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괴담] 동굴 속 할머니

금산스님 작성일 19.10.15 09: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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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는 한 동굴이 있었다.

동굴이라고 해도 산속에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을 가운데 지나는 철도를 건너기 위해,

건널목이 아니라 그 아래를 굴로 만든 인공굴이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듣기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지나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넓은 굴은 아니었기에 자동차는 들어갈 생각도 못 하고

자전거도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비가 오면 중간중간 비가 새서,

지나갈 때 옷이 젖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 맞춰 새는 곳을 지나가야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공사를 해 자동차도 지나갈 정도로 확장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그 동굴이 작았던 무렵 내가 학생일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친구와 그 동굴을 지나가려 하고 있던 터였다.

맞은편에서는 한 할머니가 우리 반대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원래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동굴이었기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친구와 나를 지나치고 3, 4 발자국을 더 갔을까..

갑자기 뒤에서 [어이, 학생.] 하고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동굴은 소리가 울리니 우리 뒤에 누가 들어왔다면

발자국 소리로 알 수 있었을 터였다.

 


당연히 할머니가 우릴 부른 것이라 생각해,

친구와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또한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우리가 흘린 물건이 있어 불러 세웠나 싶어 어두운 바닥을 내려봤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오라고 하고 있었다.

 


몇 걸음 되지 않았기에 내가 다가가려 하자,

친구가 팔로 내 팔꿈치를 쿡 찔렀다.

 


[야, 가자.]

그리고는 친구 혼자 다시 가던 길로 걸어갔다.

 


같이 걷던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조금 보폭을 빨리해 거리를 맞췄다.

 


[왜 그래?]

걸음은 유지한 채, 뒤를 보며 [저 할머니가..]까지 말하고 나는 입을 멈췄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를 따라잡고선 바로 다시 고개를 할머니 쪽으로 돌렸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 할머니가 사라진 것이다.

 


내가 잠시 상황을 이해 못하고 멍하니 있자,

친구는 다시 [가자.]라고 말했다.

 


친구가 뒤를 돌아본 건 아니었지만,

왠지 친구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올 대답이 무서워,

나는 아직까지도 진실을 묻지 못하고 있다.

 


출처: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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