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으니,
아마 2000년 즈음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조부모님과 부모님, 형이랑 나까지
6명이서 가족 여행을 떠났다.
S현의 H 호수..
우리는 호숫가에 있는 낡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다다미가 깔려있어 그 위에 이불을 깔고
다 같이 자는 일본식 방이었다.
이불을 깐 뒤 형이랑 베개 싸움을 하며 놀다가,
밤 9시쯤 잠을 청했다.
한밤중 문득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천장에 하얗고 희미한 것이 보였다.
1m 정도 되는 타원형의 무언가가 떠 있었다.
그 주변에는 비상등 같은 작은 전등이 있다는 게 떠올라,
전등이구나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가족들은 벌써 다들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다들 분위기가 축 처진 느낌이었다.
무슨 일 있냐고 묻자,
아버지가 영 기분 나쁜 얼굴로 대답했다.
[한밤중에 눈을 뜨니까 네 위 근처에서 사람이 떠다니더라.]
어머니는 같은 위치에서,
목을 맨 사람 그림자를 봤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형은 딱히 뭘 본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답답해서 잠이 깨는 바람에 피곤한 모양이었다.
다들 얼굴이 시퍼레져서는 침묵을 지킬뿐
방 안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흘렀다.
내가 잠자던 주변 천장에는
비상등과 두꺼운 대들보가 있었다.
대들보를 자세히 보니,
끈을 맨 것 같은 닳고 깎인 흔적이 있었다.
방을 어둡게 하고 비상등을 켜봤지만,
그저 천장 부근이 어슴푸레 밝을 뿐이었다.
각자가 본 게 결코 비상등 불빛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기분이 나빠져 우리 가족은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결국 우리가 무얼 본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가족 모두가 창백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그 상황 자체가,
어린 시절 나에게는 무엇보다 두려웠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