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만난건 7개월전 펜팔이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히 학교 영어숙제때문에 만난것이었죠...학교 과제는 하루동안 같이 놀고 그 하루일정을 써오는 것이었습니다....그녀와의 첫째날, 첫인상은 좀 아니었죠. 사실 키도 많이 작고 (저도 남자치고는 상당히 작습니다만, 그런 저보다도 많이 작더군요;;) 외모도 예쁜편은 아니었으나 얼핏보면 약간 귀여운 인상이었습니다 - 자세히 보면..쿨럭;; 제가 외모만 따졌다면 아마 결코 엮이지는 않을 그런 외모이긴 합니다 ㅠㅠ.....그나저나 저한테는 그런 데이트가 처음이라 엄청나게 말을 많이했죠.... (오죽하면 코엑스 가는 지하철에서 지하철 갈아타는데를 지나치고 또 지나치고 그래서 지하철에서만 2시간동안 얘기만 했겠습니까;; 코엑스 도착해서는 영화 예약한후 -그날은 휴일이었습니다 - 영화 할때까지 거의 5시간동안 그냥 코엑스 안을 걸어다니면서 (뭐 한것도 아닙니다. 오직 걸으면서 얘기만 했다는;;) 시간 보내다가 결국 영화 못보고 헤어졌습니다...저는 미안한점도 있고 해서 의례상 애프터를 잡았죠....
저는 솔직히 그걸로 땡이었습니다.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가 여자한테서 만나자는 문자가 오는겁니다. 저는 이게 웬일인가 하고 같이 만나서 식사를했죠. 그 이후 여러번 같이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차차 문자도 주고받구요.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녀한테서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문자 보내봐도 답장이 없어서 "아, 이제 그만 만나자는거구나"하고 저도 그녀를 잊기로 했습니다. 같이 구경갔던 사진 전시회에서 찍은 그녀의 사진을 찢은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죠.
그 이후 대략 5개월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방학때 제가 겜폐인이었던 점도 있지만 먼저 연락하기가 참 뻘줌하더라고요;; 그렇게 차일피일 살다가 발렌타인 데이날 갑자기 여자한테서 연락이 오는 겁니다. 잠깐 와보라고. 저는 별생각없이 슬슬갔지만 (솔직히 의리초콜렛 주려고 부른줄 알았습니다) 하트모양의 초콜렛을 주더군요. 저는 당황햇죠. 이게 어찌된일인가하고;; 그래서 일의 전모를 파악해보자 2일후에 식사약속을 잡고 가서 의도적으로 물어보았죠. "의리초콜렛 고마웠다"고요. 그랬더니 여자애가 살짝 표정이 달라지면서 "그거 직접 만든거야" 하더라구요;; 저는 엄청 당황해서 -솔직히 수제인줄은 상상도 못했죠;; - 허둥대고있을때 여자애가 저말고도 다른 친한사람한테도 다 준거니 부담갖지 말라더군요. 그러고는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말을 듣고 시간이 좀 흐르니까 좀 어이없더군요. 아니 그럴꺼면 왜 굳이 하트 모양이며 다른사람한테도 다 줬단 말인가, 보통 수제면 특별한사람한테 주는거 아닌가, 나혼자 착각하는거일수도 있다는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래서 계속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발렌타인 이후로 다시 문자도 주고받고 밥약속이라는둥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더군요. 결국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준 초콜렛이 나처럼 하트모양이었냐고. 그랬더니 여자애가 아니다, 너한테 주는건 창의적으로 만들어서 따로 줬다 ^^;; 하여튼 이런 식으로 왔습니다. 저는 그말을 듣고 나름대로 확신이 섰습니다. 여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듯하다. 그리고 고백을 했죠. 나와 사귀어 달라고. (하지만 저는 고백을 하는 순간까지도 제가 여자를 정말 사랑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 또는 호의 아니면 저번의 그일에 대한 미안함때문인지 갈피를 못잡겠더군요...) 그랬더니 갑자기 여자가 막 당황해하더니 한참 고민하더군요. 그리고는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말을 듣는순간 매우 혼란스러웠죠.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건가" "역시 나혼자 착각이었나, 아니면 낚인건가" "정말 여자는 호의였을지도 모른다 (워낙 여자애가 착하거든요;; 그래서 친구도 많습니다;)" 하여튼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그후론 문자를 보내든 전화를 보내든 모두 답장이 안왔습니다. 그 침묵의 기다림이 매우 초조하더군요. 그동안 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내가 고백한게 잘한걸까" "나는 사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고백했다면 그녀한테 상처를 주는게 아닌걸까" 기타 별의별 생각을 하며 과연 고백한것이 잘한건지 끊임없이 되물어보았죠. 사실 고백도 술김에 한거라서요;;;; 그러던 와중에 10일만에 대답이 왔습니다. 여자애가 이러저러한 일을 물어보더군요. 자기는 일이 있어서 바뻐서 다른 애인들처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챙겨주지 못할텐데 괜찮겠냐, 기타 등등 여러가지 문제점이나 고민들을 말이죠. 저는 이미 알고있는일아리고, 저는 계속 기다릴수 있다고 했죠. 그랬더니 여자가 "내가 너의 중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이말에 감동받았습니다. 사실 대화의 전후관계를 모르면 오해받기 쉬운 말이지만, 여자애가 자신의 일때문에 너가 희생하는게 너무 미안하다며 한 말이었거든요" 그리고는 정식으로 사귀기로 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여자애의 마음을 몰라서 저도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만 일단 ㅇㅋ싸인을 받고 나서는 그렇게 기쁠수가 없더군요. 주변사람들이 혈색이 좋아졌다는둥 별소리를 다할 정도입니다;; 일단 애인이 되고 나서는 진도가 너무 빠른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막 껴앉고 쓰다듬고 손잡고 서로 기댄 상태로 얘기하거나 이러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여자애가 생각보다 일이 더 힘든듯 하더군요;; 저는 응원밖에 못하고 있는 상황 ㅠㅠ) 하지만........고백을 하고 애인관계가 된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거운 고민이 있습니다.....과연 내가 이 여자애를 사랑하는지의 의문이죠;; 모르겠습니다;; 뭐 영화나 소설같은거 보면 뭐더러 불타는 사랑 어쩌고 해서 막 그런 열애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사귀면서도 그런 감정은 전혀 안나옵니다;; 그냥 고백전/후랑 별 심리상태는 달라진게 업구요;; 뭐랄까 그냥 평온한 상태입니다. 잔잔한 호수라고나 할까요;; 다만 사귀기 시작한후에는 여친이 좀더 소중해졌고, 예전보다 좀더 많이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글쎄요;; 제 인생동안 여자와 손한번 잡아본적도 없어서 어떤지는 잘 모르겟습니다;; 다만 여친이 성격이 정말 착해서 (쩝;; 외모만 받쳐주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ㅠㅠ) 같이 있으면 마냥 편합니다. 뭐랄까 마음이 편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친의 일때문에 일주일에 한두번 만나기도 어려운상황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