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복권에 당첨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그 확률은 사실상 돈을 버리는 수준으로 낮다. 나는 거기 집착하느라 파산 수준으로 돈을 퍼붓는 사람들도 숱하게 보았다. 거의 허위 광고 수준이지만, 물론 당첨되어서 인생이 바뀌는 사람들도 왕왕 있기 마련이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에는 또한 부작용도 있다, 가령 사람들이 질투에 휩싸여 이것저것 소송을 걸어댄다든가. 더불어 진정한 친구와 속이 시커먼 사람들을 걸러낼 순간이기도 하다. 내가 복권을 사는 것은 이를테면 1파운드짜리 물건이 필요한데 수중에 20파운드 지폐밖에 없을 때다. 거스름돈 받는 게 편해지기도 하고.
동네 가게에서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우승 확률이 무슨 99%인가 하는데, 아무도 그걸 하질 않았다. 하나 사보니 긁는 복권이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500파운드에 당첨되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카드엔 내가 연락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가게로 돌아가 내가 500파운드를 땄다고 알려줬지만, 여전히 그 돈을 어떻게 받을지는 알지 못했다.
가게 주인도 그 방법을 몰랐고 난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하며 가게를 떠났다. 맥도날드에 막 들어서던 난 누가 바닥에 흘린 버거를 밟고 넘어졌다. 잠시 의식이 까물거렸지만 앰뷸런스가 도착할 즈음엔 괜찮아졌다. 맥도날드는 내게 500파운드의 보상금을 쥐여주었다. 믿기지 않았다. 난 똑같은 복권으로 한 장을 더 샀고 이번엔 2,000파운드에 당첨되었다. 기분이 째졌다. 그리고 밖을 돌아다니던 중 건설 현장에서 떨어진 벽돌이 내 머리를 후려졌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눈을 떴다. 사고 장면이 CCTV에 녹화되었기에 건설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내게 2,000파운드를 쥐여주었다. 그리고 난 깨달았다. 이 복권에서 무언가 당첨되면 그 수령액은 내 스스로의 불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더 당첨될수록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뿐이기에, 그 뒤론 그 복권을 다시 사지 않았다. 어제는 내 생일이었고 어머니에게 이상한 회사의 긁는 복권을 선물로 받았다. 이번엔 1,000,000파운드가 당첨되었다.
나는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