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야쿠르트81 작성일 07.04.22 0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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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공은 참 오래도록 해왔고 들어오면 항상 이 게시판에 들러 사람들 연애하는 이야기 보면서 즐거워하며 눈팅만 쭉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난데없이 문득 제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 이렇게 글을 올려보네요.

 

 

연애는 20살 이전엔 그냥 외롭고 또 같이 있으면 즐겁고 그러니깐 대충대충 얼굴 좀 맘에 든다 싶으면 몇 번 만나 놀고 헤어지

 

고 그런식으로 했습죠.. 중간에 정말 마음 맞고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는 인연이 아닌지 뭔지 항상 집안의 반

 

대나 뭐 학업문제 등으로 사귀어지지 않더군요.

 

그러다 나이 스물에 한 여잘 만나 4년 동안 정말 죽어라 사랑했습니다.

 

서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에 만나 세상 무서움과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는 외로움을 깨달아가며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아주

 

많은 위안이 되어주었고 또한 막연한 미래를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던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이들과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설레임은 권태의 지루함으로, 신뢰는 거듭되는 시련으로 인해 불신으로 바꾸어 지

 

더군요. 뭐 어쨌든 좋았습니다. 그녀가 미울 때도 있었고 목소리조차 듣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전 제 사랑에 대한 신념을 지키

 

고 싶었습니다. 사력을 다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권태를 극복하려 이것저것 정말 많이 노력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힘들지만 오랜 연인들이 그렇 듯 서로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지혜롭게 포용하고 덮어주며 관계를 더욱 깊이 다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불알친구 녀석이 사고로 갑자기 죽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  그 것도 엊그제만 해도 같이 술 퍼묵고 같이 생지랄하던 녀석이 갑자기 그렇게 떠나니 참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더군요.

 

 

한 두세 달은 다 귀찮았습니다.

 

그 기간엔 참.. 여자친구 아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말도 성의 없이 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열정을 보이지 않았으며 무슨 날이 와도 무심코 흘려보내고.. 참 냉소적이 되었다고 해

 

야하나? 아무튼 티가 나게 못 된 짓 한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그녀와 소원해 지더군요. 마치 벽에 서서히 금이 가듯이..

 

 

그렇게 몇 달 지내고 제가 다시 정신차릴 무렵엔 이미 여자친구가 참 많이 지쳐있는 것 같더라구요.

 

안하던 술을 새벽 두세 시까지 먹질 않나, 한 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컨디션이 나쁘다고 만나지 말자고 하고..

 

그래서 정말 '아 내가 참 몹쓸 짓 했구나. 이제부턴 정말 다시 잘 해줘야지'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참 어이없게도 군 영장이 나오더라구요.

 

이미 직장다니느랴 늦게나마 대학 다니느랴 몇 번에 연기를 한 상태였고 나이도 있던 상태여서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는

 

상태인데 그녀마저 그러니 참 앞이 막막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4년간 그녀와의 추억을 믿고 정을 믿었으며 서로의 신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 군대간다고.. 지금까지에 내 잘못 용서하고 기달려 달라고..

 

그런데 너무 늦은 상태 였습니다.

 

다른 남자.. 정말 다정한 사람 이미 생겼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울면서 이야기 하더군요.

 

 

미칠 것 같았습니다.

 

바보같이 진짜 사람들 많은 대로변에서 울면서 그러지 말라고 무릎도 꿇어보고 나 죽어버린다고 조용히 협박도 해보았지만

 

그냥 흘러가더군요.. 물 위에 띄어 놓은 종이배처럼.. 유유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행히 그 남자 녀석 좋은 사람같아 보였고 그녀 또한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렇게 흘러가게 놔두었습니다.

 

그렇게 입대하곤 군에서 2년을 보냈습니다. 군 생활 하는동안 간간히 연락도 해보고 편지도 몇 통 주고 받았구요.

 

전역을 했던 작년 초엔 결국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연락을 끊게 되었습니다. 뭐 그녀의 일방적인 의지였습니다만..

 

그러게 내버려 두었죠. 그냥 그러는 것이 나도 그녀에게도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하고 싶던 경찰 임용고시 준비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하고.. 나름 지나버린 시간은 잊으려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살았지만 가슴속 한켠엔 언제나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응어리가 부인하려 해도 언제나 그 곳에 있더군요.. 참.

 

 

그러던 어느날.

 

저의 이 찌질한 연애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여자친구 녀석이 자기 알고있는 참한 아가씨 소개시켜 줄터이니 한 번 만나나

 

보라고 하더라구요.

 

생각지 못한 소개팅에 참 나름 고민 많이 되더라구요.

 

결국엔 그냥 아무 기대 안하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날 공부한다는 핑계로 학원 아니면 독서실에 쳐박혀 있었으니 사람 냄새가 그립기도 했고요.

 

그게 바로 일주일 전 일요일이네요.

 

만나보니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살다가 일 때문에 상경해 친오빠와 같이 산지 일년이 안되서 주변에 친한 사람도 없고 그래서인지 참 많이 외로워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으로 그 외로움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현명하게 처세하려고 노력하

 

는 모습이 참 예쁘더라구요.

 

그 분도 절 싫어하지 않는 눈치라 술먹다가 술김에 손이 따뜻하면 정말 마음도 따뜻한 사람이다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해대며

 

손 한번 살짝 잡아보았습니다.

 

뭐 싫어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좋아하더군요.

 

그 때 부터 급친해져서는 술도 깰겸 밖으로 나와서 그 오밤중에 정말 계속 걸어다녔습니다.

 

걸어다니면서 길거리 파는 어묵도 서로 먹여주고 맘 속에 있는 진심어린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분위기가 계속 되었구요.

 

그러다보니 벌써 새벽 12시가 좀 넘더라구요. 택시도 잡을겸 쉬었다 가자고 정류장 벤치에 앉게 되었죠.

 

갑자기 앉으니깐 할 말도 쫌 없어지고 뻘쭘하기도 해서 제가 '요새 많이 힘들으셨나봐요. 얼굴이 많이 헬쓱한 것 같아요'라고

 

말도 안되는 얘길하자 갑자기 고개를 조금 떨구더니 우는 것 같더라구요. 소리내서 엉엉 우는게 아니고 쫌 흐느끼는 느낌이

 

라고 해야하나? 쫌 당황했죠.

 

그래서 무안하기도 하고해서 암말도 못하고 그냥 얼어붙어 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집에 가겠다고 하더니 딴 데로 가버리

 

더라구요. 어딜가나 유심히 보고 있는데 택시도 안타고 계속 어딜 걸어가더군요.

 

밤이라 쫌 걱정도 되고 어쩔려고 저러나 궁금하기도 해서 계속 따라가봤죠.

 

근데 따라오는 걸 눈치 챘는지 홱 돌아서서 '따라오지마, 당신한테 관심없어.. 그냥 힘들어서 그래' 이러는 겁니다.

 

이건 뭐..갑자기 반말을.. 주위 몇몇 커플들도 있었는데 절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젠장 아까 다정하게 굴었던게 막 후회되는 데 참.. 기분 묘하더라구요.

 

한참을 멍하니 그 여자분 걸어가는 거 보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저만치 가더니 무릎을 감싸앉고 앉더군요. 왜 여자분들 팔로 무릎 감싸앉은 채로 엉덩이 바닥에 안 붙히고 앉는 방법있자나

 

요.

 

참 내 팔자도 뭐 같지만 그래도 저렇게 내버려두다간 뭔 일 나지 싶어서 여자분한테 가서 말했습니다.

 

"저기 우리 서로 남녀관계 뭐 그런 거 떠나서 얘기하는건데 밤에 이렇게 있으면 안돼요."

 

"...."

 

"알았어요. 알았어. 일단 택시나 타요. 집이 청량리 가는 방향이죠. 같이 타구가요 중간에 내려줄께요."

 

가만있다간 한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힘으로 여자분 일으켰더니.. 엠병 눈물이 범벅이 되가

 

지곤 한 마디 하드라구요.

 

"나 정말 힘들어 죽겠어"

 

그러더니 절 막 툭툭 때리는 겁니다.

 

지나가던 분들 다 쳐다보고 참..

 

C8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드런 꼴 보고 있어야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계속 때리는 것이 은근히 아프더라구요 -_-;;

 

그래서 두 팔을 확 붙잡고 '아 씨 왜이래요' 소리를 질러 버렸습니다.

 

그러니깐 쫌 놀랬는 지 절 쳐다보다가 팔을 놓아주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차 지나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라구요.

 

옆모습이나마 그 슬픈 얼굴 보고 있자니 참 뭐라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속이 하얗게 되더라구요.

 

한 5초간 어후~ 어후~ 이러면서 곤란해 하고 있는데..

 

그런데 왜 그 때 헤어진 여자친구가 생각나는 지.. 원

 

저도 술기운이라 그런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쪼금 나오더라구요.

 

그 여자분 우는 얼굴이 아주 조금 헤어진 여자친구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있다간 정말 울어버릴 것 같아서 뒤도 안돌아보고 차도로 나가선 택시 잡아타고 집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택시타고 집에 오는 동안 왜이리 헤어진 여자친구가 보고 싶은건지.

 

그래서 무리인 줄 알지만 예전 알던 번호로 전화했는데 없는 번호라네요.

 

집에 와서 눕자마자 정말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습니다.

 

 

그 다음날 그 소개팅한 여자 분께 문자가 오더라구요.

 

어제 화나셨냐구 어젠 정말 죄송했다고 투정 받아 준 보답으로 나중에 밥 한 끼 사겠다고..

 

그냥 될대로 되라 하고 답장도 안하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러곤 학원갔는데 공부도 안되고 걍 나와서 피씨방에서 음악이나 듣고 있는데 소개팅 주선자 기집애한테 연락오더군요.

 

어제 어떻게 된거냐고 묻길래 나도 몰라라고 말했는데 그 여자분이 참 미안했는지 저에게 전화는 못하겠고 주선자한테

 

잘 설득해서 자기한테 연락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 길로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 쪽이 싫은 게 아니라 아직 사람 만날 준비가 안된 거 같다고 지금 당장은 서

 

로 연락하지 말자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러곤 집으로 돌아오는 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붕 뜨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마치 마음의 병이 든 것 같습니다.

 

아~ 공부하려면 이래선 안되는데 매사에 우울해지고 자신감도 조금 없어졌네요.

 

누구보다 이런 문제는 잘 알고 지혜롭게 처세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긴 글.. 모두 다 읽어 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 보시고 좋은 의견 있으시면 리플 달아주셔서 힘이 될 수 있게 도움 부탁 드립니다.

 

미련한 제 글 보신 모든 분들이 항상 행복하시고 좋은 일 가득한 기분 좋은 4월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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