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당시 저희 집은 작은 목욕탕을 하고 있었죠.
저는 곧잘 카운터에 딸린 작은방에서
가게를 보고 있는 아버지 곁에서 낮잠을 자거나,
안에 설치되어 있던 작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 곁에서 낮잠을 자다가 잠이 깨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으켜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몸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기껏 해봐야 손가락 조금, 발가락 조금,
그리고 바람 새는 소리처럼 약한 목소리로
[아빠, 아빠..] 하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때는 가위에 눌린다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 겪는 당황스럽고도 무서운 일에
혹시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와중,
카운터 문을 열고 형이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지,
형은 아버지께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시켜 먹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동생은 자고 있지? 깨워서 같이 밥 먹자고 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살았다 싶었죠.
가위에 눌려 실눈을 뜬 채로 움찔거리고 있는 제게
형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저는 형을 보며 [형! 형! 살려줘! 형!] 하고
가능한 한 크게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때, 너무 서럽고 무서워서
울 수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자,
종종 형한테 따지기도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형은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제가 처절하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도 저를 보며 웃어버렸죠.
그리고는 뒤돌아서 아버지를 보고 말했습니다.
[아빠, 얘 지금 푹 자는 것 같은데 그냥 우리끼리 먹자!] 하고 말입니다.
그때 보인 형의 웃음은 지금도 도저히 잊히지가 않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