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혼비백산한 다음날 저는 빌딩 관리실을 찾았습니다.
혹시 1206호에 입주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허허...........
1206호에는 입주자가 없다네요.
그때까지 우리층에 입주자가 저 하나 였던 겁니다.
사실 그 사실을 알았을때도 뭔가 오싹 한다거나 두렵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날이 어두워 당할때는 너무 무섭다가도
막상 날이 밝으니 그냥 뭐 그려려니......
혹은 내가 뭘 잘 못 들었거나 착각을 했겠거니 했습니다.
며칠 정도 지나자 제 맞은편 쪽 사무실에 누군가 입주하더군요.
저야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반가웠죠.
왔다갔다하며 슬쩍 들여다 보니 사무실양 벽 쪽으로 어린이 동화나 아동 서적이
가득한걸로 보아 아동 출판 관련 사업을 진행 하시는 분 같더군요.
사장님 처럼 보이는 사람과 여직원 둘로 이루어진 회사 같았습니다.
그 회사 들어오고 일주일쯤 지났을때 복도를 지나는데 사장 처럼 보이시는 분이 아는척 하시더군요.
자기가 이사 기념으로 떡을 좀 드리고 싶은데 이따 사무실로 찾아뵈도 되겠냐길래 언제든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놀러 간다기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제가 사무실에 가있자 맞은편 회사 사장님이 접시에 시루떡을 들고 찾아 오셨습니다.
그분은 박사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연배가 60대 초중반 정도 돼보입니다.
서로 사업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들과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문득 박 사장님이 이상한 얘기를 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여기 언제 부터 계셨어요?"
라고 묻길래 박사장님보다 이주정도 먼저 입주해 들어왔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러자 그 박사장님이 뭔가 말을 하려는듯 마려는듯 뜸을 들이는 거예요.
저도 뭔가 짚히는게 있어서 농담처럼 눙쳤습니다.
"왜요? 뭐 귀신이라도 보셨어요?"
제가 웃으며 말하니 갑자기 박 사장님이 화들짝 놀랍니다.
"어? 사장님도 보셨죠? 보신거 맞죠? 하, 이거 어디가서 말도 못 하겠고........"
제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노래 좀 부르고 다닌다고 귀신이라 단정 지을수 있나요 뭐.
관리인 일수도 있고, 아직 공사 덜끝난 인부 일수도 있고."
그런데 제가 그 말을하자 박사장님이 화들짝 놀랍니다.
"네? 누가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고 다녀요?"
순간 아, 이건 아닌가 보다 싶었습니다.
"노래야 복도 지나다니다 누구나 부를 수 있죠. 제가 본건 그게 아닌데......."
아무래도 제가 헛다리 짚었다 싶어 자세히 말해 달라고 되물었습니다.
박사장님은 그제서야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제게 합니다.
"아니, 입주한 날 말이에요. 애들은 고생했다고 미리 퇴근 시켜놓고 저혼자 뭘 좀 정리한다고
밤 시간 까지 있었거든오. 그러다 화장실에 다녀 왔어요. 아니 뭔 놈에 빌딩 복도에 불은 또 켜놓지 않는건지 그것도 이상하긴한데.
아무튼 그건 그거고. 사장님도 보셨겠지만 제희 사무실도 입주하면서 자물쇠를 비번 터치식으로 바꿨거든요.
근데 문을 여니까 어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제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문소리가 났는데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뭔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책상만 바라보고 끙끙 대며 일을 하고 있더라구요.
순간 저는 제가 방을 잘 못 들어 온줄 알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문을 닫았죠. 그리고 다시 호실을 봤는데 제 사무실이 맞아요.
가만 생각해 보니 터치식 자물쇤데 제 비번이 맞으니까 문이 열렸겠죠. 그런 상황이 되니까 갑자기 머리가 멍해 지더라구요."
아니 이런...... 이런 얘기는 제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 입니다.
"사무실에 누구 올 사람도 없었구요?"
어쩐 일인지 제 목소리가 낮아 집니다.
"그때 아홉시가 넘은 시간 이었는데 제 사무실에 찾아 올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한참을 멍하게 밖에서 서있다
다시 문을 열어 봤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더라구요."
"사라져요?"
"네.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이게 뭐.....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싱거운데 그 날 제가 이일로 굉장한 패닉에 빠졌었거든요."
듣다보니 이해할 만 합니다.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닌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환장할만한.
내친김에 박사장님은 이어 말합니다.
"그런데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아는 사람 이었어요,"
"아! 사장님 아시는 분 이었어요?"
저는 호기심이 동해 물었습니다.
"예. 광수라고 혹시 아실려나 모르겠는데......."
"광수요?"
저는 제 귀를 의심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예 광수요. 그 왜 키 크고."
"얼마전 까지 런닝맨에 출연한 연예인 광수요?"
제가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습니다.
박사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제가 안 믿을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디 말도 못하고 있던건데."
아니 시방 이양반이 날 가지고 장난하나.........기왕이면 유재석 봤다 그러지.
이게 지금 대화가 어디서 부터 시작해서 어다까지 가는지 감도 잡지 못 할 지경 입니다.
"그러니까 사장님. 사장님이 밤에 화장실 다녀 오니까 연예인 광수씨가 사장님 책상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말씀 이신 거잖아요?"
제가 말하자 박사장님은 말없이 눈을 꿈뻑이며 고개를 끄떡 입니다.
"사장님."
제가 말하자 박사장님은 제를 빤히 바라봅니다.
"어디가서 이런 하지 않으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하자 박사장 표정이 울상이 되어 갑니다.
박사장님이 돌아가고 나서 저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뭐야 이게. 차라리 예쁜 처녀를 봤다면 나도 기대라도 하지. 싱거운 분일세."
그런데 제가 이 말을 내뱉은걸 뼈져리게 후회하는 날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