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께서 군대에서 들으셨던 이야기입니다.
워낙 오래전에 들으신 이야기인지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제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곳에 향로봉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1차선 도로가 있었고요.
도로가 1차선이다 보니,
양쪽에서 차량이 동시에 오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죠.
그래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검문소가 있었습니다.
양쪽에서 차를 몇 대씩 보내며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아예 도로를 2차선으로 넓히려고 공사가 시작됐죠.
하지만 한쪽에는 절벽이 있고 한쪽은 낭떠러지여서
산을 깎아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형도 험악한데 장비도 열악해서,
정말 만만치가 않은 공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 책임자의 꿈에 웬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내일 하루만 공사를 쉬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낱 꿈 때문에 공사를 중단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공사는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중에
불도저 운전수가 불도저를 밀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게 되었습니다.
시동을 다시 걸어서 가는데,
갑자기 앞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더랍니다.
힘을 주어 불도저로 확 밀었는데
오히려 불도저가 전복되었다고 합니다.
운전수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앞을 보니 커다랗고 하얀 구렁이가 허리가 잘려 죽어있었습니다.
구렁이가 허리가 잘리며 고통스러워 한 나머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불도저가 전복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공사 책임자는 할아버지가 나온 꿈을 믿고 공사를 중단시켰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죠.
출처: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