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로망스카(오다큐 전철에서 운행하는 특급열차)를 타고
시골 할머니 댁까지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혼자 기차를 타고 있자니, 웬 중년 남녀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다 보니 나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물어보는 것에 대답도 하고,
얼린 귤도 선물로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혼자 여행을 온 거니?] 하고,
몇 번이고 질문을 받았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목적지에 도착해,
역 플랫폼에 그 중년 남녀와 함께 내렸다.
개찰구 밖에서 할머니와 사촌이 맞이하러 나온 게 보였다.
혼자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할머니를 만난 기쁨에,
나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머리 위에서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냉랭한 어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혼자 온 게 아니었잖아.]
놀라 올려다 본 두 사람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