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다.

원래 집은 오이타였다.

방학이나 연휴 때는 고향에 돌아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곤 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그 해 역시,

고향에 돌아와 놀고 있었다.

허구한 날 한가하던 우리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구나 다트를 하고 놀다가 질린 나머지,

친구 Y가 쿠마모토까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새벽 1시,  

쿠마모토를 향해 가게 되었다.

오이타에서 쿠마모토까지는

타케다와 아소를 지나는 산간도로를 거쳐야 한다.

아소쯤부터는 산길만 쭉 뻗어있고 주변에 가게 하나 없다.

양쪽이 높은 삼나무로 빽빽한 어두운 길을 그저 달려가는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앞에 여자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둘 있었다.

불빛에 비추어진 그 실루엣은,

길가에서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대학생이라 혈기왕성하던 우리는,

[오, 여자다! 예쁜지 보자!]라며 속도를 확 낮춰

그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인 듯했다.  

4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와 중학생쯤 된 것 같은 여자아이..

둘 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우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우리는 [뭐야, 아줌마랑 아이네..]라고 조금 실망하면서도,

[왜 이런 늦은 밤에 둘이서 걸어가는 걸까?],

[이쯤 사는 사람들인가?]라고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계속 외길 산속을 달려갔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또 앞에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 또 여자다.]라고 말하며,

우리는 다시 속도를 늦춰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한 우리는,

한 마디 말없이 그 옆을 지나갔다.

나는 그 여자들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저 사람들 아까..]

[말하지 마.. 그 이상은 말하지 마..]

나는 손을 벌벌 떨면서 쿠마모토 시내까지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시내에 도착해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뒤,

나는 다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아까 그 두 사람.. 20분 전에도 봤던 사람들이었지?]

친구 Y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차마 확인하고 싶지가 않더라..]

어쩌면 정말 닮은 사람들이

2번 지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앞만 보며 말없이 걷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말도 못 할 정도였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