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사람입니다.
이 글을 쓰는 게 9월 27일이니까..
거의 3주 정도 되었군요.
저는 학교를 애매하게 멀리 있는 곳에 가게 되어,
전철로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사람 많은 전철을
매일 타야 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통학용으로 그럭저럭 쓸만한
125cc 중고 바이크를 좀 싼 가격에 구매했죠.
전 주인은 점화계통에 문제가 있다며
바로 그 자리에서 돈을 깎아 주셨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지출이 좀 있던 저로서는 고마운 상황이었죠.
바이크를 구매하고 바로 수리점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손을 좀 봤죠.
평소 바이크나 자동차가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던 저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게 5달 전쯤 일입니다.
그 후로 일종의 습관 같은 게 생겼습니다.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바이크를 타고,
거리에 있는 동네에서 30분 정도 바이크를 실컷 타다 들어오는 거였죠.
그 동네는 오래전에 문을 닫은 철물점이나 공업사 같은 게
늘어서 있는 매우 긴 직선도로가 있었거든요.
그 건너편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철도가 있었습니다.
오가는 차도 적었기 때문에 그 길 전체를 제 것인 마냥 마음대로 누볐죠.
그리고 시간은 흘러,
아까 말했던 3주 전이 되었습니다.
중고 바이크의 특성이랄까 여기저기 잔고장이 많았습니다.
고장날 때마다 고치는 것도 지쳐버려서 그냥 포기한 상태였죠.
특히 연료 게이지가 맛이 간 상태였는데,
연료 잔량을 대충 계산하고 다녔기에 별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바이크를 끌고
30분 거리의 동네로 나갔습니다.
한 시간쯤 탔을까요.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해서 잠시 바이크에서 내려 가져온 음료를 조금 마신 후
한 시간 정도만 더 타다가 집으로 가기로 했죠.
길가에 정차하고 바이크에서 내려서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좀 멀리 떨어진 곳의 가로등이 깜빡거렸습니다.
원래 좀 오래된 동네라 수명이 다 했나 보다 하고
음료를 꺼내어 들었습니다.
가로등은 계속 깜빡거렸고
저는 그곳에 눈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불이 꺼질 때 이상한 흰 덩어리랄까, 헝겊이랄까..
오래된 흰 옷감 느낌의 무언가가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습니다.
차를 잘못 본 건가 싶어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머리칼 같은 게 붙어 있더군요.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마치 괴담 속에 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그렇게 느낀 순간 가로등이 또다시 깜빡였는데,
그 흰 것이 안 보이더군요.
순간 "도망치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가방도 제대로 안 닫고,
무작정 가장 가까운 대로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방에서 필통이 떨어지고,
아까 마시던 음료수가 떨어지고, 담배도 떨어졌습니다.
주울 생각도 못 하고 신발이 벗겨졌는데도
그대로 대로로 달려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든 말든,
일단 살았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쫙 풀렸습니다.
그대로 편의점 의자에 주저앉았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방 안에 뭐가 없어졌는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방 천이 뭔가 손 같은 것에
강하게 당겨진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애써 무시하고 뭐가 없어졌는지 확인한 후,
새벽이 되어 하늘이 약간 밝아질 때까지 계속 편의점에 있었습니다.
해가 뜨자, 이제는 가도 될 거란 생각에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담배, 음료수, 필통 등이 줄줄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섬주섬 떨어진 물건들을 챙겨
가방에 넣고 바이크로 걸어갔습니다.
바이크는 세워둔 그대로였지만,
연료통 쪽 도색이 길게 벗겨져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손톱을 세운 채 바이크를 마구 긁은 것처럼..
그 이후로는 밤에 바이크 타러 나가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통학은 계속 바이크로 하고 있지만요.
제가 그때 본 것은 도대체 뭐였을까요?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