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일단의 시간이 지난 후 똘이군이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그 동안,
그러니까 그 사건이 후 똘이군이 합류할때까지 별일 없었느냐?
이건 좀 애매 합니다.
있긴 있었는데 한편 생각해보면 내가 뭘 착각 했었거니,
혹은 멍청한 짓을 한거겠거니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혼자 점심을 먹고 우리 사무실로 가고 있었는데 제가 난데 없이 7층이나 5층을 걷고 있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죠.
이게 왜 이렇게 됐다, 라고 설명 하기도 힘듭니다.
애초 제가 우리 건물 7층이나 5층을 갈 이유 자체가 없으니까요.
왜 갔는지, 어떤 경로로 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화들짝 정신을 차려 보면 제가 그 층을 걷고 있어요.
그러다 불현듯 멍하게 서서 내가 왜 여기 서있지? 라는식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뭐, 그냥 사업에 대한 마음 한편 불안함이 스물스물 내 정신줄을 놓게 했구나, 생각하고 지나 갔습니다.
아니면 이 건물에 뭔가 착란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 남아 있는건가? 라는 추리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런 일들은 그저 제 착각 이겠거니, 혹은 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하고 넘어 가는 정도 였습니다.
그런 일들로 공포감을 느낀다거나 오싹함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사실 똘이군이 은근히 걱정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 직장 회식자리에서 똘이군이 제게 은밀하게 자신은 살면서 귀신을 몇번 봤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더군요.
전체 회식을 하다 얼결에 그런 이야기를 제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뭐, 그런 착각이야 누구나 한두번 할수도 있겠죠.
그냥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어쨋거나 똘이군은 전 직장을 그만 두고 바로 합류 했습니다.
합류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때 였습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꺼림칙한 이야기는 녀석에게 입도 뗴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4기가 움직 입니다.
한쪽으로 두대씩 서로 마주 보고 총 네대가 움직여요.
그때 제가 일이 있어서 다섯시쯤 일찍 둘이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아, 쓰다보니 그 전에 일이 하나 더 있었네요.
그 얘기 먼저 해 드려야 겠습니다.
이거 요즘 기억력을 놓고 보자면 붕어씨와 호형호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튼,
똘이 군이 첫 출근한 그 날 둘이 내려가 점심을 먹고 올라 올때 였습니다.
녀석이 앞서 가고 저는 화장실을 들렀다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회사 문을 연체 입을 헤벌리고 멍하게 사무실 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녀석은 멍하게 문만 붙잡고 있어요.
"뭐야? 왜 안들어 가? 안에 빚쟁이라도 있어?"
제가 농담 삼아 물었습니다.
그러자 똘이군이 넋 나간 표정으로 천천히 제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 합니다.
"사장님......."
"왜?"
"이게...........이게.......와.....이게.......이게 진짠가?"
녀석이 영문도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뭐? 도대체 왜 그래?"
제가 사무실안을 들여다 봐도 아무 이상 없습니다.
"저기.........누가 저희 천장으로 쑥 들어 갔어요."
"엥? 무슨 소리야? 누가 천장으로 들어가?"
"아니 그러니까, 제가 문을 여니까 누가 저희 천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이 보이더라구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똑바로 말을 해봐. 그러니까 누가 천장으로 들어 갔는데 다 보진 못하고 들어가는 발만 봤다는거야?"
제가 재차 물으니 녀석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떡 입니다.
보아하니 녀석이 겁에 질려 사무실에 들어갈 생각을 못하는 것 같더군요.
제가 똘이군을 제치고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야 사무실이 다 텍스타일로 막혀 있는데 어디로 사람이 들어 갔다는 거야?"
제가 제쳐 물으니 녀석이 천장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킵니다.
그 곳은 텍스 타일 천장 한켠으로 여닫을수 있는 조그마한 문이 있는 곳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은 주로 공사나 수리할때 임시로 여닫으라고 만들어둔 문이지 사람이 그 문으로 드나들기는 힘듭니다.
"진짜 봤어?"
제가 의뭉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아씨, 진짜 봤다니까요. 분명 제가 문을 여니까 사람 다리가 절로 쑥 들어가고 문이 탁 닫혔어요."
제가 계속 못 미더워 하자 똘이군 목소리에 억울함이 잔뜩 베어 나오기 시작 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이상 합니다.
사무실 키도 디지털 키로 바꿔서 들어 올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그리고 저 작은 입구로 사람이 들어 갔다고? 그것도 텍스 타일 천장 위로?
와 씨, 갑자기 저도 심장이 쪼그라 듭니다.
그렇다고 다 큰 남자 둘이 대낮에 쫄아 있는것도 웃긴 일이고.
저는 의자를 들고 텍스 타일 문 아래께 놓고 올라가 문을 열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상 합니다.
저희 건물이 지식산업 센터라 층고가 일반 빌딩보다 높습니다.
제가 의자를 밟고 올라서도 팔을 쭉 뻗어야 겨우 천장에 손이 닿습니다.
내친 김에 아예 책상을 그 아래로 옮겨 올라 가봤습니다.
와, 그런데,
제가 이정도 움직였으면 똘이군이 '사장님, 하지마세요. 제가 할께요' 라고 마지못해
한 마디 정도는 할 법한데 입도 뻥끗 안하고 있습니다.
치사한 놈.
저도 쫄리지만 에라이, 기왕지사 내친 김에 텍스타일 쪽 문을 열어 봤습니다.
에잉?
텍스타일을 열고 후레쉬를 천장에 비춰보자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 밖에 없습니다.
내친김에 의자를 책상 위로 올려 밟고 올라서서 천장 안에 휴대폰 후레쉬를 비춰 봤습니다.
이 안으로 사람이 기어 들어 갔다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와장창 무너져 내릴게 뻔해 보입니다.
사방 다 비춰 봤지만 사람은 커녕 누군가 이 공간으로 들어가기 조차 힘든 구조 입니다.
저는 의자에서 내려 오며 똘이군에게 말했습니다.
"너 어제 혹시 과음했냐? 아니면 뭐 상한 음식을 먹었다던지?"
제가 그렇게 말하자 똘이군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말 합니다.
"와!, 진짜 라니까요. 아니 저도 믿기진 않는데 진짜 봤어요."
흠.
녀석이 곗돈 빵꾸난 표정으로 결백함을 호소하자 제가 더 할 말이 없어 집니다.
"그래 뭐. 뭔가 착각 한 거겠지. 그럴수 있지 암. 근데 술은 좀 줄이고....."
저는 빨리 이 대화를 종결하고 싶었습니다.
그 날 대충 그렇게 넘어 갔습니다.
다행히 제가 착각으로 우겨대니 녀석도 퇴근 즈음 자신이 뭘 잘 못 본건가? 하는 쪽으로
생각하는듯 했습니다.
그 며칠 후 엘리베이터 사건이 터졌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저희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총 4기가 움직 입니다.
한쪽에 두대씩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 날 다섯시쯤 퇴근하는데 똘이군과 저는 좌측 모퉁이를 돌고 있는데 누군가 엘리베이터 1호기로 먼저 들어 갑니다.
하..............
정확히 말씀 드리자면 회색 기지 바지에 감색 반팔 카라 티를 입고 있었고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듯 귀에 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호기에 들어가자 마자 엘리베이터 문을 닫더군요.
분명 저희가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는걸 봤을텐데 말이죠.
빨리 뛰어가 단추를 누르면 같이 탈 수 있겠지만 입주자가 없어 엘리베이터야 금방금방 오니까
똘이군과 저는 그냥 내버려 두고 반대편 3,4호기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1호기가 움직이지 않고 12층에 그대로 서있는 거예요.
그때 똘이군이 작은 목소리로
"이 양반 급하게 뛰어 들어 가더니 1층 안눌렀나 보네요? ㅋㅋ"
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제가 웃으며 1호기 단추를 누르자 문이 그대로 열렸습니다.
저희는 말 없이 웃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 갔어요.
그런데,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아무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저희는 얼어 붙었습니다.
똘이군을 쳐다보자 눈이 왕방울 만해져 저를 쳐다보며
"와~~ *발, 와~~~ 시*"
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사....사장님....분명히 보셨죠? 예? 사장님도 분명히 보셨죠?
여기 뛰어 들어 왔던 회색바지 입은 아저씨 보셨죠? 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