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있었던 기묘한 일을 하나 제보하고자 합니다.
2016년 2월 13일에 있었던 실화입니다.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저는,
수능을 망치고 재수학원에 등록할 예정이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학원에 등록하기 전까지 딱히 할 것도 없던 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한 친구와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방문을 닫고 게임을 하다 보니
살짝 덥기도 했고 목도 말라서 새벽 3시쯤 친구에게
같이 시원한 사이다나 사서 밖에서 마시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친구도 마침 시원한 게 마시고 싶었는지,
알겠다며 곧 나오기로 했죠.
저희 아파트 단지 상가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작은 편의점이 있습니다.
단골손님인 저희를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점장 아주머니가 계신 곳이죠.
친구가 사는 동보다 제가 사는 동이 더 가까워서,
친구가 저희 집 앞까지 온 뒤에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대충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온 저는
친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평소에도 약속시간에 조금씩 늦는 친구라,
이번에도 늦는구나 싶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 앞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대략 60개 정도의 동이 있는 큰 단지입니다.
덕분에 동 현관 앞에 서 있으면 다른 동을 정면으로 볼 수 있죠.
제 눈에 들어온 건, 다른 동 비상계단에 나 있는 창문이었습니다.
대략 30개의 창문이 수직으로 죽 늘어서 있는 그런 광경이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약 30개의 창문에 전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산 지도 어느덧 8년째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모든 비상계단에 불이 환하게 켜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불이 켜지려면 사람이 지나가서 센서가 작동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두세 층이 동시에 켜지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한 번에 모든 층에 불이 켜지는 건 보기 힘든 일입니다.
저는 눈을 비비고 다시 비상계단을 전부 확인했지만,
비상계단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자조차 없이,
텅 빈 비상계단에는 전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온 터라,
카메라 어플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안개가 그날 새벽 따라 자욱해서 그런지,
환하게 켜져 있던 불은 아주 희미하게 찍히더군요.
저는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딱히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막상 그 기묘한 현상을 봤을 때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제 저 불이 꺼질까 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죠.
한 3분쯤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저 멀리서 친구가 저를 부르면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구박을 하고
친구에게도 그 광경을 보여주었습니다.
친구도 처음 보는 일이라며 신기해했죠.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비상계단의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와 친구는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애써 편의점으로 가자고 친구의 팔을 잡고 갔지만,
도착할 때까지 저희 둘은 정체불명의 두려움에 아무 말도 못 했죠.
귀신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참 기묘한 일이었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