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하던 시절,
하사였을 때 이야기입니다.
2011년 자대에 오고 1년도 안됐을 때,
당시 쓰레기 전담 하사라고 할 정도로
부대 내 쓰레기를 수거장에 나르던 일을 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일이라
막내인 제가 전담할 수밖에 없었죠.
보통 아침에 차를 받고,
오후 4시까지 수거장에 나르고 버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일을 마치면 차량 반납을 하고,
자대에서 차를 보내주면 타고 돌아가는 일이었죠.
당시 부대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차량을 두 대 받아 바쁘게 날랐고
소대 고참 부소대장이 저를 도와 같이 일을 했습니다.
물론 싣고 버리는 건 저 혼자 했습니다.
부소대장이 해주는 건 오직 쓰레기를 날라주는 것뿐..
그날은 정말 미친 듯이 버려서,
3시 정도에 일이 끝나게 됐습니다.
차를 반납하고 나니 시간이 남았죠.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부소대장이 연대 건물 3층에
지금은 안 쓰는 방이 있다며 가서 잠이나 자자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군인에게 잠은 하루 종일 자도 부족하니까요.
가을쯤 되던 때였고,
강원도 땅이라 추웠지만 그럭저럭 잘만 했습니다.
정말 짧은 시간 깊게 잠에 빠졌습니다.
10분 정도 잔거 같았는데 눈이 떠지더군요.
잔 거 같지도 않고 평상시처럼 정신도 또렷했죠.
하지만 뭔가 달랐습니다.
딱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달까요.
멍청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꽤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알았습니다.
그냥 편하게 옆으로 누우려고 했는데 움직이지 않아서 알게 됐죠.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가위는 처음 눌려본 거라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이게 가위구나 하면서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눈만 돌리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머리 위쪽을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콱 박혀왔습니다.
그 순간부터 갑자기 너무 무서웠습니다.
머리 쪽에 무언가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인기척이라고 해야 할지 존재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뭔가 있다고만 느꼈죠.
손이랑 발을 움직이려고 부단히 애쓰고,
어떻게든 일어나려 발버둥 쳤습니다.
머리 위는 무서워서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하겠고,
몸은 움직이지도 않고..
그러다 손가락이 움직였습니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싶으니 거의 동시에 몸이 전부 움직여졌습니다.
바로 일어나서 머리 쪽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죠.
아무튼 가위가 풀리고 공포도 사라지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에는 힘이 없어 주저앉았습니다.
심장소리가 [쿵, 쿵, 쿵, 쿵..] 하고
제 귀에 들리는 것처럼 뛰고 있더라고요.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제 등을 두들기는 것 마냥 엄청 컸습니다.
옆에 자고 있던 중사를 깨웠습니다.
[저 가위에 눌렸습니다.]라고 말하니,
별 대수롭지 않게 [가위? 그냥 다시 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전 다시 잤습니다.
머리 위에 뭔가 나오지 않을까 마음 졸이면서요.
지금 생각해도 뜬금없지만 다시 잤습니다.
그때 그 가위는 왜 눌린 거고 왜 위를 쳐다보지 못했을까요?
그날 저와 같이 잔 중사는 그 주 휴가였고,
휴가 당일 저녁 중대 카톡으로 메시지가 왔습니다.
[손중사 교통사고로 차 유리를 뚫고 나갔고,
머리를 박고 출혈이 있는데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2시간 후, 가족과 상의하에 보급관님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뗐고,
결국 사망 확인했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그 후로 가위에 눌린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죽은 사람도 그 이후 아직 없습니다.
그 중사님 참 술, 담배 안 하시고 돈을 악착같이 모으셨는데
아직도 그분이랑 마지막으로 농담한 게 생각나네요.
전역할 때 되면 전 여자친구한테 전화 오게 만들 거라고 했는데
전역 못하고 군인으로 돌아가셔서 아직도 참 안타깝습니다.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