작스레 비명을 내질렀다는 거였죠.
위험할 때 나는 째진 소리가 아니라,
진짜 고래고래 지르는 비명을요.
아무리 제 이름을 부르고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길래,
결국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제가 받았고요.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남자친구가 들은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았다고 합니다.
그때 한창 연습실에서 이상한 일들에 시달리던 터라,
더욱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